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은 못 하겠다] 9. 천사같은 우리 아기가 운다. 계속 운다(2)[부제:아기도 코로나 블루를 느끼나요] (19개월)
이 글은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올라간 8월 말의 글입니다.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글 요약 (지난 글을 보려면 클릭해주세요.)
8월 마지막 날 저녁,
19개월 아기 노아가 자꾸 엉엉 운다.
밥을 먹는데 먹다가 잘 안 먹어지는지 짜증을 내며 운다.
먹여주려고 숟가락을 가지고 왔더니 더 운다.
'노아가 해' 놔줘도 운다.
저렇게 울다가는 다 엎을 것 같아서 치워도 운다.
다시 줘도 운다.
흘린 게 많아서 옷을 갈아입히려고 벗겨도 울고,
기저귀를 갈아도 울고,
옷을 다시 입혀도 운다.
웬만하면 엄마가 몸으로 놀고 춤추고 웃기면 넘어오는데 그것조차도 안 먹힌다.
안기기조차 거부한다.
너무나 속상하게도 엄빠가 아닌 다른 것들을 찾는다.
-------------------------------------
“까튜~~ 퐁~~~ㅠㅠㅠ”
엄마 품에 안기기도 거부하는 아기는 다른 원하는 것이 있었다. 태블릿을 보고 손가락질하면서 유튜브를 대령하시란다. 원래 우리 집은 TV도 없었는데, 아기 어릴 때 '손톱 자르는 동안'만 잠깐 보여주며 시작한 유튜브가 이제 좀 많이 익숙해져 버렸다. 아기는 정말 빠르게 배운다. 어느샌가
(1) 태블릿 가죽 커버 열기
(2) 아이패드 동그란 버튼 눌러서 화면 켜기
(3) 화면에서 유튜브 앱 찾기(폴더 속에 들어있어도 찾는다)
(4)자기가 좋아하는 영상 누르기
(5)재생
(6)광고 넘기기
...까지 할 수 있게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원래 엄빠를 깨우던 노아는 이제는 조용히 방 문을 닫고 나가 의자 타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충전하고 있는 패드를 가지고 내려와서 조용히 영상을 혼자 보곤 한다.
집중력도 엄청나서, 몇 십 분이고 앉은 자리에서 계속 보기도 한다. 영상을 볼 때 초반에는 같이 캐릭터의 표정도 따라 짓고, 율동 영상은 따라도 해보곤 한다. 근데 시청 시간이 길어지면 정말 멍하니 영상을 보고 있다.
마음 속에 아기 유튜브 시청에 대한 원칙은 있었다. 양육자가 힘이 하나도 없거나, 일을 해야할 때 위주로 틀어주기로. 그런데 아기 할머니 할아버지네 집에 가면 아기가 좋아하니까 또 엄청 커다란 TV로 영상부터 대령하신다. 게다가 8월 방학 동안 남편과 같이 듣는 연수도 있었고 여러 이유로 집에서도 영상 시청이 늘어나고 있던 참이었다.
태블릿을 안 줄 기세니 또 다른 것을 찾는다.
“쬬쬬~~~”
쪽쪽이. 물론 굉장히 고마운 존재이다. 애착을 가지는 물건이 특별히 없는 노아가 유일하게 잘 때 애착을 가지고 찾는 것이 쪽쪽이고, 그만큼 쪽쪽이만 있으면 재우기 쉬워 든든한 존재이기도 하다.
근데 낮잠 자는 어린이집에서는 벌써 몇 주 전에 쪽쪽이를 떼었다는 것이 함정. 찾지도 않고 그냥 순순히 자기에 아예 안 보내주셔도 된다고 하셨다. 그 얘기 듣고 밤잠에서 두어번 안 주고 버티고 재워봤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여서 집에서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키가 커버린 노아가 식탁 위에 손이 닿으면서 쪽쪽이를 스스로 찾아 물게 되면서 오히려 어린이집 안 가는 방학+코로나휴원 기간 동안 낮에도 종일 물고 있게 되어버렸다.
“까 까~~~~~~”
또 다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아기의 언어 발달에서 정말 신기한게, 어른들이 "까까"라고 안 하고 "과자"라고 해도 아기는 그걸 "까까"라고 변환한다. )
우리집은 과자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밥 먹고 나서 한 두개는 보통 먹어왔다. 게다가 과자도 할머니가 많이 보내주셨고(Feat.로켓배송)어린이집도 안 가고 있으니 간식시간을 갖으며 먹는 횟수와 양이 조금 더 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밥 안 먹었잖아. 아까 엎었잖아. 밥 안 먹으면 까까 안 줘."
...역시 또 엉엉 울며 과자를 보관하는 서랍이나 식탁 위를 가리키며 “까까~~~ㅠㅠㅠ” 서럽게 운다.
까튜, 쬬쬬, 까까.
저것들을 주면 당장 아기를 달랠 수 있다는 것은 안다. 울던 것을 멈출 뿐만 아니라 빵끗 웃게 할 수도 있단 것도 안다. 하지만 아기의 '최애' 애착의 자리를 엄빠가 아닌 저것들에 넘겨줄 수는 없었다. 바쁘고 피곤하고 나도 나의 일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저것들을 의존하도록 둔 것이 미안했다.
울던 아기를 그대로 들어 안고 나왔다.벌써 밤은 어두워져 잠을 재우려면 산책 나가기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별 수 없었다. 집에서 계속 우는 노아에게도, 나에게도 전환이 필요했다. 평소에는 놀이터만 나가도 기저귀에 간식에 갈아입을 옷도 바리바리 들고 나가는 편인데, 이날은 바지도 입지 않은 기저귀 차림으로 신발도 신기지 않은 채로 그냥 아기만 꼬옥 안고 나왔다.
집에서는 손만 대도 우는 것 같던 아기가 그대로 품에 포옥 안긴다.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며 헤헤 조금은 웃기도 한다.
평소에는 하원 길 밝을 때 산책하다 어두운 밖으로 나오니 “까깜”하다는 아기. 같이 “댜(달)”도 찾아보고 “나무”도 찾아보며 그렇게 한참을 안고 마냥 걸었다. 걷다가 비눗방울이 계속 나오는 멋진 기계를 가지고 놀던 이웃님을 발견하고는 “망울! 망울!” 신이 난다. 한참 신나게 보다가 맨발로라도 내리겠단다. 그래, 뾰족한 것 없으니 맨 발로 걷자, 내려주니 신나게 방울 잡으러 한참을 뛰고 기분이 풀렸다.
아, 이 조그만 아이도 코로나블루를 느꼈던 건가. 마음이 짠하다. 어린이집 등원도, 외출도 거의 못 했으니 에너지는 넘치는데 집은 지루했겠지. 사람 좋아하는 아기가 친구들도 엄빠 친구들도 못 만나니 더 심심했겠지. 엄빠 바쁘다는 핑계로 까튜(유튜브 영상)보고, 까까(과자)먹고, 쬬쬬(쪽쪽이) 계속 빨며 마음을 달랬는데 그것 마저 안 준다니 더 힘들었겠지.
내일부터 당장 저것들을 완전 끊겠다고는 못 하겠다. 당장 저녁에 남편과 함께하는 줌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유튜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어렵다.
그래도 그것보다 엄마 손 잡고 나가는 산책이 더 즐겁다고, 아빠 목소리로 읽어주는 책이 더 재밌다고, 엄빠와 몸놀이 하는 시간이 더 신난다고 느끼도록 조금, 조금만 더 애써봐야겠다. 아가도 엄마인 나도 조금 더 클 수 있도록 작은 도전을 해봐야겠다. 쪽쪽이부터 시작해볼까. 밤에 누워서 힘 쪽 빠지게 한바탕 놀 각오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