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3) 온전한 나의 공간
1. 워라밸, 2. 순수성. 조금 더 교직의 장점을 찾아볼까?
교과교사가 함께 근무하는 교과실을 써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은 모두 알 것이다. ‘나만의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마실 수도 있고, 약간은 흐트러진 자세로 앉아 업무를 볼 수도 있고, 다소의 생리적 현상(방귀, 트림 등...)을 마음놓고 실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유는 아이들이 하교하고 난 이후에나 주어집니다!”
맞다. 누군가는 이렇게 아우성칠 수 있다. 그럼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과 시간에는 어떤가? 이 역시도 어쨌든 자율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교실은 나와 아이들의 공간이고, 함께 정한 규칙과 교사의 학급경영에 따라 하루 일과가 흘러간다. 학생 구성원도 중요하지만 교사 한 사람의 가치관과 학급경영이 학급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초등교사는 초등교실 상황에서 학급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가지며, 이는 누구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
타 직업군의 경우 대부분 꽤 높은 직급으로 진급해야만 개인 업무공간이 주어진다. ‘사원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임원’으로 이어지는 직급체계에서 ‘임원’급은 되어야 나만의 공간에서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일할 수 있다. 대개 평사원 중 극히 일부만이 ‘임원’자리에 오르며, 최소 20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야 개인 공간이 주어진다. 위부터 아래 순으로 배치된 자리에서 사원은 보통 모두가 모니터를 보기 쉬운 곳에 위치하게 되며, 자리 체계 자체에 암시된 위계질서를 체화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장점을 무색하게 하는 직군이 있다. 바로 프리랜서. 이 분야만 놓고 보자면 프리랜서야말로 온전한 나의 공간에서 업무를 하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는 천의 직업이다. 어느 여행 중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프리랜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이 멋진 언니는 전세계를 여행하며 업무를 한다고 했다. 진짜로 부러웠다.
그런데 나에게 프리랜서에 도전할 만한 능력과 배짱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나는 통번역도 못하고 웹디자인 능력도 없다. 방학만 되어도 생활패턴이 망가져 불면증도 겪고 소화불량도 겪는다. 나는 규칙적인 생활에 매여있는 것이 편하다.
교실에 있다가 퇴근하면 하루 종일 관리자를 전혀 대면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저는 관리자 분들을 좋아해요.) 심지어는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성인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는 나만의 공간에 출근해 나만의 공간에서 일을 하다가 나만의 공간에서 퇴근한다.
다시금 나의 직업에 만족해보며 글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