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06] 그런 날에도 배움은 계속된다
음, 사실 다들 있을만한 ‘그런 날’이었다.
보통 날들보다 조금 더 힘든 날.
2017년 3월 21일 화요일.
1교시부터 분위기가 붕붕 떠 있었다. 내가 겨우겨우 끌고 가는 무거운 느낌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루 종일 숨 돌릴 틈도 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업무는 끝이 보이지가 않았고.. 결국 퇴근시간이 되었지만 퇴근을 하진 못했다.
칼퇴를 하면 밥을 겨우 먹고 교육연극 수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저녁은 커녕 수업에도 지각이 확정된 시간인지라.. 부랴부랴 퇴근길 지하철에 지친 몸을 싣고 가고 있었다.
가는 길에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가벼운 전화가 아니었다. 짧게 설명하는 내용만으로도 참 무거운 문제였고, 여러 학생들이 관련되어 있었다. 이 학부모, 저 학부모 다 연락하다가 혼이 쏙 빠진 채로 교육연극 수업 장소에 도착했다. 몸도 멘탈도 탈탈 털린 상태였다. 일단, 벤치에 철푸덕 앉았다.
‘아직 학부모들과 연락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 내가 연락이 안 되면 일이 더 커지지 않을까? 수업에 들어가도 되는 걸까..?’
불안한 마음은 잡히지가 않고.. 걱정이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그래도 조언을 구했던 선배 선생님은, 학부모님들께 수업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수업을 듣고 오는 게 나을 것 같다 하신다.
그래, 이미 나는 퇴근을 했는 걸. 학부모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폰을 껐다. 너무 늦어 이미 많이 진행된 수업, 마음이 참 ‘그런 날’ 이었지만, 그래도 배움은 이어진다.
지각하는 수업에서 열어야 하는 문은, 참 무겁게 느껴진다. 들어가 보니 평소처럼 서로를 모두 볼 수 있는 원으로 된 대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특별한 인사 없이 자연스럽게 원 안으로 들어간다. 아마 지난주부터 이야기 했던 ‘막동작’ 활동을 한 후였던 것 같다. 표정에서부터 너무나 즐거웠다는 것이 느껴져서 더 부러웠다. 연극수업은 소통과 관계가 중요하다 보니, 더 표정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부담도 들고... 늦게 오기까지 했으니 얼른 수업에 몰입하고 싶었지만, 자꾸 학부모들의 전화 상황이 떠올라 마음이 참 불안했다.
이어서, 짝과 마주 보며 상대방을 그대로 따라하는 연습을 하는 ‘거울’활동을 했다. 나는 ‘내’가 되어 자유 동작을 하는 것보다 ‘거울’이 되어 상대방을 따라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꼈다. 반면에 짝은 내 앞에서 신나게 여러 동작을 선보였다. 그래도 짝꿍을 정신없이 따라하며 몸을 움직이다 보니 활동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되었다.
몇 가지 활동을 더 한 후, 이날의 마지막 활동은 ‘선물받기’놀이였다. 내가 받는 선물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신기한 놀이였다.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삼단케이크를 받기로 선택했다.
사실 참 힘들었던 그 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생일이라고 해도 그냥 출근하는 날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하며, 특별한 기대를 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하루 종일 너무 힘들어서 ‘어쩜 생일날이 이렇게 힘든가...’ 서러웠다.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담아, 서러움을 담아 나 스스로에게 삼단케이크를 선물했다. 짝꿍이 축하해주며, 서러웠던 그 날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짝 활동을 마치고 서로가 선물한 물건을 전체에게 소개하며 한바탕 또 축하를 받았다. 그러고 나니 한결 더 마음이 풀어졌다.
수업을 마친 밤에도, 또 며칠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해서야 그 날의 문제는 정리가 되었다. 이런 류의 문제들이 전화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알게 된 지금의 나는, 다시 방과후에 그런 연락을 받는다면 ‘다음날 학교에서 알아보고 해결하겠노라’ 말씀을 드리고 나의 시간을 보낼 것 같다.^^; 하지만 처음 그런 일을 겪어 더 허둥지둥하고 무겁게만 느껴졌던그 날에도, 나의 배움을 이어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선물받기> 놀이 소개
오늘 소개해드리는 '선물받기'는 간단하게, 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을 연기로 표현해볼 수 있는 놀이에요.
그런데 '주고 싶은'선물을 주는 보통과는 달리,
받는 사람이 '받고 싶은' 선물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 묘미랍니다! ^^
선물 상자 크기와 어울리는 선물을 고민해서 고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같이 공부한 선생님은, 냉장고 크기의 상자를 끌고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