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때기 독서시간] #2.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업을 하고 있는가?
마르지않는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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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10:45
오늘 소개할 책은 문학동네에서 2013년에 나온 조엘 디케르 작가의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입니다.
이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두번째 책을 쓰지 못하는 작가,
마커스 골드먼 이라는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아니, 마커스의 멘토로 등장한 대작가, 해리 가 주인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종일 처박혀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글이 나오지 않는 마커스에게 해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마커스는 성공을 거둔 작가로서 더 좋은 두번째 책을 써야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렸습니다.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글에 아무런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도록 했고,
글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지요.
교사로서 수업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교사니까, 더 좋은 교사가 되어야 하니까, 잘 가르치고 싶으니까 같은 '의무감'은
어쩌면 우리의 교사됨과 수업을 더 멀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수업을 잘 하기 위해서 시도하는 각종 교수스킬과 대화법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삶에 '의미있는'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진짜 좋은 수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냥 '소설'로서도 참 매력있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평범하게, 작가로서의 고민을 털어놓는 듯 시작했던 소설이 2장으로 가면서 급변하지요.
'미스터리 추리물'로요.
작가 해리의 집 정원에서 유골 하나가 발견됩니다.
바로 3년 전에 실종된 15세의 소녀, 놀라의 유골이었지요.
유골 위에는 해리가 쓴 '악의 기원'이라는 소설의 초고가 놓여있었고, 그로 인해 해리는 살인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해리는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합니다. 놀라는 자신이 사랑한 여자였다고 말이지요.
15세의 소녀를 사랑한 30대 중반의 남자가 대작가라니! 사람들의 비난은 더더욱 거세집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멘토가 살인용의자 위협을 받게 되자, 마커스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문제는, 사건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어디 한 조각씩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그 빈곳을 찾아 맞춰가는 퍼즐게임같은 느낌이지요.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지만, 그렇다고 읽기에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동시에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나 추리물만은 아닙니다.
글 곳곳에 삶의 지혜가 곳곳에 배여있습니다.
멘토 해리가 제자인 마커스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책의 큰 줄거리인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책의 호흡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스포가 되니까, 여기서 줄이도록 하지요.
한 주를 끝낸 금요일 저녁, 손에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못주무시는 책이 될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