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07] ‘땡’과 ‘딩동댕’이 없는 교육연극
다음 중, 어느 쪽이 더 자신을 설명하는 문장인가요?
1.
2.
3.
저는 셋 다 왼쪽 문장이 저를 수식하는 문장입니다. 사실, 오른쪽과 같은 상황들은 저를 참 곤란하게 합니다. 정답이 없다고 자유롭게 말하라고 해도 토론시간에는 멍~하니, 의견 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미술관에 갔을 때 ‘예쁘다’, ‘특이하다.’ ‘사진 같네.’ 말고 드는 생각이라고는 ‘작가가 누구였지?’ ‘이 작가는 어떤 특징이 있지?’ 정도로, 임용고시를 공부하며 달달달 외웠거나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을 소환해내는 과정이지요. 설명도 없고 뜻도 모를 현대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에 가는 것은, 솔직히 걷기 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틀이나 참고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즉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합니다.
그만큼 정답이 있는 문제를 맞히는 데는 특화되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입시교육, 주입식교육의 산물이 바로 저였어요. 남들이 정해놓은 답을 찾느라 보낸 초+중+고+대학교 생활 16년을 보내서인가,창의성, 예술성과 같은 것들은 저에게 참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배우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교육연극입니다. 연극은 아시다시피 예술의 한 장르이지요. 답이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내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시간에 저는 자주 벽에 부딪혔습니다.'왜 나는 어렵지?', '나는 왜 불편하지?' 와 같은 성찰을 아주 자주 할 수밖에 없었지요.
다행이도(?) 저만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은 연극 수업 중에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상황1)
아래와 같은 모습도, 아주 흔하지요.
(상황2)
짧은 세컷 만화이지만, 두 상황의 흐름은 완전히 다릅니다. 정반대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하나는 정답을 못 맞혔고, 하나는 정답을 맞혔으니까요.
하지만 예술수업의 하나인 연극수업에서 추구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감상할 때는 정답을 맞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그 생각을 먼저 느끼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 장면을 보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표현하는 사람들은, 내가 의도한 답이 나왔다고 동작을 풀어버리면 곤란합니다. 정답을 유도해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때로는 표현한 사람이 어떤 의도로 표현한 것인지 묻지 않기도 해요. 표현하는 사람의 의도, 즉 정답을 찾아서 대답하지 않고‘자유롭게 느끼고 체험하며’ ‘다양한 해석이 인정되는 것’이 교육연극에서는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였습니다.
다만, 저번 ‘조각상’활동을 소개하면서도 이야기 드렸듯, (조각상 활동 소개) 교육연극이 수업에서 활용될 때 ‘답을 찾지 않는 수업’을 지키기는 쉽지는 않았어요. 주로 국어 본문이나 이야기 속 한 장면을 표현하거나, ‘몸으로 말해요’ 놀이처럼 정답을 빨리 맞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익숙하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도 제 피드백 한 마디, 반응 하나 하는 것부터 참 낯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연습하면서 내 안에 주입되어 본능처럼 느껴졌던 정해진 답을 찾고자 하는 습관이, 조금씩은 빠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수업으로서 교육연극을 만나고 싶다면 한 번 쯤은, 혹은 때로는 '답이 없는 수업'을 도전 해보면 어떨까요?
*Tip!
예술수업으로서의 교육연극을 맛보기 위해, 모둠별로 다양한 주제를 표현해보도록 하고 감상하기를 추천합니다. 표현 주제는 무엇이든 좋습니다! 다만 조금 더 몸을 풀고 마음도 유연해지기 위해서, 표현하기 전에 몸풀기 놀이를 통해 새로운 모둠을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드릴게요.
1. 나/너/우리/동네 걷기
(1) 교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교사가 ‘나’라고 했을 때는 모두 혼자서, ‘너’라고 하면 둘씩 만나서,‘우리’라고 하면 3~4이 만나서, ‘동네’라고 하면 6~8명정도가 함께 만나서 걷습니다.
(2) ‘너’걷기로 짝이 만났을 때는 가볍게 안마해주고, 다시 ‘우리’나 ‘동네’걷기를 해서 만난 사람들과 한 모둠이 되어서 표현해보면 좋습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너'걷기로 만난 짝과 표현하기를 해도 좋습니다.)
*수업에서는
‘우리’-> 움직이는 탈 것 표현해보기
‘동네’-> 모인 사람들의 공통점 찾아서 그 공통점 표현해보기
를 해보았습니다.
(Tip: 탈 것은 비슷하게 표현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먼저 발표한 모둠과 같은 주제를 정한 팀은 나중에 발표하기 약간 뻘쭘해지더라고요. 이 때, 이 모둠이 표현한 탈 것만의 특별한 점을 찾아보도록 하면 다양한 표현을 받아들이는 데 조금 도움이 되었습니다.)
2. 기름방울+신호등 놀이
(1) 마찬가지로 교실을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몸을 충분히 풀고 서로 섞이기 위해서 기름방울의 이미지를 빌려옵니다.
계란후라이가 눌러 붙지 않기 위해서 후라이팬에 뿌려진 한 방울의 기름!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교실을 돌아다닙니다.
(2) 다닐 때 속도는 신호등으로 조절합니다. 교사의 목소리에 맞춰‘초록불’일 때는 아주 빠르게 걷고, ‘노란불’에서는 천천히 움직이고, ‘빨간불’에서는 완전히 멈춥니다.
(3) 빨간불에 멈추었을 때 교사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주제를 던져줍니다.
‘비슷한 옷 색깔끼리 모이세요.’
‘4명 / 5명 / 7명씩 모이세요’
‘같은 혈액형끼리 모이세요.’ 등등!
(이 때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분류보다 중요한 건 이 이후 표현 활동이니, 팀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4) 공통점에 어울리는 표현주제를 던져줍니다. 어떤 주제를 던져줄 지는, 교사의 자유!
수업에서는
비슷한 옷 색-> 색과 어울리는 과일이나 채소 표현하기
인원수대로-> 도형만들기
같은 혈액형-> 남들이 얘기하는 내 혈액형 특성 표현하기
의 주제를 표현했었어요.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