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때기 독서시간]#7. 교실 속 '선생님 자리'를 다시 생각하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하루종일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합니다.
교실은 수업과 교육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교사의 업무공간이기도 하지요.
그러다보니 교실에는 ‘선생님의 자리’가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게 됩니다.
학생들은 ‘선생님 자리’가 항상 궁금합니다.
특히 저학년으로 갈수록 그 궁금증과 호기심은 하늘을 찌르지요.
업무중인 모니터를 뒤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학생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해봤고,
(특히 시험문제를 내고 있다거나, 학생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작업을 할 때는 정말이지,
신경이 곤두서곤 하지요.)
제 개인적인 물건을 자꾸 만지작거려서 신경이 쓰인 적도 많습니다.
뭐, 그러다가 한 두 번 망가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선생님 자리에 접근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장벽을 치곤 합니다.
선생님을 부를 때엔 몇 발자국 떨어져서 부른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테이프를 붙여놓고 이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저는 아예 여분의 책상을 둬서 보조책상으로 쓰면서 자연스레 출입을 막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던 중, 알쓸신잡 시즌2에서 ‘유현준’ 교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법 매력적인 얘기를 던져주시기에 이 분의 책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안그래도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터였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지요.
인상깊게 읽은 몇 개의 구절을 소개합니다.
이 구절을 읽다가 우리 교실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흔히 ‘선생님 자리’라고 선을 그어놓은 공간 말입니다.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교실인데, 교실의 특정 영역의 사용과 출입이 막혀있다는 것.
어쩌면 이것도 ‘넓이와 면적을 차지함으로서 권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교사와 학생 사이의 계층을 은연중에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위에서 말했듯이 교실은 교사의 업무 공간이기도 합니다.
각종 기밀(?) 서류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다루기에,
아예 공간을 분리하지 않을 수만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교실은 ‘공공의 공간으로 돌려주고,
교사의 업무공간 등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교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분리’해서 따로 점유하기보다는요.
교사-학생이라는 수직적 위계구조를 교실 공간의 배치로 굳이 ‘강조’하지 않는 것,
교실만큼은 차별이나 소외, 계층이 드러나지 않는 공동의 공간이 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교사의 연구실이 따로 있어서 개인적인 물품이나 기밀 서류등을 보관하고,
교실은 온전히 함께 삶을 영위하고 수업과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공동의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교실 내의 구조를 좀더 평등하게 만들 수도 있고,
교사의 사적인 부분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