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은 못 하겠다] 2.설마 나는 안 울겠지-복직 전 2월 근무 (13개월)
복직을 코 앞에 두고 있는 2월.
나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는 왜 또 잠을 못 잘까.
/잠이 안 와
늦지 않게 자려고 10시에 누웠다. 그런데 심장 소리가 귀에까지 들리고 생각은 멈추지를 못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
전날, 학년과 업무분장 발표가 있었다. 다행히 복직원을 낼 때도, 업무분장을 쓰러 학교에 갈 때도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안고 간 보람이 있었는지 육아시간을 쓸 수 있도록 배려받은 학년과 업무를 받았다. 오늘과 내일의 출근 일정은 지난주에 갑자기 통보받았다. 이제 겨우 돌 지난 노아는 코로나19로 인해 노아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있었기에 아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참 많이 했다. 다행히 친정부모님이 와주셔서 아기를 봐주셨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좋아하는 노아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해서 다행히 이별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영상통화로 만나는 게 낯설은 우리 아기의 모습. 아가는 마냥 해맑네요)
그런데 막상 다음 날 오전 출근을 앞두고 누워서는 잠이 안 온다.
마냥 누워서 복직 후의 하루를 그려봤다.
6시, 혼자 일어나서 살짝 밥 챙겨먹고 준비해서 출근해야겠네.
그동안 노아는 주로 내가 재웠는데 본격적으로 출근하면 이제 남편이 챙겨야겠구나.
나 혼자 자는 침대가 낯설겠다.
네비에 50분 걸린다고 하긴 하지만 아침에는 막힐테니 7시에는 출발해야되려나?
육아시간 쓰고 퇴근을 빨리하려면 두 배로 효율적으로 일해야겠구나. 학교 가니까 뭐 해야할지 손에 안 잡히던데. 다이어리를 써볼까.
노아가 어린이집에 다시 가면 퇴근하자마자 어린이집에서 노아 픽업하면 되겠다.
그래도 육아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하지.
아침에는 남편이 노아를 전적으로 보고 밥도 먹일 테니 저녁은 내가 주도해서 먹어야겠구나.
그러고 나면 하루가 금방 끝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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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끊이지 않고, 시간은 흘러가기만 한다.
잠이 들랑말랑하던 2시, 노아가 깨서 자지러지게 운다. 나쁜 꿈을 꿨는지 악을 쓰는데 토닥여도 못 자고 안아줘도 싫다고 몸을 쭉 뻗어 버틴다.
“넓고 넓은 밤 하늘에 누가 누가 잠 자나..”
조심스레 노래를 부르니 다행히 노아가 스르륵 힘이 빠진다.
아기를 내려 눕히니 한참을 더 뒤척이며 깊게 잠들지 못한다. 성장통이려나 싶어서 작은 노아의 몸 여기저기를 주무르고, 노래를 부르고, 토닥여주기를 반복하다 나도 겨우 잠들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시간에서부터 아침 알람까지 4시간 남짓 남아있었다. 평소에 아침잠이 많은 나이기에 못 일어날까 무척 걱정이 되어 알람을 이중, 삼중으로 맞췄다.
/아침. 이게 복직의 현실이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알람이 울리기 30분도 전에 깼다. 피로는 풀린 것 같진 않지만 뭔가 흥분되어있는 기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 낮부터 출근하면서 모유를 거의 못 먹였기에 젖이 불어 아팠다. 평소에 노아가 아침 6시쯤 되면 배고프다고 깨서 모유를 먹였었는데 오늘 아침은 깨지 않고 쎄근쎄근 자고 있다. 아직 깨지도 않은 아기에게 꿈수*를 했다.
*꿈수: 잠든 아기를 깨우지 않고 자고 있는 채로 수유하는 것.
직장에 다니며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죄인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나도 휴직 전 짧은 교사경력 동안 꽤나 좋은 기억을 가득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직은 막막했다. 아기를 갖기 전에는 좋은 교사로 살기 위해 나를 갈아 넣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워라밸 맞추지 않은 삶을 살면 내 아기 노아는 엄마의 품을 잃게 된다. 그래서 복직 후의 시간이 막막해서 모아뒀던 돈의 바닥을 긁으며 조기복직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1월, 2월 복직이 다가오니 별로 큰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사실 최근에는 복직에 대해서 뭔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코로나는 일상을 흔들어놓았고,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혼자만의 시간 여유를 가지려는 계획은 처참히 무너졌다. 설을 지나면서 아기의 감기, 남편의 손 화상, 나의 위경련이 연이어 있어 몸을 챙기며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무난하게 보내는 것만 해도 허덕였다. 복직을 준비한다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지나가서 복직의 날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특별히 막히는 것이 없었기에 괜찮은 줄 알았다.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 젖을 먹으며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노아를 보니 이제야 복직이 실감이 난다. 눈물이 차올랐다. 이 작은 아기 깨는 것도 못 보고 나가야 한다니.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너무 속상하다. 아직 걸음마를 못 걷는 우리 아기의 첫걸음마도 나는 못 볼 수도 있겠다. 엄마 없는 낮 동안 아기의 마음은 괜찮을까. 아가가 밤에 그렇게 엉엉 운 것도 어제 낮에 엄마랑 떨어진 게 힘들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이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동안 나의 체력은 버텨주기나 할까. 왕복 2시간 운전하며 학교에서, 집에서 벅차지 않을까. 복직은 남편과 나의 계획이었지 아기의 의견은 들을 수도 없었는데.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너무나 속상하지만 아기를 깨울 수는 없어 슬쩍 일어난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꼬질꼬질한 모습도 씻어내야 하겠기에 눈물의 샤워를 했다. 복직하고 다들 힘들다고 해도 나는 내가 안 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복직의 무게도 몰랐던 것 뿐이었다.
/점점 괜찮아지겠죠?
잠을 잘 못 자서 운전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긴장을 많이 해서 그랬는지 큰 문제는 없었다. 네비에서 처음 안내했던 시간보다 30분이 더 걸렸지만 커다란 차들 가득한 도로에서 사고 없이 왔으니 된 거지 뭐. 낯설었지만 동학년 선생님들과 밥도 먹으며 시간표도 짰다.
“처음이니까 이런거겠죠? 점점 괜찮아지겠죠?”
먼저 아기를 키운 선생님들께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앞으로가 더 힘들걸. 울 일 너무 많으니 벌써 울면 안 되는데..”
란다. 그렇구나. 휴우.
첫 종일 출근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신나게 노래부르며 놀고 있었다. 나만 이렇게 속상했나 싶으면서도 엄마 반갑다고 팔 벌리고 안기러 오는 아기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오늘은 자기 전에 더 열심히 놀아주고 한 번 더 안아줘야지.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노아는 꽃 피는 봄에 조금씩 걸음마를 걷기 시작하더니 고맙게도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잠들기 전 밤에 폭풍 걸음마를 시작해주었습니다. 저는 또 폭풍 눈물을 흘렸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