[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소소한 수강신청 팁
대학교 이후에 오랜만에 하는 수강 신청에 두근두근했다. 피를 튀기는 수강 신청이 아니라 긴장감은 없지만 무슨 수업을 들으면 좋을지 수강과목과 강의계획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새 학기에 대한 설레는 기대가 생긴다. 여러 과목의 홍수 속에서 내게 맞는 교과목을 선택하는 여정은 내 취향에 맞는 과목을 쇼핑하는 듯한 보물찾기의 시간이다. 대학교 때는 한 학기에 여섯 과목도 들을 수 있었지만 대학원에서는 보통 세 과목, 많아야 네 과목을 듣는다. 몇 과목 고를 것도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나와 맞는 수업을 듣고 싶었다. 수강 신청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한 학기의 삶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잘 짜야 된다.
강의 목록을 훑으며 과목에 혹해서 클릭하면 강의 목차가 내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기도 하고, 어떤 과목은 재미있어 보이는데 과제와 시험이 험난할 것 같다. 과목마다 일장일단 있어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한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만 하는 과목이 꼭 있으며, 그런 졸업 필수 과목이 특정 학기에만 열리기도 한다. 예컨대, 기초이론과 관련된 과목이 1학기, 실제가 2학기에 열리는 식이다. 한 번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첫 학기부터 수업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졸업으로 가는 안전한 지름길이다.
1. 필수 과목부터 수강하기
일반대학원 기준으로, 졸업을 위한 학점은 27학점이고, 한 학기에 12학점까지 들을 수 있다. 즉, 한 학기에 12학점씩 채워 듣는다면 2학기 만에 필요한 대부분의 학점을 이수하고 마지막 학기에 한 과목만 들으면 졸업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졸업 필수 과목부터 수강하려는 계획을 세우면 사실상 첫 학기에 들어야 하는 과목은 거의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연구방법론(3학점)을 넣고, 전공과목을 2과목(각 3학점) 넣으면 9학점이 꽉 찬다. 전공과목 하나의 양이 3학점이라고 하기엔 해야 할 과제와 팀 프로젝트의 양이 많아서 보통은 세 과목에서 끝낸다.
2. 남은 학점 알차게 채워 듣기
나는 전일제 학생으로 대학원을 다녔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편한 학생으로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시절이 언제 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남은 학점도 모두 채워 한 학기에 들을 수 있는 최대 학점인 12학점을 채워서 수강 신청을 했다. 또 1, 2학기에 학기당 미리 학점을 채워서 들었을 때 좋은 점은 졸업 이수 요건을 일찍 충족하여 마지막 학기에는 수업을 덜 듣고 논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모든 대학원생이 나처럼 듣고 싶은 과목이 있다고 다 들을 수 있지 않다. 어떤 연구실에서는 수강 신청을 한 뒤 시간표를 교수님께 보여드려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교수님과 시간표를 상의하여 시간표를 조정하였다. 시간표를 조정하는 이유는 '교수님이 보기에' 전공과 관련성이 적어 학생이 따라가기 힘들 것 같거나, 다른 수업에 시간을 많이 빼앗겨 연구실에서 있는 일에 소홀해질 것 같거나 등 다양하다. 하여튼 교수의 성향에 따라 학생을 꼼꼼히 관리하는 교수님의 경우에는 추천하는 과목 위주로 들어야 졸업까지 교수님과의 관계에서 무탈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의 전공 교수님은 어떤 수업이 좋은지 추천을 해주면서도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분이었다. 남은 3학점으로 오롯이 내 구미를 당기는,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매 학기 졸업에 필요한 전공과목을 3과목 정도 신청하고 신청 후에 남는 학점은 내가 듣고 싶은 것으로 듣곤 했다.
3. 추가로 들었던 과목들
사람은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하라고 하면 하기 싫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어지지 않나? 마찬가지로 수강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을 남은 시간에 듣고 싶었다. 아마 전공 수업 외에도 스터디나 학회 활동으로 전공 지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남은 시간에는 다른 것에 기웃거리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전공과목이나 교양과목을 들었다. 일반대학원으로서 가지는 이점은 학부생의 강의도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들었던 1학점짜리 운동 교양과목은 학기 내내 전공 수업의 틈 속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숨구멍이었다. 예컨대, 체력 단련과 같은 과목은 평소 GYM, 달리기에 관심 없던 내가 나의 몸을 챙기고,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수업으로 관악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았었는데, 약간 비가 왔지만, 모두가 함께 완주하며 '같이' 달리는 재미를 맛보게 해준 수업이었다. 실제로 그 수업에는 건강 관리를 하러 온 대학원생을 여럿 보았다. 공부하려면 알맞은 체력이 필요하고, 운동과목은 체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나는 운동과목들을 하나, 하나씩 들으며 탁구, 골프, 테니스, 호신술 등의 과목을 들었다. 그리고 이때 들었던 운동들은 내 평생 운동이 되어 골프와 테니스 대회 시즌이 되면 경기 찾아보느라 바쁘다.
그럼 어떻게 전공수업과 교양과목을 병행해서 들을 수 있었을까? 우선 운동과목이 있는 날은 편한 옷차림과 운동하기 좋은 신발을 신고 등교했다. 보통 사범대와 체육대 사이에는 거리가 있어서 수업이 연달아 있으면 쉬는 시간에 부지런히 이동한다. 예를 들어 체력단련 수업을 듣고 사범대까지 열심히 걸어 올라가서 교육공학 기초과목을 듣고, 교육공학 연구방법론을 듣고 다음 수업으로 테니스장을 가는 식이다. 학교 가기 힘들었던 날에도 몸을 움직이고 나면 왠지 더 상쾌해져서 다른 일을 하려는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 항상 전공과목과 관련된 거로 머리를 싸매다가 한 두 번씩 이런 수업을 들으면 몸도 머리도 재충전되는 기분이었다.
그 외에 필수 전공 수업을 다 채우고 선택 전공 수업 학점을 채우려고 '교육 철학과' 수업도 들었었다. 교육공학이랑 완전 반대편에 있는 분야라 내 파트를 발제하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도 버거웠다. 연구하는 방법과 연구하는 주제가 다른 수업을 듣는 것은 대학원에 와서 1년 동안 교육 공학이라는 분야만 공부한 내가 스스로 주는 도전이었다. 철학과가 주는 다른 수업 분위기에 긴장이 되기도 하였지만 매 수업 시간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하는 것을 연습한 즐거운 도전이었다. 아마 이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다른 전공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교육공학을 연구하면서 교육공학이 추구하는 바와 '교육'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가끔은 익숙한 환경에 적응한 우리 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같은 것에만 매달리고 집착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머릿속이 거기에 얽매인다. 다른 학과의 전공 수업은 내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수강 신청 기간에 전공 수업만 신청하고 창을 닫지 말고, 다른 과목도 클릭하고, 둘러보며 새로운 과목 쇼핑에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