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담임이야] #13.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3)-학예회[우리는 셀럽이 되고 싶었어요]
[6학년 담임이야] #13.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3)
학예회[우리는 셀럽이 되고 싶었어요]
2학기면 다시금 돌아오고야 마는 행사!! 바로 그 행사의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바로 학예회. 작년에는 소규모 학교라는 특성상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의 덕(?)을 톡톡하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주르륵하고는 쏟아져 나오는 연극과 다양한 공연 주제들로 무대를 한껏 빛낼 수 있었습니다.
그냥 편하게 그렇게 이루어지면 더 없이 좋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작년과는 또 다른 상황입니다.
이 곳의 실정은...작년과는 많이 다릅니다. 특히 우리 반 친구들의 경우는 말입니다. 그 무엇에도 쉽사리 유혹되지 않는, 절대 가벼운 ‘우리’가 아니기에, 더욱이 적극적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6학년이기에 그 어떤 것을 하고자 할 때에는 ‘우리 반’ 친구들의 관심과 생각에만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합니다.
이렇게 집중해서 열린 학급회의.
학급회의 첫 시간에 결정된 주제는 치어댄스. 하지만 우리는 한 번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의견들의 충돌을 경험하고는 다시 한 번 더!! 또 한 번 더. 그래서 우리는 최종 복고댄스로 합의와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정에 예상하지 못한 작은 턱들..;; 턱들을 무사히(?) 잘 넘겼으니 턱의 내용은 상황상 패스하겠습니다.)
우리 반은 셀럽파이브의 ‘셀럽이 되고 싶어’ 음악으로 최종 셀럽파이브의 ‘복고춤’을 공연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네, 다행스럽게도 결정까지는 너무도 수월하게 잘 되었습니다. 우리는 셀럽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다들 손까지 들어가며 전원 합의로 복고춤을 결정은 하였으나 그 누구도 먼저 앞으로 나서주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하지만 이 순간 볼 수 있는 모습은.
누가 무슨 신호라도 날려주듯 너무도 수동적 움직임만 기다리는 우리 반의 모습만...
셀럽은 되고 싶은데 몸은 따라 주지가 않는다는 우리들입니다.
어찌해야 하나요. 능동적 움직임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뿌리 깊은 힘이 필요한데 말이죠.. 다들 춤에는 재능이 없다며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어 대기만 합니다.
훗...‘못 살아, 설.마. 내가 해야 하.는.건.아.니.겠.지...’ 하는 고민에 휩싸여도 봅니다. 늘 하는 고민이기에 나도 익숙한 듯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누군가의 눈빛을 기다리고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몸치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는 마음.
이렇게 마음만 태우고 있기를 3일...
살짝 내성적이던 열정 가득한 부반장님이 서서히 몸을 움직여 주시는 겁니다.
고맙게도 어쩜 슬슬~이야기도 해 주시는 겁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작은 무대를 가져 본 적이 있다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오!!~~~이런 반갑고 고마울 때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살짝 부끄러워하는 우리 부반장님을 응원하고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몸에 리듬이 있는 이 친구의 댄스에 다들 응원하기 시작했고 이 친구가 바로 우리의 리더이자 셀럽이 되어 주셨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연습이라는 노력을 쏟기 시작했고 함께라는 땀을 흘려가며 하나의 무대를 준비해 나갔습니다.
이 때면 저는 학예회에 대해 늘 또 다른 생각과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위해...’ 이런 생각들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다들 이해하시죠?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흥을 보면서 가지게 되는 또 하나의 생각. 아이들이 순간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다시금 내 머릿속 질문들이 희미해져 가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시간들과 함께 우리의 움직임들은 더 익숙해지고 숙련되고 더 정교화되어 가야 하는데 말이죠...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는 데 있었습니다.
6학년의 움직임...
그렇습니다. 끌어올려 주어야 하는데 말이죠. 셀럽이 되고 싶으시다니까요!!!. 나는 6학년 담임이잖아요!!
그래도 다행히. 타이밍 참 절묘하죠. 또 다른 한 명의 아이가 허리의 유연함을 뽐내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불꽃이 튀기 시작했습니다. 셀럽이 될 이 아이의 움직임에 다들 필을 받기 시작했고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가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에 아이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함께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일주일이 흐르고 남은 일주일은 수업을 마침과 동시에 20분의 연습시간도 추가로 가져야 하는 상황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2주가 흐르고 무대는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가성비와 함께 실속있게 할머니가 입는 고무줄 통바지를 입기로 했습니다. (몸빼바지라고도 하죠^^)
고무줄 통바지를 입은 셀럽이 되어보기로!!
이렇게 우리는 셀럽이 되어!! 작은 무대를 위해!!
또 하나의 짧은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도 함께 흘린 땀도 모두 뿌듯함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6학년이니까요. 그래서 더 특별하고 더 유의미할 수 있었습니다.
무대가 끝난 지금 우리는 지난 무대에서의 뽐낸 셀럽의 열정을 가지고 다시 우리의 가장 큰 여행인 ‘6학년 2학기’ 라는 여정에 다시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함께 그리고 또 다른 특별함을 추억하기 위해 이 여정에 열정을 다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작은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그런 열정과 믿음을 보았기에 충분히 그렇게 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6학년의 멋진 셀럽이 되어주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