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7. "나는 왕이로소이다"
에피소드#7. "나는 왕이로소이다"
오늘은 우리 이쁜이들과의 행복한 일상을 살짝 들려드릴까 합니다.
언제나 나를 닮아 유아스럽고 엉뚱한 듯 코믹스럽고, 어딘가 여린가 하지만 감성과 상상력 최고로 웃음이 끊이질 않는 우리 이쁜이들.
오!!맙소사~~이런 영광스러울 때가!!!
제가 왕으로 추대되었습니다. 백성은 27명, 주권은 당연히 우리 5학년 2반 학생들에게, 영토는 우리교실이라는 작게 보이지만 사랑으로 가득 차 넘치는 공간 이 속에서
너무도 행복하고 즐거운 나라의 왕이 되었습니다.
우리 이쁜이들이 드디어 나라를 세웠습니다.
건국설화는 나의 블러그닉네임을 잊지 않고 늘 모둠명으로 돌아가며 바꿔가던 것을 기억하고는 제가 별빛으로 땅으로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밤을 밝히기 위해서요.
건국시기와 과정은 이렇습니다.
왕건이 고려를 세우던 그 날, 바로 탄력받은 우리반
즉시 나라를 건국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왕으로 추대해주며~선생님!!
우리도 왕건처럼 나라를 세웠으면 좋겠습니다.~하는 한 아이의 발언이 바로 건국바이러스로 감염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스물스물 할 틈도 없이 바로 우와!!!하는 함성이 먼저 터져나왔습니다.
선생님이 왕이고, 그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여기저기서 저는 비서하겠습니다.!!저는 성을 짓겠습니다.!!저는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겠습니다. 다들 저마다의 꿈을 살려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척척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지 이 주가 지나면서 선생님 우리나라의 이름을 짓고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쿵~@@;;점점 유치원이 되어가는구나~~하면서도 저는 이 아이들의 행복한 에너지가 너무 좋았고 기쁘기 그지 없었습니다. 기특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 역시 그 장단에 아이구~선생님이 우리 백성들~행복하게 먹여 살릴려면 엄청 열심히 일하고 벌어야 될 것 같습니다. 라고 했더니~이쁜 우리 보물들~우리가 세금도 내겠습니다. 라는~ 기특한 말까지 하십니다... 그야말로 역사시트콤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이에 저 또한 지지않고 우리 어여쁜 백성들은 세금 걱정없는 나라에서 살수 있도록 멋진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 진정 이 왕의 소원입니다. 하고는 저 역시 이 시트콤에 날개까지 달아주고는 ㅋㅋ나날이 이 사극의 깊이는 더 없이 갈수록 무르익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민고민하더니 결국 지은 나라이름~보물나라와 funnyland중 funnyland 라고 우리반에 딱 걸맞는 이름을 짓고는 행복에 겨워 살고 있는지 두 달이 다되어갑니다.
퍼니랜드 건국 두 달이 지난 지금 저는 수행비서가 무려 11명이고 요리사3명, 기미상궁까지2명 보디가드6명에~~행복에 겨워 있고 저마다 양반과 농민 모두 자신의 역할을 알아서 너무도 행복하게 잘 정하며 백성놀이에 흠뻑빠져 놀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자 반의 해피바이러스는 점점 더 큰 위력을 발휘했고 우리반의 가장 말이 없던 아이..(안타까운 상황이 많이 겹친 아이라...사생활차원에서 더 이상은 말씀드리긴 어렵다는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아이가 그 분위기에서 여러 아이들이 원하는 역할인 비서임을 서로 겸하며 아침마다 주차장으로 나를 에스코트해주러 나와주는 일이 발생을 했습니다. 이 아이의 이 반응~늘 외톨이 같던 이 아이가 친구들과 저에게 마음을 트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위기에 힘입어서요~^^
그래서 너무 행복합니다. 그 아이가 마음을 터서요, 그리고 그 아이가 제 에스코트를 해주어서요^^
또 다문화체험 타코야끼 만들기에서도 왕이 음식을 드시기 전에는 우리는 먹으면 안된다는 진지함과 코믹스러운 상황에 너무도 정중한 예의까지 갖추어 주니 제 웃음보가 더 이상 터질 데가 없을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국어에서 가마솥이라는 글을 접하고 나면 선생님~아니~~전하~~오늘저녁엔 집에 가지말고 가마솥에 누룽지와 삽겹살을 구워먹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며 매 과목마다 지문이나 자료가 나오기라도 하면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쉴 새 없이 행복한 나라놀이에 연결짓기 바쁩니다.
매일 이렇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다보니 결국 이 소문이~보건실에 드나드는 아이들로 인해 교감 선생님과 보건선생님 귀에 까지 흘러가게 되었고 이에 저를만나자마자 하시는 교감 선생님의 말씀~그 나라에 나도 직책하나 주면 안되겠느냐는 빵터지는 제안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교감선생님 하시는 말씀~ 그 나라에는 보디가드, 애인, 남자친구, 백성, 정말 없을 게 없는 나란데 하시며 부럽다는 진담같은 농담을 습관처럼 하시고 계십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우리 반에서만은 인기가 좀 많은 편ㅎㅎ이라 3~4월 학기초에 벌써 남녀학생을 가리지 않고 보디가드, 애인, 남자친구를 서로 다 자청해주어서 지금까지도 이 분들(?)이 자신의 역할에 너무도 충실해 주신 덕분에 아직까지도 이 분들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그래서 제 에너지의 99.9%는 다 교실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소문은 일파만파 퍼지고 이말을 들으신 도서관 사서선생님께선 또 다시 한 번 진위여부를 물으시고 덧붙여 제가 아이들이 떠들 땐 왕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조금 조용할 것을 명하노라 하고 말하기도 한다고 하였다고 하니 이내 사서선생님~그 반 진짜 이상하네~ 선생님도 이상하고 아이들도 이상한 나란데~~5학년 수준이 절대 아닌데~수준이...음...~~다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ㅋㅋㅋ 하시며 한참을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배를 잡고 포복절도를 하시고 말았습니다.
걱정했던 52병은커녕 지금 되려 유아수준이 되어가고 있는 이 상황이 저는 되려 너무 행복한 지금입니다.
제가 왕이라서요? 아니요!!!!절대 아닙니다!!!아이들이 저를 왕으로 추대해 주어서가 절대 아닙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하게 학교를 즐기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는 그 말과 행동이, 또 그 마음들이 느껴지기게 더 더욱 행복함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늘 쉬는 시간마다 주위에서 비서라곤 하지만 제게 사설 아닌 사설과 요구가 더 많은 비서들이 많아서 더 행복합니다.
늘 아이들이 학교를 공부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올해는 유난히도 저와 성향과 코드가 너무도 잘 맞는 아이들을 만난 덕인지 이렇게 저도 아이들도 매일매일 드라마와 코믹극을 찍으며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없이 행복한 한 해였고 평생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제가 교사로서 할 일은 아이들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가장 큰 핵심적인 역할이자 임무이지만 그 전에 먼저 아이들이 학교를 즐기는 곳이라 생각하고 행복하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하늘땅만큼 행복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학교를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교에 오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너무도 충분히 행복합니다.(그래도 옆반선생님께서는 우리반을 나라로 인정하기 보다는스톡홀름이라고 하시며 인질들집에 다 보냈냐고 빵터지는 농담으로 저를 놀리는 것을더 좋아하시곤하죠;;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있다는 그 사실, 그 진실임을)
내가 우리 이쁜이들 밥먹는 모습에 너무 행복하다는 그 말 한마디에 선생님을 사랑하는 만큼 먹는다며 일년동안 그 누구하나 잔반은커녕 국물까지 싹 다 비워버리고 자랑하는 이 이쁜이들. 그저 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행복하답니다. 내가 건네주는 반찬하나에 맛있다고 더 달라고 엄청 행복해하고, 늘 나를 서로 업어주겠다고 싸우고, 또 학원갔다 내가 있을까 교실을 다시 들러주고, 더운 여름 서프라이즈로 준비해준 시원한 음료수 한 잔에 고마워하며 기뻐할 줄 알고, 이른 아침 마련해주는 따뜻한 유자차 한 잔에 감동해 어쩔 줄 몰라하고, 그러나 엄청 소리치고 화나면 그 화 다 받아주고~^^;;그 화마저도 우리 이쁜이들을 위해 내는 것이라고 믿는 이 이쁜이들. 저 이렇게 너그럽고 마음 따뜻하고 순수한 아이들이 만든 이 행복한 교실에서 일년을 보냈습니다.
느껴봅니다. 나는 공부라는 지식과 공부하는 방법이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이성을 가르침에 실수는 없었나 부족함은 없었나,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받고 싶은 것은 마음이라는 감성이었다는 것을요. 정말 진심으로 원했던 것이 바로 소통과 공감이었다는 것을요. 이런 행복한 소통과 공감이 있었기에 이렇게 우리가 행복한 일년을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워줍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마음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을요, 제게 매력이 있어서가 아니고 이 아이들이 나를 얼마나 반짝이고 매력적인 보석으로 바라보아 주는가를요. 어디선가 본 낯설지 않은 느낌..아시죠?
사람의 관점에 따른 대상의 가치!!
네 다시 한 번 가슴깊이 느낍니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우리에게 서로의 존재는 보물 그 이상인 것을요. 그저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반짝이고 매력적인 별로 바라보아주는 것만으로 너무도 고맙고 행복에 겨울뿐입니다.
내년은 또 어떤 아이들이,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저는 언제나처럼 이렇게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내가 쏟는 마음만큼 내가 주는 사랑만큼 또 다른 나의 보물을 만나게 될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