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05] 교육연극, 이론 수업도 있어요
1년 과정 중 1학기에는 필수과목 하나, 선택과목 하나, 총 두 과목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중 필수과목은 ‘교육연극의 이해’였습니다. 지난 2번글에서 '교육연극, 노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이 수업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론 강의였지요.(하지만 이 수업에서도 가끔 자주? ㄴ..놀았습...니다.) 첫 날 O.T.에서 ‘교육연극을 위한 인문사회학’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강의이며, 할 일이 많은 수업이라 소개해주셨어요. 과제로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 써 와서, 그것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강의였지요.
토론..
토론...
토론....
매주 하나라는 독후감 과제도 부담스러웠지만, 단 한 줄도 가능하다고 하셔서 부담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토론...은...정말 자신이 없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토론을 어려워한다고는 하죠. 저도 전형적인 대한민국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기에 깊게 논리적 생각을 이어가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시간에도 이야기했듯, 눈치를 많이 보는 성향이 발동되면, 제 의견을 정하고 펼쳐가는 것이 무척 어려웠어요.
그래도, 연습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왕 배우러 온 건데, 부딪혀보는 한 학기를 보내겠노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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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토론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기가 계속 어려웠습니다.
하하하. 개인적으로 책을 읽어오든, 읽어오지 않든 큰 차이는 없더군요. (어지간히 그냥 읽는 그대로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저입니다..) 수업이 시작하면 가까이 앉은 선생님들끼리 모둠을 짜서 모둠 토의를 한 후, 전체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5-6명이 하는 모둠토의에서도 생각을 말하는 것이 참 어려웠어요. 그래서 저는, 적었습니다. 이 1년 강의를 신청하면서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입했거든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와다다다다, 적었습니다.버**디, 네**온, 카**톡까지 거치며 빠른 대화에 단련되어 온 타자실력을 살려서요.
두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토론’스러운 시간도 때로는 있었지만 사실 이 수업은 ‘토론’보다는 ‘대화’에 가까웠습니다. 때로는 그 주에 시끌시끌했던 뉴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을 정도로 삼천포로 빠지던 날도 있었어요.
대화의 흐름이 거의 의식의 흐름과 비슷할 때도 있었기에, 제가 적은 글도 정리된 글은 아니였습니다. 때로 매우 피곤한 날에는 멍, 들리는 소리만 다다다다, 타이핑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들리는 말들을 내 말투로 바꿔 적고,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은 색깔표시도 하고, 밑줄도 치다보니, 조금씩 나의 생각을 해나갈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가끔은 터질듯한 가슴을 안고 한 마디씩을 보탤 수 있게 되었지요.
(토론을 할 때 적었던 필기의 일부입니다.)
‘교육연극을 위한 인문사회학’이라는 별칭에서 느껴지듯, ‘연극’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놀이’, ‘예술’, ‘몸’, ‘감정’, ‘욕망’,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어요.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지난 시간에 제가 스스로에게 했던,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함께 배우는 분들께서도 떠올리셨나봅니다.
‘우리는 놀고 있는가?’
‘제대로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놀게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지?’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시간이 왜 나는 힘들지?’
‘나와 가까운 사람과 나는 왜 다르지?’ 등을 고민했지요.
당연하다고, 의심조차 안 했던 사회의 분위기에 질문을 가져보기도 하고, 생각의 끝에 다다랐을 때 맞닥뜨린 두려움을 이야기 나누며 위로하기도 했어요.
이 글에 이론수업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다 담기는 어렵겠지만, 1학기 끝날 쯤에 써두었던 소감으로, 교육연극에서의 ‘이론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
이번 글에서는 놀이가 아니라, 이 수업에서 알게 된 재미있는 책을 하나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름은 ‘놀이의 달인, 호모루덴스’입니다.
(사진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수업에서
놀이란 무엇일까?
나는 진짜 놀이를 하고 있나?
놀이를 어떻게 가르칠까?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어요. 선생님들도 이 질문에 나름의 답변을 찾아가며 책을 읽고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