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참,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니었나??? - 인권친화적인 말을 찾아서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들 하지요.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도 하고요.
우리의 교실, 우리의 세상이 좀더 인권친화적이고 평화로워지기를 바란다면,
우리의 언어도 함께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몇 가지, 우리 생활 속에서 종종 사용하지만 때론 인권침해적일 수 있는 표현들을 모아보았습니다. ^^
우리의 말을 통해 아이들이 더 인권친화적인 표현을 자주 접하고 쓰게 된다면,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좀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익숙하지 않겠지만, 하나씩 바꿔가요. ^^
No.1 장애우? NoNo. 장애인, YES!!
장애우.
왠지 모르게 더 친근하고 더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이 표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도나쁜 의도는 아니었어요.
기존, 사회에서 격리되고 분리되어서 왠지 멀게만 느껴졌던 장애인을 좀더 친근하게 바라보자는 의도로 쓰기 시작한 말이지요.
하지만 장애우라는 표현은 인권적인 시각에서 볼 때,적절하지 않습니다.
'우'는 한자로 벗 友 자입니다.
즉, 하나의 주체이자, 인간으로서의 한 존재라기 보다는
'동정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시혜적인 마인드가 바탕에 깔린 표현이거든요.
예전, 어떤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휠체어를 탄 이동 장애인이셨는데요,
지하철 역 계단 앞에서 휠체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자신의 휠체어를 번쩍 들더니 옮겨주더라며,
무철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이동 장애인을 도와준 사람은 배려이자 베풀고자 한 의도였겠지요.
하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도움과 친근함의 표현은 불쾌하고 불편함으로 다가가게 됩니다.
우리가 '장애우'라고 표현할 때에는 이런 시각을 바탕에 깔게 됩니다.
사실, 비 장애인들도 내가 잘 모르는 누군가가 갑자기 '친구야~' 하면서 다가오면 정말 어색하고 거북스럽잖아요.
장애인들 역시 똑같습니다.
불필요한 억지 친근함보다 그냥 '평범한 한 사람'으로 보고 대해주는 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호칭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지칭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장애우라는 표현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을 지칭할 수 없는, 1인칭 표현이 불가능한 말입니다.
스스로를 '친구'라고 부를 수 없잖아요.
즉, 장애우라는 표현은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자 타자화 하는 표현인 셈입니다.
그렇기에 장애우 보다는 장애인이 더 인권의 시각에서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덧말)
장애인의 반대말로 혹시,
'정상인' 이나 '일반인' 이라고 쓰고 있지는 않겠지요?
'비장애인' 입니다!!
No.2 미혼? NoNo. 비혼, YES!!
"아직 결혼 안했어?"
"언제 결혼할거야~"
명절날 친척들 뿐만 아니라, 우리네 학교에서는 어쩜 그렇게 '결혼'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관심'의 표현으로 이렇게들 물어보십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마음, 편하신가요?
아마, 속으로 무척 불편하실거에요.
그런데, 우리 생활 속에서는 이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쓸 때가 참 많아요.
바로, '미혼' 입니다.
미혼. 未婚.
'아직 결혼하지 않음'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낱말입니다.
이 낱말은 '결혼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또 '결혼한 상태'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결혼하는 것을 정상으로 보고, 그 정상,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는 뜻이지요.
결혼한 상태가 '기준'이어야 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미혼'이라는 표현 대신, '비혼'을 써봅시다.
비혼은 非, 즉 단순한 부정, '그렇지 않음'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적 표현이 아니라, 상태를 뜻하는 표현인 셈이지요.
그러니, 미혼보다 비혼이 더 낫지 않을까요? ^^
No.3 근로자? NoNo. 노동자, YES!!
아이들에게 '노동자'의 의미를 물으면, 아이들은 대부분
'몸으로 일하는 사람', '공장', '노가다', '더러운 옷' 등의 낱말을 떠올립니다.
심지어는 '거지', '공부 못한 사람'을 떠올리기도 하지요.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대학교수도 다 노동자야." 라고 이야기해주면 크게 놀랍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성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듯 합니다.
이런 만화가 있지요?..
근로자나 노동자나, 영어로 번역하면 똑같이 Labour 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 2개의 표현을 나눠서 쓰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노동자는 '천하고 급이 낮은' 것처럼 생각하고,
근로자는 사무직과 같은,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요?
근로라는 말은 '부지런히 일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생겨나는 오해, 그리고 담겨있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고, 때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왜냐고요?
'부지런히 일하는 것', 즉 '근로'는 자칫 잘못하면, '시키는 대로', '비판적 사고없이'를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근로라는 표현은 일제 강점기에 처음 쓰였습니다.
'조선근로정신대'라는 것을 만들고, 조선인들을 강제로 끌어들여서
'국가에 봉사하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죽도록 충성'할 것을 가르쳤습니다.
이후, 한국전쟁 중에 만들어진 '전시근로법안'에서도 역시,
국가의 통제와 지시 아래, 시키는 것을 열심히 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문제는 그 지시에 따라 열심히는 하되, 정당한 댓가를 요구할 수 없었다는 점이지요.
즉, 근로라는 표현 속에는 '통제와 지시', '댓가없이 무조건 열심히' 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근로라는 표현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근로자가 노동자보다 더 세련되고 좋은 것인양, 포장해왔지요.
매스컴 속에서 근로자는 주로 화이트칼라를 지칭할 때 사용됩니다.
노동자라는 말은 주로 '파업'이나 '공장' 등의 상황을 배경화면으로 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아실 겁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자라서 80% 이상이 '노동자'가 됩니다.
이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잘 알고,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통제에 따라 무조건 열심히 할 것'을 요구해서는 안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