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국경'(#평화교육 #통일교육, #호국보훈의달수업)
지난 5월 24일부터 28일은 ‘통일교육주간’이었습니다. 올해 맡은 교과 중에 ‘창체’가 있어서, 계기교육 시기와 각종 ‘날’들에 대해서 더 예민하게 관심을 가지고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통일교육은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을 한참 했습니다.
/나의 첫 통일교육
통일에 대한 수업을 준비하다보면 교사가 되고 처음으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신규시절이 기억이 납니다. 6학년 학생들과의 도덕수업이었습니다. 도덕교과서에서는 북한과의 관계가 통일로 나아갈 것을 당연히 전제하고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나름 열린 마음으로, 통일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통일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해보고자 수업을 준비했는데,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통일을 하기 싫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우리 나라에 손해다.’ ‘북한 그냥 싫다.’ ‘가난하지 않냐.’며 이유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노래를 당연히 불러온 사람이기에 학생들의 반응에 당황했고, 그 날 수업은 완전히, 망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번 더 남은 도덕시간동안 통일에 대해 더 다루어야 했기에 그냥 망한 채로 끝낼 순 없었습니다. 많이 고민하면서 그 때 당시 핫했던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한 장단점을 비교해가면서 이야기를 나눌 자료를 준비하기도 했었는데요, 여전히 설익었던 그 때 저의 고민은 학생들의 “통일 싫은데..”라는 생각에 별 균열을 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평화통일교육을 준비하면서
몇 년이 지난 지금, 평화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교육 자리도 찾아다니고 더 연구를 하면서, ‘통일’보다 ‘탈분단’이라는 개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북한과 하나될 통일의 그 날만 준비하는 것보다도,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단’의 흔적들을 알아채고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매일 해나가는 일상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6.25전쟁이 일어난지 71년이 됩니다. 올해 창체 수업으로 만나는 어린이들은 71년 후에 80살이 되는 9살 어린이들입니다. 이 학생들과 국경, 북한, 전쟁,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전쟁과 갈등의 역사, 통일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에도 시간을 배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낯설게하기’, ‘새롭게 만나기’의 시간을 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그리고 저에게도 분단, 철조망과 총으로 막혀있는 국경, 만날 수 없이 글로만 배우는 북한과의 관계가 당연하고 익숙합니다. 평생 본 모습이 이것뿐이니까요. 하지만 굳어진 저의 생각보다도 더욱 다채롭고 멋질 ‘어린이들의 상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리고 앞으로의 71년 후에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 더 다양한 상상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진행해본<우리가 바라는 국경>수업을 공유합니다.
*이 수업의 앞부분은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에서 개발한 활동안을 참고하여 진행했습니다. 관련 자료는 https://peacemomo.org/boardPost/110555/4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국경(수업은 2차시로 진행했습니다.)
1) 국경 사진 보기-다양한 국경의 사진 관찰하기
*다양한 국경 사진은 피스모모의 교안의 출처를 참고하였고, 우리나라의 국경 사진을 몇가지 더 추가했습니다.
(출처:https://www.huffpost.com/entry/countries-borders-photos-around-the-world_n_7564512)
*사진 관찰 후 질문: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어떤 것들이 보였나요?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은?
-어디인 것 같나요?
*사진에 대한 간단한 설명:어디인지, 배경 등
-공통점이 무엇인 것 같나요? : 국경
2) 국경에 대해 더 생각해보기
*국경을 더 이해하기 위한 질문:
-국경은 왜 있을까요? 어떤 역할을 할까요?
-국경이 없다면?
-우리 교실에서 국경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진들 중 우리나라의 국경의 사진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른 나라의 국경 사진에도 다 총, 군인, 철조망 같은 것이 있었나요?
-총, 군인, 철조망이 있는 국경 건너편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 것 같나요?
-반대로, 국경 건너편에서도 우리를 그런(넘어오면 안 되는, 나쁜, ..) 모습으로 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우리는 모두 그런 사람들인가요?
3) 내가 바라는 국경
“잠시 눈을 감고 상상력을 발휘해봅시다.
지금, 오늘의 국경의 모습은 비록 철조망과 총, 군인이 막아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오늘 본 국경의 모습은 나라마다 아주 다양한 모습이었어요.
여러분은 어떤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우리의 국경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어른이 되었을 때,
북한과 더 대화를 하고 관계가 좋아진다면,
우리의 국경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요?
어떤 것이 있으면 좋을까요?
어떤 것들이 없어지길 바라나요?
여러분이 국경에 간다면, 그 때 여러분의 표정은 어땠으면 좋겠나요?”
여러 나라로 가는 기차가 있으면 좋겠어요.
철조망이 없어지면 좋겠어요.
전쟁을 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경이 놀이공원으로 바꼈으면 좋겠어요.
철망같은게 사라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손으로 만지거나 땅을 더 잘 볼 수 있어서.
국경이 사라지고 기차가 자유롭게
"우리", "그래"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국경에 맛이 있는 사탕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국경이 사라지고 멋진 다리가 생겨요.
국경에 물과 따뜻한 햇살이랑 나무들과 그리고 다리
사람들이 친하게 지내면 좋겠어요.
(사실 이 그림 보면서 처음에는 맞춤법을 보고 잉? 했는데, 생각할 수록 참 아름답게 와닿았어요. 사람들이 친하고, 진하기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림책으로 만들기
올해 그림책 수업을 하거나 책 만드는 선생님들 연수와 책을 좀 보다보니, 학생들의 그림을 책으로 엮어보기도 했어요. 비록 제가 목공풀로 직접 붙여 만든 책이지만,학생들은 애정을 가지고 즐겁게 보더라고요.
책에 '엮은이의 말'을 이렇게 적어보기도 했습니다.
*함께 참고하면 좋을 자료들
(그림 출처: 알라딘)
그림책: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이억배 글, 그림 / 사계절출판사)
지금 우리나라의 국경의 모습이 어떤지 살펴보는데 참고하였어요.
(그림 출처: 알라딘)
그림책: 기차(글 천미진 그림 설동주 / 발견
앞으로의 국경을 상상하여 그리기 전에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 평화란 무엇인가(국립통일교육원)
전체는 아니고, 평화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앞부분만 참고하였어요.
영상: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함께 전쟁을 끝냅시다.
71년의 전쟁을 마치고, '종전을 선언하자'는 캠페인이 계속되고 있어요.
캠페인송도 함께 보기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