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둘을 낳았니?
코로나19로 인해 가정보육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자연스레 아이 둘은 하루 종일 붙어있었다. 둘이 놀이방에서 깔깔 웃으며 신나게 놀고 있으면, 진짜 둘 낳기를 잘했다 싶었다. 놀이방이 정신 사납게 어질러지겠지만, 지금 당장 다른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 평화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정말 어른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으로 둘 사이의 다툼이 시작된다.
인형놀이에 몰입해있는 첫째 또지. 그리고 그 옆에서 주방놀이를 하던 또규.
잘 놀고 있다 싶더니, 갑자기 또지가 자기 인형놀이에 필요하다며 또규가 요리하던 과일(귤) 소품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버렸다. 자, 이제 눈물의 party time!!!
원래 자기 장난감이라고 외치며 우는 또지.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 우는 또규.
테스형, 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이지 이놈편도 못 들겠고, 저놈편도 못 들겠다.
보통의 시선으로 본다면 또규가 실컷 놀고 있는 걸 빼앗아 간 또지가 어긋난 행동을 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우선은 문제의 시작이었던 ‘귤’
“우선 귤은 엄마가 가지고 있을게. 그리고 둘 다 울음 멈추면 우리 같이 이야기하자.”
둘 중 누구 손에 있든 아이들의 울음은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품에 두 아이를 안고 울음을 멈출 때까지 등을 토닥여줬다. 쉽게 끝날 울음은 아니었지만, 그걸 못 참고 화나 짜증을 쏟아냈다가는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좀 더 성장하면 각자 편안한 공간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좋을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들은 더 이상 눈물을 흐르지 않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우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또지부터!!!
“또지야, 또지는 인형놀이 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귤이 필요했어?”
“인형들 간식으로 주려고.”
“그랬구나, 그런데 그때 규원이가 먼저 가지고 놀고 있었잖아.”
“하지만 이건 원래 내거잖아. 그리고 규원이가 나한테 안 물어보고 가지고 놀았어.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단 말이야!”
“그랬구나. 그래서 지연이가 속상했겠구나.”
“응.”
“또규야,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누나가 귤 가지고 가서 놀라고 속상했어?”
“아~~”
“그런데 이 귤 장난감은 원래 누구꺼야?”
“언니! (요즘 또규는 누나를 언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맞아. 원래는 누나꺼지. 그럼 가지고 놀기 전에 누나한테 미리 물어보자!”
“아, 언니!”
고맙게도 또규는 다시 누나에게 장난감을 들고 물어봤고, 또지는 쿨하게 답했다.
“또규, 그거 가지고 놀고 싶어? 그래! 얼마든지 가지고 놀아도 좋아!”
처음에는 장난감 귤 하나 가지고 이럴 일인가 싶었다. 그냥 둘 다 가지고 놀지 말라고 내가 가지고 자리를 일어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또지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닌 터.
오래전부터 친구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을 때, 친구가 빌려줄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약속을 했었다. 반대 상황에서도 친구에게 미리 말을 해준 후에 또지가 마음의 준비되었을 때 친구에게 장난감을 빌려줄 수 있도록 지도했었다.
부모마다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이 다양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아이를 키웠다.
어른들이 ‘친구한테 양보하자!’고 말하면, 당장 아이는 자기 마음이 어떠한지 알아채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것을 내어놓는다.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쩌면 여러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자기 것을 조금 포기하거나 내어놓을 줄도 알아야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본인의 마음을 먼저 알아차리길 바랬고, 아이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물론 아이 여럿이 함께 놀다보면 ‘니 꺼 내 꺼가 어디 있어!’한 여러 상황이 생긴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놀던 것들과 전혀 다른 것에 갑자기 관심이 쏠리는 경우도 있다.
작은 갈등이 생긴 때부터 미리미리 연습을 한다면 나중에는 어른이 중재자로 개입하지 않아도 서로 이야기로 해결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이 준비되기만을 끝없이 기다리기만은 할 수 없는 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차차 조절해가는 연습도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