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족 맞이하기
‘따르르릉!’
“네, 5학년 5반입니다.”
“선생님, 전학생 왔어요. 지금 교무실로 와주세요.”
출근하자마자 받은 전화 한 통화에 몸도 마음도 하루가 바쁘게 시작된다. 다행히 경력이 쌓이면서 우리 반에는 새 식구를 맞이하는 몇 가지 활동이 마련되어 있었다.
새로운 사람이 집단에 적응하고 소속감을 느껴가는 것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이루어지지만, 특별한 노력이 더해지면 더 빨라지기도 한다.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식구’의 의미답게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다보면 가족이 되어갈 것이다. 하지만 엄마아빠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던 첫째 아이가 동생을 맞이하는 기분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유비무환’
동생을 맞이하며 경험할 상실감은 줄고 설렘이나 즐거움은 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위한 과정을 계획해 또지와 함께 밟아가고자 준비했다.
남매 신화 만들어 들려주기
또지는 잠자리 이야기를 즐겨듣는다. 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또지와 동생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었다.
옛날 옛날에 높은 산에 또지가 살고 있었어요. 산에서 호랑이랑 토끼랑 같이 뛰어 놀던 또지는 바다에서 온 거북이에게 이야기를 듣고 바다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바다로 떠난 또지는 배를 타고 있던 중 큰 폭풍우를 만났어요. 심지어 저 멀리에선 이빨이 날카로워 보이는 상어가 다가오고 있었어요. 혼자였던 또지는 너무 무서워 허둥대는데, 저 멀리에서 배 한척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그 배에는 바로!!! 누나를 구하겠다는 동생 토리가 탄 배가 오고 있었어요. 그렇게 동생은 누나를 무사히 구했고 또지는 토리와 함께 엄마아빠를 찾아 바다를 건너 왔어요. 엄마아빠를 만난 또지와 토리는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만들어주었고, 그때마다 또지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완벽히 감정이입을 했다. 뱃속에 있던 동생이 태어난 지금, 그때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또지는 동생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는 누나가 되었다.
병원 동행하기
또지는 둘째 산부인과 진료를 단 한 번을 제외하고 항상 동행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동생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초음파를 보는 것이 어색하고 무서웠는지 진료실을 얼른 벗어나고 싶어했던 또지는 점차 담당의 선생님께 ‘할아버지, 빨리 토리 보여주세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둘째의 초음파에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또지의 초음파 사진을 꺼내 또지 임신 기간 중에 있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환영 선물(카드) 전해주기
출산을 앞두고 주변에 둘째를 맞이해본 언니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특히,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동생이 누나를 위해 가져오는 선물을 준비하라고 말해주었다. 동생을 반가운 존재로 맞이할 수 있는 하나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평소 ‘핑크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연거푸 말하던 또지를 데리고 동네 자전거 대리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핑크 자전거를 가리키며 뱃속 동생에게 말했다.
“토리야, 엄마 뱃속에서 태어날 때 누나 핑크 자전거 꼭 가지고 와!”
우리는 그렇게 동생이 누나에게 주는 선물을 마련했다.
한편 또지 역시 동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또지는 아빠와 함께 동생에게 줄 작은 선물과 카드를 썼다. 엄마아빠는 전혀 알아볼 수 없지만, 또지는 동생 앞에서 카드를 읽어주며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에 천천히 익숙해지고 있었다.
지인 찬스 쓰기
둘째를 출산한 후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 친분이 있던 언니가 찾아왔다. 언니는 병실에 들어옴과 동시에 또지를 보며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지야~ 누나가 된 걸 정말 축하해! 토리는 또지 같은 누나가 있어서 정말 좋겠다!”
그러면서 또지를 위한 과자, 음료수, 작은 선물 등을 선물해주었다. 동생이 태어났지만, 여전히 또지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누나’가 된 것은 축하받을 만큼 좋은 일이라는 것을 전해줄 수 있었다.
그 후로 집에는 작은 선물(간식)을 미리 준비해놓았다. 둘째 아이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또지에게 그 선물과 함께 축하 인사를 전해주길 미리 연락해 부탁했었다.
생애 첫 상실감을 경험하는 또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이름 선택해주기
태어난 아이가 평생 지니고 살아갈 이름을 정한다는 건 부모에게 큰 숙제이자 즐거움이다. 둘째에게 괜찮다는 이름 후보군이 생겼고, 조리원에 있던 엄마 대신 아빠가 또지에게 물었다.
“또지야, 토리 이름을 정해줘야 하는데, 어떤 게 제일 좋은지 또지가 골라줄 수 있을까?”
“그래.”
“첫 번째는 관우, 도관우. 두 번째는 건우, 도건우. 세 번째는 규원이, 도규원.”
“음...... 규원이!”
사실 우리 부부는 셋 중 규원이가 제일 마음에 들었기에 혹시 다른 이름을 선택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큰 도박이지 않았나 싶다. 만약 이 방법을 선택할 때 부모가 원치 않는 이름이 있다면 후보군에서 제외시킨 후 물어야 할 듯하다.) 하지만 일부러 순서를 바꿔 물어도 정답은 일관되게 ‘규원이’였다.
그렇게 정해진 이름을 가지고 아빠와 함께 행정복지센터로 향한 또지는 출생신고를 하며 직원분께 외쳤다고 한다.
“토리 이름 규원이로 해주세요!”
그렇게 동생 이름을 지었다고 뿌듯해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을 하던 또지는 지금도 동생에게 말하며 세상 당당한 모습이다.
“규원아, 규원이 이름은 누나가 지어줬으니 나중에 말하면 누나한테 고맙다고 해야 돼!”
그 모습을 보고 있자하면 꽤 괜찮은 시도이지 않았나 싶다.
의미 있는 역할 나누기
“또지야, 엄마는 토리가 태어나면 맘마 주고, 기저귀를 갈아줄거야.”
“왜요?”
“토리는 아가라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우리가 도와줘야하거든.”
“아빠는요?”
“그러게?! 아빠, 아빠는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음, 그럼 아빠는 토리 목욕을 시켜줄게. 어때?”
“좋아! 그럼 나는요?”
“글쎄? 또지가 한번 생각해볼래?”
“음... 그래! 엄마 이건 어때요? 내가 토리 기저귀를 가지고 올게!”
“우와! 괜찮다! 또지 힘들지 않을까?”
“괜찮아, 난 누나니까!”
“그래, 대신 힘들 땐 엄마나 아빠한테 꼭 말해줘야 해!”
“응!”
긍정의 훈육에서 의미 있는 역할은 해야 할 것을 함께 생각한 뒤 자발적으로 역할을 나누어 맡는다. 즉, 또지는 자연스럽게 동생을 위해 가족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음으로서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지가 먼저 그리고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실제 둘째가 태어난 후 또지는 ‘기저귀 택배 왔습니다!’라고 외치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짐과 동시에 성취감도 덤으로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지가 책을 읽거나 놀이 활동을 하고 있을 때에는 부모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규(또지가 정해준 동생의 애칭)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면,
“잠깐만요! 규원아~ 누나가 기저귀 갖다줄게!”
라고 외치며 당찬 표정으로 뛰어오는 또지는 꽤 괜찮은 누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밖에도 튼살 크림 발라주기, 또지의 어릴 적 사진 보여주며 이야기나누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동생을 맞이하는 준비를 해왔다. 그래서였을까? 아직은 어린 아이이기에 속상하고 심통날 때가 많았지만 그러면서도 세상 다정하고 애틋하게 동생을 살피고 보듬는 모습을 볼 때면 마냥 사랑스러웠다. 당연한 것은 없었다. 작은 노력들이 모여 새로운 한 생명체를 우리 가족 구성원으로 맞이할 수 있었고, 함께 동참해준 또지에게 무한히 고마웠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