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 19] 왜 연극하는데 무대는 안 서?
“그럼 무대에 서는 거야?”
교육연극을 배운다는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묻곤 했다. 교육연극에는 보여주기를 전제로 하는 Theatre 중심의 수업도 있긴 하지만 내가 선택한 Drama 중심의 수업들에서는 무대에 서는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내 머리 한 편에도 의문이 있었다. 내가 아는 ‘연극’의 모습은 항상 무대 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극 놀이를 하고 표현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그저 몸풀기에 가까운 연극 ‘준비’ 과정인 것만 같았다. 분명 잘 만들어진 드라마 수업을 하고 나면 연극의 감상과 표현이 충분히 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무대 없는 연극이 낯설었고, 내가 기존에 알던 연극과 지금 배우는 교육연극의 차이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2학기 이론수업이었던 현대교육연극의 동향 수업을 듣던 어느 날, 그 답을 찾았다.
그날은 연극의 ‘주체’왜 ‘객체’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제였고, 교수님께서는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그림을 그리며 옛날 옛적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그 때 적었던 필기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적었습니다.)
한 장면씩 뜯어 설명을 보태자면 이렇다.
1. 처음, 인간들의 공동체에서 만나는 여러 ‘상황’, 무서움, 걱정, 기쁨, 환희 등의 감정이 표현되는 그런 상황에서의 동선은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주체였고,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또한 행위하는 자와, 보는 자가 구분되지 않았다. |
2. 점차, 주로'하는' 사람들(중심)과 주로'보는' 사람들(변두리)가 생겨난다. 하지만 보다가 하기도 하고, 하다가 보기도 하며 역할이 분명하지는 않다. |
3. 주로 하는 사람들이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거나 모이게 되며 역할이 구분된다. 하지만 여전히 ‘하는 이’와 ‘보는 이’가 계속해서 소통하는 구조였을 것이다. |
4. 점점 어떤 편의를 위해 ‘보는 이’들이열을 맞추어 모이게 된다. |
5. 이제 ‘하는 이’는 ‘배우’라는 이름에 걸맞게 된다. 그 중에서도 한 사람이 떨어져 나와 나머지 '하는이들'Chorus과 이야기하는 구조를 갖게되기도 한다. 장막이 생겨나, 배우와 관객이 완전히 구분되고 배우가 '주인'자리에 가게 되며, 관객은 한자觀客나 영어spectator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보는 이, 손님, 대상이 된다. |
마지막 장면. 내가 생각하는 연극의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연극이 전부가 아니었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대상화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교육연극’에서도 학생들을 중심의 자리로 불러낸다. 줄을 맞추지 않고 ‘앞에 나와서 발표’하지 않아도 된다. 대본을 쓰거나 무대에 서지 않아도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의 모습을 보며 모두를 통해 배운다.
어수선하고 복잡하지만, 주체와 객체가 나누어지지 않은 상태. 그 연극의 처음 모습과 닮아있는 것이 연극과 교육의 만남, ‘교육연극’의 모습이었다.
이제야 내가 무대에 서지 않지만 교육연극을 배우고 있는 상태를 조금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