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담임으로 살아남기! 첫번째 이야기! [실수해도... 괜찮을까?]
2008년 갓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1학년 아이들 담임을 했었다. 군대를 전역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나는 무엇이든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고, 장교출신으로 인원을 통제하고 지휘하는데 자신감이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생각보다는 나의 눈높이에 아이들을 맞추고자 했던 것 같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친구들과 싸우고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화가난 나는 아이들에게 얼차려(?)를 주기로 했다. 방법은 앉았다 일어서기. 친구와 싸운 말썽꾸러기 두녀석을 앞에 세우고는 잔뜩 목소리를 깔고 ‘앉아.’라고 위엄있게 말했다. 아빠다리를 하고는 교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다. '어? 이게 아닌데...’ 다시 한 번 목소리 가다듬고(당황하지 않고) ‘일어서!’ 아이들이 다시 점프 하듯이 방금 싸우던 친구녀석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그리고는 재미있는지 히죽거린다. 다시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켜 보았지만 아이들은 앉았다 일어났다가 즐거운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구경하던 아이들도 따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웃자!’ 내 기억 속 1학년 아이들의 모습이다.
첫 발령을 제외하고 나는 1학년을 한 번도 맡지 않았다. 1학년은 늘 여선생님들, 그중에서도 베테랑 선생님들이 맡아주시곤 했다. 6학년 할래, 1학년 할래 교사들에게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6학년 한다고 하지 않을까? 아무튼 요리조리 잘 피해다녔는데 이번에 학교를 옮기면서 아무 빽(?)없이 업무분장과 학년을 쓰고 나니, 희망하지 않았던 1학년 담임이 떡하니 되어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교직 경력이 10년을 넘어가면서 이제 학교에 어떤 업무도 사실 두려울게 없었다. 매뉴얼 대로, 공문만 잘 보고 하면 업무야 뭐 거기서 거기 아닌가. 아이들도 웬만해서는 온갖 유형의 아이들을 만나보았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1학년 꼬꼬마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하니 긴장되고 두려움이 앞섰다.
담임 발표 이후 나는 아이들을 맞이하기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전국 1학년 담임교사 카페에 가입. 신세계다. 너무나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글을 보며 감탄이 나온다. 자료도 공유받았다.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그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나는 언제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갖게 된다. 살펴본 자료과 그간 학급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무엇을 할지도 정해본다. 동화책 읽기, 교실 놀이 등 수업에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들을 찾아 정리해 보았다. 교실도 정리했다. 한 학급이 느는 바람에 내가 배정받은 교실은 작년 돌봄으로 썼던 교실이란다. 그래서인지 손 볼 곳이 많다. 책상을 밀고 의자를 올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사물함을 닦고 사물함에 스티커 자국을 지우고, 교실 책꽂이의 비품을 정리하고 교실 컴퓨터를 정리하고, 모니터도 셋팅하고. 할 일이 참 많다. 새로운 학교에 가면 꼭 이등병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학교도 낯선데 아이들도 낯서니 불안감이 쉽사리 가라앉질 않았다. 입학식 전날까지 이리 저리 자료를 찾고 학급 경영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성했다. 입학식 전날에는 괜시리 잠이 안와서 새벽 2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입학식은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님들은 밖에서 기다리시고 아이들만 교실에 들어오기로 하였다. 10시 40분. 복도에서 아이들이 하나 둘 몰려온다. '웃자,웃자!' 긴장하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와 밝은 표정으로 아이들을 맞아 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손 잡기가 그래서 아이들 옷 소매를 꼬옥 붙잡고 교실로 인도해 주었다. 22명의 아이들의 작고 아담한 신발이 복도 신발장에 가득차고 난 뒤에야 교실에 들어가 보았다. 이거 웬걸, 아이들이 모두 가방을 그대로 매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 책가방을 벗으란 소리를 안했구나.’ 1학년 아이들은 역시 예상보다 더 특별했다. 더 자세히 더 친절히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또 배운다. 개학식은 각 교실에서 진행했다. 시간이 후딱 흘렀다. 아이들에게 내 소개를 하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나니 아이들 하교시간이 다 되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학부모님들을 위해 시간을 어기면 안되는데 벌써 3분이 지났다. 아이들 줄을 세우고, 밖으로 나가니 우리 아이를 목빠져라 기다리셨던 학부모님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아이들을 맞아주신다. 아이들을 학부모님께 손에 인계해 드렸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뒤 교실에 앉았다. 웃음이 난다. 내가 긴장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작고 귀여운 얼굴들이 생각난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 마음을 담아 학부모님들께 편지를 썼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떻게 아이들을 대할 것인지, 무엇을 부탁하고 싶은지... 마음이 가는대로 진실되게 편지를 적어보았다. 우리 아이 담임이 어떤 사람일까 무지 궁금해 하고 있을 학부모님께 최대한 힌트를 드리려 조금 부끄럽지만 내 개인 이야기도 몇글자 적어보았다. 예쁜 색깔 종이에 출력을 한다. 내일 나눠줄 예정이다.
집에서 내 별명은 '두번 손'이다. 우리 어머니가 날 그렇게 불렀고, 알려주지 않았는데 아내가 어느 순간 날 그렇게 불러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만큼 실수가 잦고 뭘 자꾸 잊어버린다. 나 혼자야 조금 불편해도 괜찮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실수를 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는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긴장했던것 같다.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동화책이 있던데... 나도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시작하려 한다. 너무 완벽하면 재미 없잖아?
2021년, 우리반 아이들과 일어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에듀콜라를 통해 공유해 보고자 한다.
무튼, 재미있는 한 해가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