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은 못 하겠다] 3.어린이집 적응기 (15개월)
노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직전의 2월에 한 주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했다가 다시 가정보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상 출근을 하기 시작하게 된 4월부터는 다시 어린이집 긴급보육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학부모가 되어 어린이집에 보내는 교사맘의 사진일기:)
1. 소.확.행
“기저귀, 여벌옷, 손수건은 있는 거 보내면 되고...
물병, 고리수건, 칫솔치약 이런 건 사야겠다.”
교사로 살면서 학기 초 준비물 목록에 V자 체크해가며 챙겼던 습관이 있어
노아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준비물 목록에도 이래 저래 체크하면서 준비물을 챙긴다.
소소한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은근 귀찮기도 하지만
....
소.확.행. 소비는 확실한 행복이라더니. 역시는 역시다.
휴직 중이라 주머니사정이 여유롭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아기에게 꼭 필요하니까' 마트에서 이 물건 저 물건을 신나게 쓸어담는다.
아이들 물건은 왜이렇게 귀여운 걸까.
특히 준비물에 붙여줄 이름표 디자인이 너무 다 귀여워 고르느라 힘들었다.
2. 사진 속의 너, 낯설다.
낯선 사람 좋아하고, 새로운 공간 좋아하는 너라는 건 알았는데
그래서 어린이집 적응이 어렵지 않을거라 예상을 하기는 했는데...
이건 너무 밝잖아?
나름 초상권 지켜준답시고 사진 위에 페인트 효과를 덧입혀도, 빵끗 웃음은 숨겨지지 않는다.
심지어 왼쪽 사진은 정말, 리얼, 생 ‘첫 날’ 사진이다.
엄빠 없는데 이렇게 행복한 웃음 짓고 놀기야?
조금은 어이가 없지만
:) 그래도 니가 웃으니까 나도 좋다.
그나저나 어린이집에서 밥 먹는 사진은 하나같이 아주 깔끔하고 의젓한데
집에서는 왜이렇게 여전히 입에 있던 음식도 다시 나오고 던지고 난리난리가 벌어지는 걸까?
이래서 학부모님들이 상담을 하면 "우리 아이 학교에선 괜찮은가요..?" 조마조마, 걱정하시는가 보다.
3. 알림장
나도 내가 T.M.T(Too Much Talker)인 줄은 알았지만
평소보다도 더 구구절절 적게 되는 알림장의 '가정에서' 부분.
"우리 노아는요~"
설명하다보면, 왠지 왁스의 "그 사람을 부탁해요~"하는 노래가 떠오르기도 하고...
또, 선생님의 답변과 사진도 너무나 기다려진다.
“오늘은 즐겁게 춤을 추다가 율동을 잘했대~”
“오늘은 체육활동 재밌게 했나 봐.”
“어머머 공룡도 재밌게 가지고 노나? 집에 공룡이 없어서 몰랐네.”
4. 역시 적응왕 노아.
어린이집 적응기. 역시 적응왕 노아가 다 했다. 1주 만에 점심식사까지 먹고 왔고, 둘째주에 낮잠 첫날부터 9시 등원 ,4시 하원을 완벽 적응해준 것이다. 정말 고마웠다. 선생님께서도 노아는 어린이집 모범 아기라고,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다 잘하고 있다고 해주신다. 어린이집 등원할 때도 선생님 품에 딱 안겨 아빠에게 쿨 하게 빠빠이 한다고.
보통 남편이 아기 어린이집 등원을, 내가 하원을 담당한다. 나는 보통 아기가 아직 자고 있는 아침에 출근했다가 육아시간을 쓰고 서둘러 돌아와 어린이집 현관에서 "음-마!"를 부르는 노아를 만난다. 매일 보던 아기인데도 몇시간 떨어져 있었다고 얼마나 반가운지.
이렇게나 아기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는데도 품에 안아 집에 걸어가는 길에 괜히 내 눈을 안 마주치고 뚱한 표정인 노아에게 괜히 눈치가 보인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았어?"
"...."
"잘 놀아서 피곤해?”
"....."
“엄마 보고 싶었어?”
"...."
“엄마랑 오래 떨어져서 아쉬웠어?”
"..."
당연히 15개월 아기는 대답을 못 하지만 반응없는 아기를 보며 괜히 덧붙는 질문은 점점 내 탓이 된다.
자, 이제 출근하느라 떨어져 있던 아쉬움을 만회할 시간. 다시 저 빵끗 웃음을 엄마에게도 보여주도록 신나게 놀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