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4. 아이들의 눈물.."선생님 우리에게 욕심을 버리지 말아주세요"
아이들의 눈물...“선생님 우리에게 욕심을 버리지 말아주세요”
오늘은 우리반의 작은 일상을 그려볼까 합니다.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학예회로 너무도 기분 좋게 들뜨고 흥분되어 있는 분위기로 즐겁기 그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남녀 함께 부채춤을 추기로 한 우리반 이쁜이들이 총연습때 느낀 성취감으로 인해 그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란 더욱 쉽지 않은 터였습니다
사실 우리반이 학예회 종목을 정할 때도 많은 고심이 있었습니다. 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급회의를 100%아이들의 선택에 맡겼었고, 그 와중 5학년에게 부채춤 제의가 들어왔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반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정중히 사양을 했었던 터였습니다. 우리반에서 열린.. 3번의 학급회의를 세심히 지켜보다 제가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회의를 계속해서 지켜봐왔습니다. 그런데 3주 사이 결정에 너무 많은 방황과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즈음에서 선생님이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물론 선택은 여러분이 하는 것이므로 선생님은 안타까운 모습에 한 번 해보는 제안입니다. 하고는 이렇게 결정에 무리가 따르고 시간은 흐르고 있으니 우리가 부채춤을 해서 학예회의 꽃이 한 번 되어 보는 것도 너무 대단한 용기와 멋진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저의 일장연설 아닌 제안과 설득이 시작되었고.....30분 후 아이들...나를 닮아 너무 쉽게 나의 말을 담아버렸습니다. 머리와 마음에^^;;
이렇게 큰 꿈(?)을 마음에 담은 아이들이었기에 그 열정이나 노력 또한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남학생들요? 이유불문..ㅎ처음부터 그냥 ‘우리반과 함께라면’ 이라는 아름다운(?)이유로 멋지게 부채춤을 출 수 있다기에 저도 많이 놀랬습니다. 사실 여학생들이 부채춤을 추게 되면 남학생들은 다 함께 다른 공연을 생각중이었거든요...세상에 이런 이쁜이들이 어디있겠습니까?...단 옷은 자색으로 선택하고 싶답니다. 귀족의 색으로요(한창 골품제 놀이에 빠져있던 때라..사실 아직도 그렇습니다만^^;;)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급기야 수업시간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김백균선생님의 배움디자인이라는 글에서 학생과 교사가 부담없는 수업~^^이라는 말이 너무 공감이 가고 동감하지만,,,^^;;아직 제가 미흡한 부분이 많아 그런지 실제 실행이 쉽지 않더라구요..^^무언가 모순이 있긴 하듯하지만 여튼 저는 지금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를 수업과 과제로 연결을 시키니 말입니다.^^;; 하브루타수업으로 인해 제가 조사과제가 있다는 것에서 그 부분에 대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수업모니터와 래포형성 측면에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익명으로 설문조사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브루타 수업에 흠뻑 젖어있고 즐거워하고 있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제가 더 그렇게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그래서 그순간부터 저의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번주 조사과제를 해오지 않은 아이들이 27명 중 1/3이 나왔고 저는 그러던 중 다시 책임과 권리를 논해가며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않은 지겨운 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지 3일째 되던 날 저는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사실 파업이라기보단 선생님이 학습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1번은 선생님이 주인공, 2번은 여러분이 주인공!! " 선생님은 여러분이 학습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준비만 되어있다면 선생님이 이 자리에서 코피터지고 쓰러지는 한 이 있어도 여러분을 위해 안내하고 지지해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라는 것이 제 지론이고 아이들 역시 3월부터 저의 이 지론에 취해 물들어있었기에 늘 스톡홀름에 빠져살아있는 지금입니다.그리고 1학기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다 2번 수업을 해주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겠지요.네~물론 능력은 부족하지만 제 노력껏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이 수업시간에 주인공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지만 선생님이 볼 때 주인공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못했기에 옆에서 보는 선생님은 그것이 습관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선생님이 다시 주인공이 되어 여러분이 바른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옳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자신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선생님이 1번과 2번의 수업 선택권을 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라고요...
저는 극단적인 수업을 이행하기전 진지한 자세로 잠깐의 의미심장한 말을 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조사해오고 하브루타 수업을 잘 해준 것만으로도 선생님은 충분히 고맙습니다. 어쩌면 선생님 욕심이 너무 많아 여러분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많은 부담을 지웠다면 미안합니다. 선생님이 욕심을 버리면 되는 것을 여러분을 힘들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선생님 여기에서 하브루타 수업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얼만남지 않은 5학년 서로 부담없이 기대없이 지냈으면 합니다". 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전날 설문조사에서 수업방식을 묻지 않았는데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에서 27명 전원이 놀랍게도 하브루타 수업 더 자주해주세요,,라는 답이 나왔던 것에 힘을 얻어 저도 모험을 시작한 것이었습니다^^;;제 자랑을 하고자 한 것은 아닌데,,,글의 분위기가..죄송합니다^^;;오글거리더라도 우리반 분위기가 오글거리는 분위기인지라,,양해부탁드리겠습니다^^)
아이들, 이내 다 눈이 휘둥그레 놀랐고,,한 명이 눈을 비비고 있길래 저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그 아이...눈물이 계속 흐르기 시작했고..이내 나비효과처럼 아이들이 한 둘씩...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저는 이런 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이 분위기...순간 저도 울컥하고..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이어갔고..나름대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리고 수업은 여느때와는 너무도 다르게 엄숙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저도 어찌할 수 없는 이 분위기...아....제가 만들었으니 어찌할 수 없겠지요..제가 말을 너무 진지하게 했나...에휴...;;이 날 저도 마음이 많이 착찹한 마음으로 쏟아 넘치는 일들을 마무리 하려는데... 6명의 아이들 집으로 가지 않고 옆에서 계속 보채기 시작합니다. "선생님 왜그러세요,,그러지 마세요. 우리 하브루타라도 하면 안되나요? 우리한테 한 번 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안됩니까?" 하고는 울며 보채기 시작하였고 저는 더 세게~왜 선생님이 그렇게 해야하죠? 꼭 하브루타 안해도 수업되잖아요? ..."선생님이니까요!!"..
라는 말을 하는데도...부동도 하지 않는 나..
저도 터지는 일들에 지쳤었나 봅니다. 짠한 마음에 울컥은 하지만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더군요..
나쁜선생님같으니라구!!!저 스스로에게 계속 이말만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역시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한데...나의 스트레스들을 한탄하며~저녁6시까지 조르던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는...잠시 후 그 울음보를 터트렸던 사랑이라는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울먹이며 하는 말.."선생님 저한테서는 욕심 안버리시면 안돼요? 저한테는 선생님이 욕심 더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어요...저 선생님이 더 크게 기대하고 더 많이 뭐라고 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을 트기 시작했습니다.
아...순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 아이..정말 나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구나....(사실 이 아이, 행동은 많이 어리광을 피지만 항상 학습문제 맞히기 제일 좋아하고 느낀 점 발표하기, 더 알고 싶은 점 발표하기가 제일 신나고 재미있다는 아이입니다. 그만큼 예리하고 감성이 풍부한 아이죠^^언제나 제 곁을 떠나지 않는..저와 대화가 통하는 아이죠..)
저는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고..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이와 통화를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아이의 마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저는 약속대로 어제말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고.사회수업중 다시 등장한 단어 " 권리와 의무" 라는 단어였습니다. 아주 예리한 나의 보디가드 절대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바로 손을 들고는 "선생님 저희에게 다시 기회를 주시면 안됩니까? 다시 한 번 저희들이 의무를 다해서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라고 발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용기에 저도 엄청 놀랬네요..,이내 친구들도 다같이 외치기 시작했고..사실 저도 불안불안했던 터라 그러마하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내놓은 제안은 "우리 중 5명 미만 조사나 복습을 해오지 않는다면 공동체의식을 발휘해 수업을 하지 않고 해온 사람도 다 같이 다시 과제를 하겠습니다". 훕~이 아이 저와 딜도 할 줄 압니다...;;
이럴 때 어떤 이모티콘을 써야할지...공개게시판인 것을 참 안타깝고 안타깝게 생각할 뿐입니다ㅠㅠ.
다른 아이들 두말 할 것없이 전원 찬성을 외쳤고,,저는 이에 져주는 것이 아니라 져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감동이었으니까요..(사실 우리반이 많이 드라마틱합니다. 다른 반 선생님들이나 교담 선생님들께서도 다 담임을 맡아보고 싶다하실 정도로 재미있다고 하실 정도니까요..그래서 늘 교담선생님들의 공개수업반 1순위로 오르기도 하지요..저를 닮아서 감성이나 리액션이 엄청나거든요 ^^;;이모티콘이 많이 아쉬운 날인듯합니다.;;)
다음날 아이들은 1명을 제외하고 다 조사과제를 해왔고 다시 저도 못이기는냥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과의 팽팽한 신경전은 일단락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다시 마음의 평안을 찾았나했습니다.
그리곤 그 다음날부터 며칠째 이어지는 출장 중 아이들은 자꾸 출장을 가게 되는 상황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고 이내 우리 반 최고장난꾸러기의 장난~선생님 남자친구랑 진짜 다른 곳으로 가시는 거 아니예요? 라는 한마디 말이.또 다시 큰 파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선생님 진짜 다른 학교 가시는거예요? 선생님 우리 버리시는거예요? 선생님 진짜가세요? 우리는요? 우리는 어떡해요? 질문들이 쇄도하고,
아이들에게 장난을 치고자 했던‘선생님 힘들어서 도망가야겠습니다’라는 말이 점점 진지해지면서 20분이 흐르자 분위기는 의도치 않게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고,그 날 울었던 그 아이 눈에 눈물이 다시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훕;;악어의 눈물이 아님을 알기에 다시 장난을 제자리에 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아이들은 믿지 않고,계속 선생님 그럼 내일부터 우리 다른 선생님 오시는 거예요...하루하루 드라마를 쓰는 우리반입니다^^;;
악!!!내가 아이들에게 분위기을 너무 심하게 잡았구나...아이들이 많이 놀랬구나...상처가 컸구나..온갖 생각이 다 들었고,,이 날 종례요? 영재원 출장가서 아이들이 그리도원했던 영상통화로 종례를 해 주는 일까지 발생이 되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선생님들은 모두 폭소를 하셨고,,상황을 들으시고는 다시금 하시는 말씀~그 반 내가 한 번 맡아 보고 싶다고~탐아닌 탐을 내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우리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께서는 어디서도 관람하지 못해 본 남녀커플 부채춤을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의 멋드러짐으로 관람을 하시게 되었고, 그 덕에 우리반은 자아도취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 분위기속에서~ 최소 11월 아니 12월까지는 갈 듯한 상태로 수습하기 힘든 지금입니다.
아이들,,..참 어른보다 마음 받을 자격이 너무나도 충분하고, 그리고 그 아이의 말~영원히 못 잊을 듯 합니다.
강하게 키우고 싶었는데..무언가 점점 풍부해진 감성덕인지...너무 많은 것을 느낀 덕인지..의존적이고 연약한 느낌이 들어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지금의 이 마음은 무엇일까요..제 탓이겠지요...나의 나약함은 배우지 말아야지...애들아...
하지만 이렇게 저는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마음은 통하는구나~진심은 느껴지는구나~진심을 받아준 아이들이 너무도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나의 기대를 위해 나의 믿음을 위해 노력을 다해주는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이렇게 교사가 행복한 이유가 교사가 미소짓는 이유가 있기에 우리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또다시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 아이들을 위해 드라마틱한(?) 내일을 준비하러 다시 책상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