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담임이야] #12. 내가 듣고 싶은 말...
[6학년 담임이야] #12. 내가 듣고 싶은 말...
내가 듣고 싶은 말...
수학여행이 아닌 수행여행을 다녀온 터라 많은 생각들이 스물스물 아지랑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 머리 속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지난 학기 아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나는 선생님이라는 짐을 엄청 무겁게 짊어지고 있는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들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더 안내하고 설명하려 했고, 더 참으려 했다는 것을 이제야 인정이 되나 봅니다. 그간 마음은 많이 탔는데 아이들에게는 그저 같이 가자고 기다린다고만 한 내가 참 답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디어 선생님인 나도 학교가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늘 에너자이너로만 불리웠던 내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에너지가 방전된 채,
충전을 위해 콘센트를 찾아다니는 내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조금만 더 지혜롭게 대처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드니 말입니다.
하..네.. 수학여행 아니 수행여행을 하고 돌아온 나.
어떻게 해도 안갈 수 없는 6학년의 필수 코스.
이 코스를 경험하게 되면서 나는 드디어 내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한 오만가지 생각들을 버퍼링하고 있었습니다.
그 간단한 것을 나는 지금까지 하지 않았을까. 다른 표현은 잘도 하면서. 그렇게 듣고 싶어하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하지는 못했던 말이 있었네요. 그렇게 돌리고 돌려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던가 봅니다. 물론 학기초 보다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가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직접 요청을 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소통하면서 힘을 냅니다. 표현하고 표현하는 말을 들으면서 에너지를 충전을 시키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반 친구들이 너무 표현을 하지 않으니 선생님 에너지가 이제 다 된 것 같아요. 선생님이 힘을 내기엔 이젠 더 이상 선생님의 마음에 저장된 에너지가 없어요. 6학년 2학기라는 우리의 여행을 위해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표현하면서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소통을 통해 선생님도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
이 말이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요. 아이들이 다른 생각은 아예 접어두고는 이 아이들도 그 전 아이들처럼 이 아이들도 당연히? 언젠가는? 해 주겠지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네..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내 에너지가 이 정도로 방전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된 거겠죠.
어찌 되었든 이 말을 들을 아이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요?”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말과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다르잖아요?”
입이 너무도 묵직한(?) 아이들이었기에 이 반응만으로도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들었을 때 기분 좋을 말을 어른에게 한다고 생각하면 똑같지요, 선생님은 서로 긍정적인 소통을 통해 좀 더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서로 마무리 정리를 하고 종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몇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오더니
“선생님 오늘도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 선생님 덕분에 많이 웃어서 행복했습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도 많이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가 봐도 쉬운 말인 것 같지만 내가 아는 우리 아이들은 이런 말은 닭살 돋아서 못하는 아이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만 생각하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 내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던 걸까요?.아이들이 바뀐다는 생각을 잊고 있었던 걸까요..결국 원점으로. 내 생각을 다시 돌아봅니다.
참, 이 말이 뭐라고 싶으면서도 아이들이 그 말에 웃음이 피식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내 모습에 아이들도 같이 웃고 있었습니다.
이 어렵지 않은 말 한마디에 그렇게 끙끙거리기만 했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할 말이 없어집니다.
관계도 소통도 이런 거였네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내가 요청해야 하는 거구나... 나도 말을 해야하는 거구나.
‘말을 해야 알지요’ 라며 자기표현 좀 해달라며 늘 아이들에게 말하던 내 모습이...말 없이 머릿속에 그려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