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를 위한, 경력교사에게 필요한 개념- 7) 전 80점짜리 교사입니다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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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3 11:32
세상엔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
난 그들처럼 100점이 되긴 어렵다.
적당히 80점 정도가 내 삶인 것 같다.
나에게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은 좋은 대학만 가면 앞으로의 인생은 편해지리라 말씀하셨다.
하지만 난 그렇게 악착같이 공부해서 올라가면 끝이 아닐 것 같았다.
윗 세계의 경쟁,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는 삶.
버스에서도 단어를 외우고 잠도 아끼며, 정말 열심히 공부한 친구가 있었다.
서울대에 들어가고, 지금은 미국 변호사 자격도 갖고 있다 들었다.
하나, 지금 그의 삶이 편하고 행복한지는 모르겠다.
공부, 게임, 운동.. 무언갈 하다 보면 내 한계를 느끼는 지점이 있다.
즐겁게 몰입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다른 걸 희생해가며 괴롭게 100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정말 열정을 갖고 노력해 성공한 사례도 많다.
내가 가진 생각이 어쩌면 패배자의 합리화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나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않도록 적당한 기대를 하기로 했다.
학부모님에게
"선생님은 숙제를 별로 안 내주시나 봐요."
교사인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려는 요구들이 있다.
프린트 좀 복사해서 내주면 되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전 학생이 하지 못한 부분이 숙제라고 얘기합니다.
집에서 해와야 할 똑같은 '일'을 주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목표는 숙제를 많이 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게 하는 것입니다."
학부모의 요구는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난 꼼꼼하고 자상한, 그런 완벽한 인간이 못 된다.
기대에 충족하려는 노력만큼, 기대를 적정하게 내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떨 땐 애가 나를 너무 무서워한다고.
또 어떤 해에는 애들이 선생님 무서운 줄 모른다고.
난 그냥 나라서 누군가는 괜찮을 거고, 누군가는 불만일 텐데.
학부모의 민원을 무조건 무시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 아이만을 위한 요구에 날 맞출 수는 없다.
난 한 명의 100점이 아닌, 반 평균 80점을 받고 싶다.
선생님들에게
난 할 말은 하는 편이다.
이건 이래서 어렵고, 이건 이렇게 바꾸자고.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하는 사람에 비해 난 마이너스다.
그렇다고 내가 해야 할 일에 무책임 하진 않다.
내가 편하자고 남한테 떠넘기는 일은 하지 않는다.
또 같이 논의하고 결정된 것에 대해선 싫어도 함께 한다.
'80점짜리 교사'
80점은 높은 점수인가, 낮은 점수인가.
기본도 지키지 않고 80점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엔 생각이 다르고 잘 맞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날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조금의 여유 공간은 남겨두고 싶다.
20점 정도는 미움받아도 괜찮다고.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