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콜라 워크숍 오프톡]교사들은 모르는 '학부모' 세계 다시 보기-1
에듀콜라 필진 워크숍에서 항상 하던, '인권'에 대한 이야기 말고, 좀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권 이야기는 글을 통해서도 항상 하니까.
그래서 선택한 주제는 '학부모'의 삶.
휴직을 하고, 온전히 학부모로 살아가면서 느낀 것을,
학부모로서 바라보는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알게 된 점을 나누고 싶었다.
오프톡으로만 끝내기 아쉬워,
이 글에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
아침 7~9시, 아이들의 등교를 위한 폭풍이 몰아친다.
아침밥, 세수, 준비물 체크 등으로 정신없이 몰아치면서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에 보낸다.
이건 사실, 휴직 전부터 예상했고 해오던 일이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 오히려 아이의 하교 이후였다.
1학년이기에, 12시 40분이면 학교에서 나온다. (방과후를 하지 않는 이상!)
12시 40분부터 학교 근처로 첫째를 마중나간다.
가방을 건네준 첫째는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로 후다닥 달려나가고,
난 다른 '엄마들'과 함께 놀이터 근처에 서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의 알림장, 학습지 등등을 확인하고,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2시 반이면 이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슬슬 사라진다.
다 각자의 스케줄을 따라 이동한다.
피아노, 태권도, 영어, 수영 등등,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아이들의 스케줄표는 빡빡하다.
하루에 2~3개의 학원을 오간다.
그 이동을 책임지는 건 '엄마들'.
1시간 남짓의 학원 수업, 그리고 그 사이사이이 이동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 역시, 시간이 20~30분 단위로 쪼개진다.
무엇을 제대로 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엄마들은 말한다.
엄마의 삶은 '길 위에서 보내는 삶' 이라고.
학부모가 되기 전, 교사의 입장이었을 때의 난,
이런 엄마들의 생활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스스로 왔다갔다 할 수 있게 해야지. 언제까지 다 해주려고 그래? 저건 과잉보호야."
"1학년인데 뭘 그렇게 많이 시켜? 다 엄마 욕심이지."
"학교는 보육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지. 당연히 나머지 시간은 엄마들이 책임져야 하는거 아니야?
왜 자꾸 학교에 방과후니 돌봄교실이니 이런 부가적인 책임을 지우는거야."
그러나, 학부모의 삶을 온전히 살고 있는 지금은,
저 말이 얼마나 섣불렀는지 깨닫는 중이다.
지금의 세상은 우리 어렸을 적과는 달리, 너무 위험한게 많다.
교통도 복잡해졌고, 납치 등등의 섬찟한 일들도 참 많다.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기에,
엄마들은 아이를 '내놓아도' 괜찮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 엄마들이 취하게 된 액션은 직접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것.
이걸 과연, 단순히 엄마들의 '과잉보호'라고만 할 수 있을까?
2시 반이면, 함께 놀 아이들이 놀이터에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팀'을 짜서 수영/축구 등을 배우고, 그 속에서 함께 어울려 논다.
복잡해지는 입시, 그리고 학습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엄마들 사이에서는
'1학년때 예체능 기본기, 영어 능력을 닦아놓아야
나중에 국어, 수학 등 시험 대비를 할 수 있다'는 신념이 만들어진다.
이 생각과 경험이 어우러져서 아이들은 1학년때부터 각종 학원을 오가게 된다.
이게 단순히, 엄마의 '욕심' 때문인 걸까?
엄마들도 이렇게 말한다.
"그냥 노는게 제일 좋은 건 알지만, 그렇게 놔두기엔 불안하다." 고.
엄마 역시 한 명의 '인간'이기에,
무엇인가 이루고 싶고 성취하고 싶다는 인간 본연의 욕구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 교육에서는 학교에 있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엄마'에게 주어진다.
한 개인으로서의 무엇을 하기엔 시간도, 상황도 허락하지 않는다.
과거, 대가족 체제나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던 곳에서는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부분의 가정이 핵가족이 되고, 각자 작은 단위로 분절된 사회에서는
아이를 돌보는 모든 책임과 역할이 엄마에게 집중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엄마들에겐 참 부족했다.
만약, 그나마 방과후수업이나 돌봄 등도 없었다면 어땠을까?
솔직히 아찔하다.
한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고 보살필 책임은 '엄마'에게만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 우리네 학교는
한 아이를 온전히 길러내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있는가?
안전의 문제에 있어서,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함께 연대하고 책임지려는 고민과 시도가 있는가?
혹시, 모든 걸 '엄마'의 몫으로만 미뤄왔던건 아닌가.
엄마들의 욕심을 비판하기는 참 쉽다.
그리고 학교의 역할에 대해 '교육만'으로 제한하는 것도 참 쉽다.
그러나,
어쩌면 그 말 속에는,
복잡하게 얽힌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가린 채,
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형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로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첫번째 깨달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