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일기장]Episode 2. 걸림돌
“언니, 땡땡이 엄마 알아요? 인사해.
땡땡이 엄마는 원래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지금 휴직중이래.
근데 사람이 참 괜찮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친하게 지내는 동네 언니가 나를 다른 엄마에게 소개시켜주면서 한 말이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서도 동네 언니의 이 소개말이 마음에 콕 와서 박혔습니다.
드디어, 휴직한지 1년 반만에, 커다란 걸림돌 하나를 넘어선 기분이었거든요.
휴직을 시작할 때의 목표는 딱 하나.
말로만 듣고, 간접적으로만 알았던 ‘학부모의 마음과 삶’을
내 몸으로 온전히 체험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력했습니다.
일부러라도 일명 ‘엄마들 모임’에 더 참여해보려고 했고,
아이 친구의 엄마가 아니라,
나 자신의 동네 친구를 만들려고 했지요.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찌되었든, 처음 만나는 동네 엄마들에게 나의 ‘교사’라는 직업이
살짝, 아주 살짝은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걸림돌을 넘어서기 위해서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제법 ‘성공적’으로 걸림돌을 넘어섰다고 자부해봅니다.
돌이켜보면 교사라는 직업이 걸림돌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진짜 걸림돌은 ‘교사‘임을 의식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물론, 교사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두렵다는 이유,
그들이 내 행동 하나하나를 왜곡해서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학교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 등등,
교사임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말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면,
어쩌면, 제 마음속 한 구석, 어딘가에는
‘난 교사고, 그냥 전업주부들이랑은 다르다’ 라고 생각하는
우월의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모든 교사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제 자신의 반성일 뿐입니다.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금을 긋고, 선을 나누고,
또 ‘급’을 따지는 마음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그런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마음이
엄마들과 온전히 사귐에 있어 걸림돌이 되었었다고,
이렇게 늦은 반성과 고백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