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 18] 과정드라마로 임상장학-소감편
(지난 이야기)
임상장학 수업 공개에서 교육연극을 배우면서 접한 ‘배낭을 멘 노인’ 과정드라마(출처: 『생각이 터지는 교실드라마』, 김주연)를 하기로 마음먹고([교육연극을 배우다 16] 과정드라마로 임상장학-준비편)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2시간 블록타임 수업을 잘 마치었습니다.([교육연극을 배우다 17] 과정드라마로 임상장학-수업편)
그 교실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 수업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먼저, 수업을 마치며 글똥누기에 적었던 학생들의 소감이다.
그저 연극하고 보는 것이 즐거웠다는 짧은 소감도, 이 시간을 시로 기억하고자 적은 학생의 소감도 하나 하나 참 고마웠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연극이기에 ‘재미있지는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만큼 극의 분위기를 느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귀한 소감들 중 특히 마음에 남는 소감들은 이것들이다.
학생들은 할아버지를 만나다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다. 이 글을 보면서 나의 연기는 비록 어설펐겠지만 학생들은 이 2시간동안 ‘정말 할아버지를 만났구나’ 생각이 들었다.
인물을 만나고
나라면 어떻게 할지 실감나게 고민할 수 있는 것, 이것이 교육연극의 힘인가 보다.
수업을 마친 후, 여느임상장학처럼사후협의회가 있었다.
나는 교육연극이 참 좋은데. 그래서 이 수업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교육연극을 어떻게 보셨을까? 궁금하고 두근거렸다.
시간관리, 자리배치, 교수 용어, 과정안에서 더 강조해야 할 점, 학생들의 태도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0년만 더 해보라.”는 응원이었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말을 통해 교육연극이 충분히 투자할 만한, 아니 빠져들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 같아 마음이 벅찼다.
그럼,과정드라마로 임상장학을 마친 나의 소감은?
비록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수업은 아니었다. 역할을 입고 하던 연기를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다시 약속을 강조해야 했던 순간도 있었고, 마지막 엔딩 죽음에 대해서 학생들이 이렇게 슬퍼하리라는 예상도 하지 못했었다. 나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내가 해야하는 연기에 집중하다보니 학생들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을 예상하는 데에는 에너지를 덜 썼던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교육연극을 배우기 전과는 아주 달라진 나를 느낀다. 수업을 준비하면서부터 그저 예쁜 이야기만 접하기 좋아했던 내가 죽음의 엔딩을 다룬 이야기를 골랐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두려움이 많았던 내가 여러모로 도전이었던 이 과정드라마로 공개수업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교육연극을 배우기 전보다 학생들의 반응에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 이전에는 나름 애써서 수업을 준비하지만 그럴수록 수업에는 준비한 대사들과 활동들만 있었다. 학생들의 마음을 다 읽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했었다. 특히 이런 공개수업에서는 더 채우기 위해서 시간이 항상 빠듯했다. 그런데 이번 수업에서는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 여유만큼 나도 학생들의 표정을 읽고 그에 맞게 대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하다.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