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샵에 다녀오고, 이서로에게 에듀콜라란?
어느 방학에는 워크샵이 여행 일정과 겹쳤다. 지난, 지지난 방학에는 아마 임신으로 인하여 참석을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다. 사실 아기는 아직 어리지만, 그렇다고 외출도 여행도 사리고 있지는 않기에 이번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서울이라잖아! 내가 좋아하는 부암동 옆 평창동! 꼭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6개월 젖먹이 아기가 얼마 전부터 엄마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낯도 안 가리고 다른 사람들 품에 덥썩 잘 안겨 있는데, 잘 때만큼은 엄마가 안 보이면 세상 떠나가라 서럽게 울며 나를 찾는다. "옴-마", 아마 나를 부르는 것은 아닐진데, 서러운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듯이 엉엉 운다.
그래서 필진들의 톡방에 간절한 마음을 나누었다. 아빠를 믿어보라는 조언에 끄덕끄덕, 엄마의 역할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스스로 제한 짓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 또 끄덕끄덕.
그렇게 며칠을 더 연습했지만, 아무래도 나홀로 외박은 나와 아기, 남편 모두에게 아직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당일치기로만 워크샵을 참여하기로 했다.
항상 서울 복판에서 일하시던 어머니 덕분에 초4때부터 대중교통 조기교육을 받았었는데도, 오랜만에 나온 서울의 북적북적함이 낯설어 당황했다.
오랜만에 서울에 나왔더니 나만 이어폰에 선이 달려있어서 또 당황했다.
버스에 내려서 도보로 6분이라 해서 방심했는데, 언덕이 어마어마해서 또 또 당황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나의 체력이었다.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앉아있는데 머리가 아프고 컨디션이 쭉쭉 떨어졌다. ‘역시 나는 아직 몸조리를 할 때인가!’싶기도 했지만 너무 아쉬웠다. 워낙 초면에 긴장을 많이 하고,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한 번에 만나는 자리가 오랜만이여서 몸이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용기내어 다른 선생님들과 인사는 나누려고 노력했다. 크게 리액션하지는 못했어도,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즐거웠다. 더 어렸을 때 도전 못해본 것이 아쉽기도 했고, 더 많은 경력을 쌓아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고 계신 선생님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멋진 선생님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교직과 삶에 대한 나의 좁은 시야도 조금은 트인 것 같다.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 에듀콜라는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나는 에듀콜라에 ‘교육연극 배우는 이야기’를 연재 중이다. 2년 전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자진휴재와 강제휴재를 거친 불량연재를 하다가 육아휴직을 한 올해 가장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육아는 피곤하다. 나의 많은 활동을 제한한다. 근데 오히려 제한이 생기고 나니 치열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성찰하며 알고 인정하게 된 첫째는 내가 관종이라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대면 욕 먹는 것을 보면서, 나대기 좋아하는 나를 스스로 부정하며 눈치를 많이 봤었다. 그런데 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는 나대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걸 가리기 위해 눈치를 보는 것이 나다움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임을 알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육아하면서 안 하던 인스타도 시작했다.
둘째는 내가 글 쓰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셀프상담’이라 할 정도로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정말 많이 성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재밌다.
2년 전 나만 알아볼 수 있게 블로그에 기록해둔 것을 참고하여, 교육연극을 배웠던 이야기를 열심히 쓰고 있다. 그냥 블로그에 내 생각을 쭈욱 늘어놓는 것과 달리, 에듀콜라 글을 쓰기 위해서는 보통 3시간 정도 3일은 붙들어야 겨우 글 하나를 올린다. 몸으로 배웠던 교육연극 얘기를 글로 설명하려니 참 어렵다. 다른 분들 보는 글을 쓰는 것이니 어느 정도 정보를 정리해서 적어야 할 것 같기도 하면서도 교육연극에 대해서 아주 많이 공부한 것도 아니기에, 그것을 배우면서 느낀 나의 생각들에 초점을 맞춰야겠다고 방향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너무 TMI인가 싶어 고민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항상 글을 쓰기 시작하는 첫날이 가장 괴롭고 어렵다. 그래서 불량연재를 해왔습니다..T_T다행히도 작년에 강제휴재에서 복귀하기 위한 숙제로 편집장님께 연재개요를 내면서 머리 터지게 고민을 한 번 해서 조금은 나아졌다.(편집장님 짱짱맨...좋은 과제였습니다.)근데 개요 파일을 다시 열 때마다 짜릿하다. 늘 새롭다.... 내가 쓴거 맞나 싶다. 흠흠.
그래도 글을 붙들고, 붙들고, 붙들고 있다보면 다시 교육연극을 배웠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새로운 배움에 대한 두근거림, 그리고 그 배움을 통해서 나를 알아가던 두근거림이 다시 현실이 된다. 그 두근거림을 전하고 싶어서 요리 조리, 고민하면서 글을 완성해간다.
(워크샵에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가 글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매우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렇게 쓰는 글에도 반응이 잘 없을 때가 많다. 그래도 이 과정 자체가 나에게 너무 감사하고 귀하다. 글을 쓰면서,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가 얻는 게 너무 많아서 에듀콜라는 나에게 선물같다.
워크샵에 오래 있지 못했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에도 많은 선물을 받았다.
워크샵 준비팀에서 기념품으로 예쁜 연필을 주셨다.
(예쁜 인증샷은 덤!)
에듀콜라에 대한 퀴즈에서는 무려 3위를 해서 순발력과 에듀콜라 덕력을 인정받았다.
상품으로 무려 문화상품권도 받았다. 맛있는 소고기와 음식들을 먹으며 두통이 잠시 낫는 듯한 기분도 느꼈다.
이야기가 무르익기 전에 돌아 나와야 해서 아쉬웠지만, 돌아오는 길에 길동무가 있어서 마지막까지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태워주신 택시비가 감사해서라도, 다음에 꼭 또 만나야겠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글쓰기 노예의 마음을 다잡는다.
선생님들!
굳이,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어요.
선생님들의 진지한 눈빛, 오갔던 질문과 답들, 유쾌한 유머와 웃음, 먹이고 집중하도록 애써주신 섬김들, 준비해주신 꿀잼 프로그램,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까지도 다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저는 아기 열심히 키우고! 체력도 열심히 기르고 있을게요!
다음에 또 만나면 더 많은 이야기 나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