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 현아샘's 미술 감상 수업] (1)피카소 그림과 대화하기
[통로 현아샘's 미술 감상 수업] (1)피카소 그림과 대화하기
[미술감상-그림과 대화하기]수업 기획은 2017년 8월 뉴욕의 뮤지엄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번 뉴욕 여행의 대부분은 13군데의 서점과 2군데의 도서관, 그리고 5군데의 뮤지엄으로 채웠다.
구겐하임, The MET, MOMA, 휘트니, 클로이스터.
다섯 곳의 뮤지엄에서 쏟아지는 시각적, 감각적 자극에 허우적대면서
나는 '딱 한 작품'을 만나는 것에 집중했다.
내겐 나의 영혼과 작품이 만나는 그 '딱 한 순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뮤지엄마다 '딱 한 작품, 딱 한 순간'과 만나기를 고대하면서 그림 앞에 섰다.
어떤 그림은 내게 말을 건다.
인물이나 사물이 말을 걸기도 하지만 선이 가진 어떤 힘과 방향성, 색이 가진 감정이 마음을 파고들어
어떤 질문을 남기거나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내가 들은 그림의 말들을 전해주고 싶어졌다.
그림이 건네는 말을 너희도 어느 날 들은 적 있지않느냐고, 나와 같이 한번 들어보자고, 청하고 싶어졌다.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이를 자신의 색과 빛과 언어로 표현해보는 수업 활동을 그렇게 구상했고,
가을과 겨울에 걸쳐 아이들과 틈틈히 함께 쓰고 그렸다.
다음은 그의 일부이다.
먼저 아이들과 그림을 찬찬히 함께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그림의 인물은 이 장면에 등장하기 전 어떤 상황이었을까?"
"그림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금 이 공간의 창 밖은 어떤 계절과 날씨일까?"
"이 인물에게 말을 건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걸까?"
"그때 나는 어떤 대답을 할까?"
다양한 발문으로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의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통로 현아샘's 미술 감상수업] (1)피카소 그림과 대화하기
◎이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가장 인상 깊은 것을 중심으로 찬찬히 들여다 봅시다.
◎ 이 그림 속의 인물은 어떤 상황일까요? 작가는 왜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을까요?
인물의 기분, 고민하고 있는 것, 창밖의 날씨, 일어난 일, 앞두고 있는 것 등을 자유롭게 상상하여 봅시다.
◎ 이 그림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그림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글로 써주세요.
◎ 이 작품에 가장 멋지고 정성스러운 이름을 붙여주세요.
(1) 첫 번째 작품: 라스메니나스 (파블로 피카소, 1957)
◎ 이 작품에 가장 멋지고 정성스러운 이름을 붙여주세요.
재촉과 무관심.(왕원철, 13-year-old, 2017)
◎ 이 그림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그림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글로 써주세요.
[노란색 아이의 관점에서 쓴 글]
아침부터 궁궐은 분주하다. 곧 있으면 무도회가 열린다. 어른들은 내 옷을 치장하고 마구 재촉하기도 하지만 정작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창 밖이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마치 다른 어른들과 나의 공간이 나누어져 있는 것 같다. 지금 밖은 어떨지, 누가 있을지, 어떻게 생겼을지 나는 그런 것들이 매우 궁금하다.
오늘 무도회는 아주 크다고 한다. 그래서 화가도 옆에서 참 분주하다. 나는 왜 이걸 하는지 모르겠다. 한 번이라도 밖에 나가 놀고 싶다.
◎ 아이들이 재해석한 피카소의 작품
생일 날(조한별, 13-year-old, 2017)
성 안의 시녀들(이도연, 13-year-old, 2017)
(2) 두 번째 작품: 노란 머리의 여인(피카소, 1931
◎ 이 작품에 가장 멋지고 정성스러운 이름을 붙여주세요.
비 오는 날.(이현지, 13-year-old, 2017)
◎ 이 그림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그림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글로 써주세요.
오늘 내 이름이 들어간 말을 많이 들어왔다. 사람들에게서 나온 나의 이름은 고드름처럼 뾰족했다.
그 차가운 말에 나는 한없이 찢겨서 흩어져버렸다. 귀를 막아도 막은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아, 자꾸만 눈이 감겨온다. 피로가 내 몸을 감싸다 곧 파도처럼 불어나 내 몸을 삼킨다.
... 꿈 속에서라도 행복하게 웃길.
◎ 아이들이 재해석한 피카소의 작품
평온(윤현서, 13-year-old, 2017)
(3) 세 번째 작품: 여인의 흉상(올가)(피카소, 1929)
◎ 이 작품에 가장 멋지고 정성스러운 이름을 붙여주세요.
완벽, 거울 속.(조연지, 13-year-old, 2017)
◎ 이 그림 속의 인물은 어떤 상황일까요? 작가는 왜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을까요?
표현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나를 숨기고 겉으로만 행복하고 완벽한 나를 보여주는.
◎ 이 그림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그림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글로 써주세요.
그림의 주인공에게.
안녕? 피카소가 그린 그림을 감상하다가 이 그림이 제일 인상 깊었어.
너의 모습은 완벽해 보이지만 속에 뭔가 있는 것 같아. 마치 나를 보는 기분이야.
속에선 죽을 것 같은데 겉으론 '난 완벽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사는 것 같거든.
내 속의 나를 아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
◎ 아이들이 재해석한 피카소의 작품
안에서 흐르는, 눈물의 진실, 거울 밖과 안의 내 모습 (윤정민, 13-year-old, 2017)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리는 사람은 이 그림이 어느 사조에 속하는지,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기억해주기를 바랐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은 후대의 사람들이 남겨진 그림에 대해 부여한 것이다.
그리는 사람은 분명 그림에 담고 싶은 어떤 것이 있었을 것이다.
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것들.
이를테면 거칠지만 솔직한 감정, 간절한 메세지,
흘러 넘쳐버린 감상, 어떤 날의 사소하지만 생경했던 기분.
그것을 질감과 색과 선에 담아두었을테지.
감상자들은 작품을 바라보면서 각자의 가슴 속에 저마다 의미를 재구성한다.
아마도 피카소는 종알대는 이 아이들을 몹시도 신비롭고 푸근한 눈빛으로 바라볼 것이다.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처럼.
* 글을 쓴 이현아는
아이는 가슴 속에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존재라고 믿습니다. 비영리 독립출판사 #교육미술관통로 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200권이 넘도록 그림책을 창작하고 있습니다.
창작하는 삶을 위한 연구모임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대표입니다. 아이스크림연수원 #읽고쓰고만드는그림책수업 30차시 강좌를 진행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 살길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s://www.museum-tong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