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아- 27) 버릴 수 있을 때 줍니다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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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5 09:44
장난감을 버릴 수 있을 때, 함께 마트를 갈 수 있다고 했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버릴 수 있을 때 줘야 할 것들이 많네요.
그리고 우리 아이는 그걸 제법 알아가고 있나 봐요.
TV
우리 아이는 TV를 꽤 많이 보는 편이에요.
외식도 자주 하고 산책, 놀이터도 많이 가지만 집에서는 반 이상은 TV를 보는 것 같아요.
TV를 도중에 끊으려 하면 난리를 치기도 했죠.
그래서 세 가지는 지키라고 했습니다.
1. 자기 전 정해진 시간까지만 보기
2. 나가야 할 때는 멈추기
3. 같이 밥 먹을 때는 엄마, 아빠 원하는 거 보기
TV를 계속 보려고 하고 엄마, 아빠를 힘들게 했다면 아마 저도 TV를 치워서라도 말리려고 했을 거예요.
다행히 미리 얘기를 해주면 "이제 잘게요.", "엄마, 아빠 볼 차례예요." 알아서 잘 멈춥니다.
지금도 분명 TV보는 시간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다지 말려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안 드네요.
버려야 할 때 버릴 수 있으니까요.
놀이터
우리 아이는 놀이터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그네만 밀어줘도 30분은 혼자 놀아요.
밤에도 종종 나가서 놀곤 했지요.
이왕 가면 충분히 시간을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다 못 놀 때도 많죠.
더 놀고 싶다고 떼를 쓰면 "3분만 더 줄거야."합니다.
처음에는 떼를 더 쓰기도 했었죠.
"니가 이렇게 아빠 힘들게 하고 떼쓰면 다음엔 아빠가 놀이터 나오기 싫어질거야."
요즘에는 더 놀겠다고 떼쓰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지금 가야 다음에 또 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거죠.
샤워기
전 첫째랑 함께 샤워를 합니다.
우리 아이는 샤워기로 물놀이 하는 걸 엄청 좋아해요.
처음에는 아빠가 써야 된다고 해도 자기꺼라고 안 주려고 했지요.
"이 샤워기로는 널 씻기고 아빠도 씻어야 되는 거야."
지금은 손만 내밀어도 주고, 그냥 가져가도 뭐라고 안합니다.
오히려 주면 "아빠가 빌려줬다." 이러지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고 하더군요.
샤워기가 자기 것이란 생각을 버리지 못하면 샤워기는 절대 받을 수 없습니다.
샤워기를 받은 것이 아니라 빼앗겼다고 느낄테니까요.
버릴 수 있는 용기
TV를 아이에게서 억지로 빼앗아가고 싶지 않아요.
TV보다는 아빠랑 놀러가는 걸 좋아하는 우리 딸이예요.
좀 더 크면 함께 보드 게임도 하고, 악기도 같이 연주하고, 영화도 보고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TV보다 더 좋은 것을 줄 때, 우리 아이는 TV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버려줄거라 믿어요.
놀이터에는 정말 자주 갈 겁니다.
마지막의 아쉬움이 아니라, 언제든 아빠가 데리고 올거라는 믿음을 갖도록.
샤워기가 내 것이 아니기에 아빠가 줄 때 고마움을 느껴요.
마트의 맛있는 과자들도 내 것이 아니기에 하나만 골라도 행복하죠.
그 수많은 장난감들도 내 것이 아닌 걸 알기에 구경만하고도 즐거울 수 있어요.
나는 우리 아이가 버릴 수 있기에 줍니다.
우리 아이는 내가 다시 줄 것을 믿기에 버립니다.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