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8. 아이들과 함께 한 1박2일의 스키캠프
시골살이#8. 아이들과 함께 한 1박2일의 스키캠프
아이들이 그렇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체험학습. 눈. 1박2일. 스키. 밤에 하는 물놀이, 고속도로, 강원도, 휴게소 간식. 친구들과 보내는 밤. 이 모두가 아이들에게는 설렘 그 자체로 하루하루가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침 8시 30분. 20명 전교생이 인원점검 후 바로 버스로 탑승. 강원도 용평으로 출발했습니다. 학교내 모든 선생님과 교장선생님도 함께 차에 올랐습니다.
버스를 아이들의 여행은 벌써 지난 주말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차안에서도 간식과 수다로 입을 풀던 아이들은 휴게소를 보자마자 바로 환호성을 지르며 뛰쳐나가 케첩 그득그득한 소떡소떡과 소세지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신나는 분위기 함께 차를 타고 3시간 반이 흘러 강원도 용평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일정이 극기훈련이 될 것이라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드디어 숙도 주차장에 도착.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우리는 바로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짐을 풀면서 누군가 차에 장갑을 두고 오기 시작했고 모자를 잃어버린 아이가 생기면서 조금씩 여유가 사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예정된 스키강습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는 발걸음을 앞세워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시간다툼이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식사 후 빠르게 스키장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기다리던 스키강습 선생님이 우리를 맞아주셨고 이내 아이들은 장비를 챙겨 스키선생님과 함께 스키장에 발을 디뎠습니다.
3명의 아이 외에는 모두가 스키장이 처음이었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설레고 흥겨운 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내리는 눈과 함께 땅으로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과정을 반복해 가면서 눈을 느끼고 있는 아이들. 이렇게 시작된 스키강습 2시간도 사뿐하게 넘긴 아이들. 스키와 플레이트를 반납하면서 또 다시 시간에 대한 조임이 발생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에겐 활동보다 준비시간이 더 필요했나 봅니다. 화장실을 오가면서 아이들이 계속 계단을 혼동하고 우리와 잡기놀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훗. 다행히 그다지 큰 장소가 아니어서 아이들은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반납을 마치고 또 다시 우리는 저녁 물놀이 수영복을 챙겨 저녁을 먹으러 다시 식당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나서 움직였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마음이 바빴습니다. 물론 아이들에 비해 선생님의 수가 많다고 생각하실 테지만... 한 아이당 한 번이상의 손길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들이기에, 어쩌면 늘 혼자보다 누군가의 도움이 익숙한 아이들이기에 우리의 마음이 바쁜지도 모릅니다.
추운 곳에서 한참을 있었던 아이들은 따뜻한 물과 함께 다시 한 번 몸을 풀어(?)주었습니다. 이렇게 1시간의 물놀이를 마치고 우리는 아이들이 씻는 것을 도왔습니다. 아직은 머리를 감는 것에도 많이 익숙하지 않은 1학년, 헤어드라이까지 사뿐하게 마치는 고학년. 1학년은 더 아기 같은 느낌이, 56학년은 다 큰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요.
어느 새 아이들은 숙소에 도착해 간식으로 제공된 치킨에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방에 모여... 6학년이 그렇게 기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습니다.
1학년 동생 : 아!!!!!!밖에 누가 지나가나봐 무슨 소리 들려. 귀신인가 봐. 엉엉엉 엉엉.
6학년 언니: 아니야. 귀신 아니야. 괜찮아. 아무도 못 들어 올 거야. 문 잘 잠겨져 있어. 괜찮아 언니가 있잖아. 울리마. 언니가 안아줄게. 이리와.
간식을 챙겨준 후 아이들의 방에 귀를 쫑긋하자 이런 대화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진한(?)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달랬고 아이들 컨디션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 선생님들도 숙소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돌아온 숙소. 이 하루는 아이들을 안내했다고 하기도 내가 너무 숨 가쁜 하루였다는 사실에 우리는 모두 숨돌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극기훈련 같은 하루가 드디어 다 지나갔습니다. 모두 숨을 고르고 어느 새 오늘 있었던 이런 저런 일들을 이야기하며 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다시 스키강습을 위해 스키장으로 갔습니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눈싸움에 마냥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세상을 다가진 듯 행복한 웃음을 보이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이 아이들이 항상 그런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장비 탓에 몸을 움직이기에도 편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미끄러져도 좋고, 넘어져도 좋고 마냥 눈이 좋아만 보였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다시 2시간의 스키강습을 터프(?)하게 잘 소화를 하고는 우리는 고요한(?) 코소리와 함께 학교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숙박을 한 체험학습이라는 점에 아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고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화요일과 수요일이라는 1박2일의 일정 속에 아이들과의 추억과 함께 감기몸살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덤으로 받아야 했던 체험학습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의 체험학습. 이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했던 중요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왜 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지 이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없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를 믿고 따라주어서 더 소중했던 더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제 2018년의 모든 체험학습이 마무리 되었고 2학기 1주 1체험학습이라는 다이나믹한 일정들도 끝이 났습니다. 이렇게 이곳에서의 또 다른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나는 온전한 일 년의 추억을 간직한 채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힘든 만큼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깨달았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내게 또 다른 상황이 오더라고 올해 깨달은 이 많은 것들은 쉬이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년에는 좀 더 기운을 찾아 힘차게 걸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올해를 정리해 볼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