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활동, 뭘하지?]국어 시간을 좀더 생기있게 만드는 OX퀴즈
고학년 국어 시간은 참 바쁘다.
읽어야 할 제시글의 분량은 교과서 4~5쪽이 기본이고, (심하면 7~8쪽씩) 단위시간은 너무나도 빠듯하다.
시간안에 읽고, 내용 파악하고, 주어진 학습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해야한다.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 글의 경우 2시간씩 묶어서 블록으로 수업하라는 지침도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기는 커녕, 헉헉거리며 달리기도 힘겹다.
긴 제시글 앞에서 아이들은 읽다가 지쳐버린다.
돌려읽기, 뺏아읽기, 함께읽기 등,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서 읽어보지만
그렇게 후루룩 한번 읽고 마는 제시글 속에서 아이들은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몇몇 선생님들께서는 '슬로리딩', '온책읽기' 등으로
국어시간을 통채로 새롭게 구성하고 계시고 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으시다면, 같은 수요일의 '유새영' 선생님의 글을 참고하세요!! ^^)
하지만, 모든 교사가 이렇게 하긴 힘들지 않겠나?
(나같은 열정less 교사만 그럴지도??;;)
그래서 조금이라도, 축축 처지기 쉬운 국어시간을 '생기발랄'하게 만들수 있는 활동을 소개해볼까 한다.
그 첫번째로, 가장 대표적인 OX퀴즈를 소개한다.
#1. 국어 첫 시간의 이야기
아이들과 첫 국어시간을 열 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여러분, 우리나라는 세종대왕 덕분에 글자를 못읽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들 해요.
그런데 실제적인 수준에서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문맹'인 사람들은 무척 많다고 하네요.
(한국일보 2016.7.6.)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469&aid=0000151848 캡춰
여러분도 느낀 적 있을거에요.
국어 시험에 꼭 나오는 이런 문제, 틀리는 분들 있습니다. ^^
(이런 문제 사진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맞어맞어. 저거 은근히 헷갈리고, 자칫하면 잘 틀려'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우리말'인 국어를 잘 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읽기 능력'이 필요한데,
이 읽기능력은 크게 3가지 수준으로 나눌 수 있어요.
수준1, 내용을 읽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수준입니다.
글을 읽고 나서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주인공은 누구인지, 무엇에 관한 글이었는지 등등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수준1을 마스터했다면, 여러분은 아까 보여준 것같은 문제를 헷갈려하지 않고 잘 풀 수 있습니다.
수준 2,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추론하고 해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주제를 찾을 수도 있고, 글에 또렷하게 나와있지는 않지만,
글에 비추어볼 때 앞이나 뒤의 내용이 무엇인지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수업시간에 학습목표로 달성하게 되는 것들입니다.
수준 3, 글쓴이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해보는 수준입니다.
글쓴이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논리와 생각을 비판하거나 찬성할 수 있어야 해요.
단순히 난 이게 좋아, 싫어를 넘어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단계이지요.
난, 우리의 국어 수업을 통해서 적어도 여러분이 수준 1은 넘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글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명확히 기억하거나 설명할수도 없는데,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분석할 수 있겠어요?"
#2. 그래서 OX퀴즈랑 무슨 상관인데?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아이들에게 설명한 읽기능력 수준은 순전히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에 의한 것이며,
특별한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교과서의 구성을 살펴봐도 이 읽기 수준의 단계는 비슷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말해본다. ㅎㅎ)
보통, 국어 교과서의 구성은 제시글을 읽고, 이 3단계 수준에 따라 질문이 제시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보통, 제시글 바로 밑에 나오는 질문들이 수준1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제시글은 무척이나 긴데,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은 몇개 없다.
그러다보니,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이 빈틈을 메꿔주면서도 덜 지루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OX퀴즈다.
어찌보면, OX퀴즈는 수업활동에서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러나 이것만큼 '뻔한 문답식'이나 '문제풀이'를 넘어
아이들이 제시글을 얼마나 잘 읽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활동이 별로 없는 듯 하다.
하지만, OX퀴즈를 국어 수업에 활용하는 까닭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사로서 필자는, 읽기능력 1수준에 의거하여 활동을 계획하고, 퀴즈 문항을 구성한다.
나만의 엉터리같은 교육철학(?)일지도 모르겠으나,
교사는 자신이 쓰는 수업전략을 '왜, 어떤 의도로'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교사의 전문성 아닐까 싶다.
#3. OX퀴즈, 방법을 말해봐!!
1) 교사는 먼저 제시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10~15문제를 ppt로 만들어둔다.
(첨부파일로 예시를 올려놓았습니다!!)
2) 학생들은 제시글을 미리 읽어둔다.
(수업이 있는 날 아침활동, 자투리시간 활동으로 제시하면 좋다.)
3) 수업 시간이 되면 제시글을 다시 읽을 시간을 4분 가량 준다.
4) 읽기가 끝나면, 교과서를 덮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선다.
5) 화면을 통해 제시되는 문제를 읽고, 교사의 신호에 맞추어 팔로 크게 O 아니면 X를 그린다.
신호를 주지 않으면, 문제를 빨리 읽은 아이가 미리 답을 표시해버리고,
다른 아이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베낀다'.
6) 정답을 공개하고, 틀린 친구들은 자리에 앉는다.
7) 활동을 마친 뒤, 반드시 제시글을 다시 읽는 시간을 가진다.
특히, 자신이 틀린 부분을 중심으로 보게 하면 효과적이다!
물론, OX판을 활용해서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서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아이'이며,
신체움직임에 대한 욕구가 '충만하고도 넘치기' 때문에,
일어서서 하는 걸 더 재밌어라 한다.
맞춘 아이들의 함성소리,
틀린 아이들의 한숨소리가 어우러져서 교실이 다소 왁자지껄해지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공부가 지겹다기보다 '재미있는' 어떤 것으로 이미지화하는 효과도 있는 듯 하다.
(지겹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인식할 때와
즐겁고 행복한 것으로 인식할 때의 학습효과 차이는 알고 계시리라 믿고...)
#4. 몇가지 팁!!
처음 인디** 등을 통해 이 OX 퀴즈를 알렸을 떄, 제법 많은 수의 선생님들이 쪽지를 주셨다.
지나치게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틀린 아이들을 비웃거나, 자신이 틀리지 않으려고 중간에 슬그머니 바꾸는 아이도 있고,
그 아이를 비난하는 무리도 생긴다고,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1) '보상'을 없앨 것
2) 기회를 여러번 줄 것
이었다.
OX퀴즈를 하다보면, 정말 순간적인 착오로 틀려서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필자의 경우, 10문제를 하면서도 '부활'의 기회를 최소 2번정도 주는 편이다.
그래서 가급적 마지막문제에서 대부분의 아이가 살아있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 대부분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도 있고,
중간에 틀려서 자리에 앉는 것이 싫어서 슬그머니 바꾸는 '치사한' 짓을 하지 않는다.
(물론, 교사가 어떻게 해도 끝까지 그러는 녀석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런 녀석에게 초점맞추고 야단치고 싸우느라(!) 분위기를 흐트러트리기 보다,
그렇지 않은 녀석들에게 더 많이 웃어주면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 더 가치롭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맞고 틀림에 '목숨걸지 않는' 학급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바탕이 되어야 할 듯 하다.
기본적으로 이 활동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가르고,
다 맞춘 아이에게 보상을 주는 식으로 경쟁을 전제로 하는 학급에서는
아이들이 '학습활동'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 승리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5. 다른 과목에서도 쓸 수 있을까?
다른 과목에서 쓰고 말고하는 건, 교사의 재량이다.
하지만, 필자는 OX퀴즈를 국어시간 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사회나 과학 수업할 때에도 종종 사용해보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국어 시간, 읽은 내용 확인을 위한 OX퀴즈에 비해 미적지근하다.
다른 과목의 경우에는 대체로 선행학습의 효과라던지,
혹은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너무나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틀리고 맞음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이런 '정답'이 뚜렷한 OX퀴즈에 대해서는 지레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어 시간, 읽은 내용을 확인하는 OX 퀴즈는,
그 시간, 집중해서 읽으면 자신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의욕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실적으로, 1명의 교사가 성취수준이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개별적으로 맞춰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가 '도전해볼만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국어시간의 OX퀴즈는 이런 점에서 의미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