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2) 순수의 성지
여기서부터는 조금 감상적인 글이 될 것 같다.
그렇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장 순수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
되바라진 아이들, 물론 있다.
상처주는 아이들, 물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하며 맑다.
일로 만난 인간관계에서 매끄럽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어른들은 대개 본심을 숨기고 표정을 감추고 서로의 의중을 떠보는 대화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 흉을 본다.
교사가 아닌 친구들을 만나 직장 이야기를 들으면 숨이 턱 막히는 경우가 많다.
직장동기 사이의 기싸움, 아직도 남아있는 회식 문화, 돌려까기에 직장 내 따돌림까지.
물론 교직에도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우리는 근무시간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어른이 아닌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주의깊게 집중하며 따르려고 한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하고 선생님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칭찬에 물을 준 나무처럼 살아난다.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아이들의 순수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마음이 찡하게 울린 순간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만이 가진 순수한 힘이 교사를 무력하게 한다.
어느 순간에 아이들이 예뻐 보였는가를 정리하다보면 행복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교사가 별 생각 없이 내준 별 것 아닌 과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
몸이나 마음이 불편한 친구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인내해주는 것
작은 발표나 무대에 긴장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친구의 발표를 경청하고 진심으로 호응해주는 것
모두가 가고 난 뒤 가지런히 정돈된 우유곽을 볼 때
사정이 있어 결근했을 때 나를 걱정해주는 아이들의 말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능력으로 놀라게 할 때
조별 과제 수행 후 모둠원에게 공을 돌릴 때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노력하는 태도를 보일 때
사실 아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모두 놀라울 정도로 좋은 점이 있다.
선생님은 어떤 순간에 아이들을 사랑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