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 2. 교육연극, 노는거야?
모르면 모르는 대로,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배우면서 쓰는 교육연극 이야기!
[교육연극을 배우다] 1. 왜, 교육연극?
교육연극 지도자과정 수업을 듣기 시작한지 2-3주쯤 되니,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셨다.
"일주일에 두번이나, 이동시간만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수업은 재미있어?
"교육연극은 도대체 뭘 배워?"
그래서, 무려 2-3주동안! 주 2회! 꿀같은 저녁 3시간씩을 투자하여! 공부한! (15시간. 연수 1학점은 채울 수 있는 시간이렸다.)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아.. 저, 놀아요^^!!!"
너무 간결한 나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학생들에게 가르칠 놀이를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들을 배우는 건지, 학생들에게 놀이를 어떻게 지도할지 배우는 건지되물었지만, 적어도, 그 2-3주차까지 나의 대답은 너무너무너무나 심플했다.
"아니요. 진짜 그냥 놀아요^^!!!!
수업 때, 제가 신나게 놀고있어요!"
내가 왜 저렇게 대답했는지, 수업을 듣고 적어둔 일지를 사알짝 들여다보면 더 잘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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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식을 가서 부터 바짝 놀았고, 그 다음에 들은 수업에서는 3시간을 거의 꽉 채워 놀았다. 심지어는 '이론수업'을 담당하는 수업에서도, 몸으로 한바탕 놀고 나야 이론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아예 운동장으로 나가서.. 해 떨어질 때까지 놀고 시작했고, 책을 읽고 토론하며 더 탄탄히 이론을 다져서, '잘 놀아야한다'는 결론을 강화했다.
이러니, 놀이 방법을 익힌다거나, 지도법을 생각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교육적 이유나 목표는 미뤄두고 그냥 내가 놀이에 푹~ 빠지는 것, 재밌게 노는 것이 수업을 듣는 목표이자, 수업 내용이 되고 있었다.
? 노니까 어때?
나는 소싯적, 피구를 하면 '나랑 같은 편하면 이긴다'고 잘난척 했을만큼 승부욕의 여왕이었고 고등학교 때, 동네 공원에 나가서 몇시간씩 밤농구를 뛰기도 했다. 때마다 놀러가는 교회 주일학교 활동 등에서 배운 놀이들을 응용하여 대학생 때동아리에서 엠티를 가면 레크레이션을 맡아 담당하던 나였고, 심지어는 지금은 학생들의 중간 놀이시간과 체육시간을 위해 놀이책을 뒤지고 연수를 들으며 놀이를 가르치고 있는 초등교사가 아니던가.
하지만,'이렇게 푹~빠져 노는게 얼마만인가.'생각이 들었다.
교육연극을 배우겠노라, 자진해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굳어있었던지,비록 배우기 위해 자진해서 온 걸음이지만, 놀이에 나서서 참여하기는 커녕 옆에 앉은 동료 선생님께 말 걸기조차 너무나 쑥스러웠고 잠깐 놀이에 몰입하고 나면 벅찰만큼 호흡이 빨라지고 근육이 뻐근~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일주일에 2번씩 저렇게 놀다보니,점점 더 놀이근육이 자라는 것 같았다.
친한 친구들도, 친정과 시댁 가족들도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바쁜 요즘같은 때에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만나서 놀고있으니.. 동료선생님과 점점 더 친해지는게 느껴진다..! 침묵 게임에서, 눈빛만 마주쳐도 막 웃음이 나고.. 어떤 사람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쉬는시간에도 쉬지않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같이 노는 대상들과 가까워지니, 놀이 시간이 더 재밌고 웃기고 즐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결론.
? 연극놀이는 그냥 놀이랑 뭐가 달라? 연극놀이만의 특별한 점은?
사실 연극놀이의 규칙이나 방법들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이미 내가 경험해보거나, 들어 보거나, 수업을 해본 놀이들도 꽤 많이 있었으니까. 책으로도 많이 나와있고.. 인디의 재구성에도 쏙쏙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익숙한 것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본 연극놀이는 정말 감동적이었다.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외우고 싶을만큼 인상적이었다.즐겁게 푹~ 빠져 놀았음에도, 연극놀이는 경쟁적이지 않았다. 약간의 경쟁적 요소가 놀이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고 생각했고, 점수나 상품이 걸리면 더 놀이에 빠져들었던, 승부욕과 레크레이션에 너무나 익숙한 나에게 연극놀이의 이러한 특성은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기는 것이 강조되지도 않았고, 팀이 나누어지더라도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표현'을 하는 장면들에서도 '잘 한 사람'만이 칭찬 받지 않았다. 모두의 표현이 비슷한 정도의 관심과 눈길을 받았고, 정답 찾기가 아닌, 나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의 차이를 찾아보고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 성찰일지
그렇게 놀다보니 우리반 교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학교는 참 작아서, 학생들은 서로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잘못을 참 잘 찾아 지적했다. 새학기에 만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학생들에게 교실이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아니겠다고 느껴졌다.
학생들에게 교실이, 물리적 공간으로서 안전한 곳일 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바란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한 번 생긴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다는 단점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의 약점도 품어주고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바꾸어주고 싶다. 오랜 관계에서의 갈등이 쌓여만 가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해나가면서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3월 첫날, 나는 마음 속으로 일년 살이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서로를 미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 정했었다.
그러나 나를 들여다보니 한계가 느껴졌었다. 나는 이 아이들과 너무나 비슷한 작은 학교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때의 나는.... 선입견과 편견을 이기지 못했다. 적당히 눈치보고, 적당히 친구들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그 때의 편협한 생각들이 두고두고 부끄럽다. 하지만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 학창시절에 나는 그랬었고, 나도 이겨내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는 가르쳐야 하니 자신이 없다.
아이들을 보면서 느꼈던 불편한 모습들이, 내 안에 있는 나의 모습이라는 걸 안다. 내 안에 경쟁친화적인 모습. 눈치보는 모습. 비교된 우월감 속에서 자존감을 찾는 모습... 장난과 갈굼으로 관계맺는 것이 익숙하고, 미묘한 갈등을 즐기는 모습...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적이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 참, 스스로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연극놀이를 배우면서 평화롭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동체를 조금씩 맛보게 되었다.남을 이기지 않아도, 내가 돋보이지 않아도 행복한 시간들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수업 기술이나 활동보다, 자연스럽게 수용적인 분위기를 만드시는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 자연스러운 행동과 눈빛으로 온 몸에 베어있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 감탄할 수 있었다.
눈빛과 습관으로도, 존중과 배려를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
지금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그런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일년동안 그 우리 아이들 앞에 서는 선생님이기에..
내가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오늘도 열심히 놀아야겠다!!^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