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학생, 학생을 당황하게 만드는 교사]#1벌써 다했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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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7 21:46
두번째 연재를 시작하며
'당신의 교실이 실패하는 이유'의 연재를 마치고 독자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당신의 교실이 실패했던 이유'가 수업과 교실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였다면, 이번 연재는 조금은 소소하고 각론적인 부분, 교실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일들에 대한 대처법을 다룰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과 교사가 삶의 일부로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하루 하루의 벽돌을 정신없이 쌓아올리다 보면 어느새 잘 갖추어진 집이 되는 것이다. 집의 생김새는 교사의 철학과 학생들의 개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년이 되면 그 집을 가차없이 떠나면 한다는 사실은 언제나 같다. 그런데 이런 하루를 지내다 보면 매년 다른 학생들, 교사와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교사를 당황하게 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생겨난다.
(굳이 예를 들자면, 꼭 멀미 증상이 있는 아이가 현장체험학습 버스 안에서 분명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폭풍과자 섭취 후 열심히 멀미를 한다던가... 그리고 그 일이 매년 반복된다던가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이러한 당황스런 사건들을 '나'는 어떻게 경험했고 처신했으며,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알려주고 전문가의 의견은 어떠 한지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이 이글의 목적이다.
교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학생, #1 쌤, 다했어요.
교사는 학습지를 준비했다.
나름 신경써서 교과서의 획일적 학습활동이 아닌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학습지를 준비했다.
글꼴과 삽입그림도 신경썼다. 이건 소장가치도 있을 만한 학습지다.
교사는 학습지를 들고 "자~"까지만 했는데, 어디선가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좌측 두개골의 온도가 섭씨3도 정도 올라가는 것을 느껴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간다.
"자~ 오늘 배운 내용에 대해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잘 떠올린 후 그림이나 글로 자유롭게 표현해 볼까요?"
학습지를 받은 학생들의 표정들은 각기각색이다.
그럼 이제, 아이들이 잘하는지 둘러볼까?
"선생님! 이거 푸는 거에요?"
순간 우측 두개골의 온도가 섭씨5도 정도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목에서 핏줄이 돋아남을 느낀다.
이를 악물고 말한다.
"그으럼~ 푸는 거지... 묶는 거겠니?"
"아이, 썰렁해. 알겠어요. 아참! 몇 줄써야 되요?"
"깊게 생각하고 천천히 쓰세요, 자유롭게."
"네에~"
다시 학생들의 과제 수행을 확인 하려고 뒤를 도는 순간,
"선생님!" "또, 뭐?"
"다했는데요?" "What?"
"다했습니다." "정말? 그럴리가?"
넓은 공간 속 지렁이 한마리, #생각없음 #잘모르겠음 #참재밌었다 #혹은졸라맨2명
교사는 폭발하고 말았다. #생각이이거밖에없어#왜이렇게성의가없니#다시해
매년 학습활동 현장에 등장하여 교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이런 학생들,
그저 다그치고 화를 내는 것이 능사일까?
학생을 당황하게 만드는 교사, #1 자, 일단 풀어!
과제에 대한 깊은 집중력과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 할 수 있을까?
필자가 해본 방법들을 이야기 하겠다.
1. 대화를 한다
- 과제의 중요성과 수업에 대한 동기부여, 그리고 선생님의 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I-massage 전달하기.
- 효과 있음, 하지만 다음 시간에 또 다시 반복. 그리고 예방책이 아니라 대응책이라 여러명일 경우 내가 금방 지침.
2. 다른 친구들의 과제를 비교하고 첨삭한다.
- 과제 자체에 대해 어려워하거나 아이디어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다른 친구들의 과제를 참고하도록 돕는다.
- 효과 있음, 그러나 다른 친구들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질 수 있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편법을 알게 됨.
3. 과제해결전략을 제시 함.
- 과제에 대한 시간, 목표, 점수 등을 정확히 알려줌
- 효과 만족스러움. 학생들이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과제를 내주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됨.
그렇다. 우리는 과제를 제시 할 때 학습자가 학습지의 내용을 모두 깊이 있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의 배움의 깊이와 속도가 다르듯이 과제에 몰입하는 시간과 정도도 다르다.
그런데 단순히 '해결하라', '풀어라'라는 말을 마법의 주문인것 마냥 써대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래서 학생들에게 과제를 제시할 때 과제해결을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알려줘 보기로 했다.
(1) 시간 : 이 과제는 언제까지 해결할 것. 혹은 이 과제를 해당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점검할 것
- 해당시간에 과제를 완수할 경우,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연결시켜 준다. 독서나 그림그리기, 짝꿍과 놀이하기
- 그러나 시간만 제시되면 일단 '빨리 끝내고 보자'는 심리가 돌출된다.
(2) 목표 : 달성해야 하는 목적지 알려주기.
- 3줄 이상 쓰기, 5가지 색 이상을 사용하기, 바탕을 보이지 않게 칠하기, 10문제 풀기, 10쪽 읽기 등
- 시간과 목표만 제시되면 '시간안에 허술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하려 할 것이다.
(3) 점수 : 해당 목적이 인정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알려주기
- 학습활동 1,2,3번 중 2가지 문제 이상 5줄이상 쓰기, 10문제 풀고 70점이상 획득, 10쪽 읽고 2줄로 간추리기
- 조건에 대한 점검은 짝 점검, 모둠 점검 등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전략을 안내하면 학생들의 과제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55쪽 부터 70쪽까지 읽으세요." 보다는
"55쪽 부터 70쪽까지 2분 내에 읽어보세요" 가 좋고,
"55쪽 부터 70쪽까지 2분 내에 읽고 반복되는 낱말에 동그라미 쳐보세요." 가 더 좋다. 그리고 더욱 재밌게 하려면
"선생님이 찾아보니까 6개 있던데 다 찾을 수 있을까요?(혹은 선생님보다 더 많이 찾을 수 있을까요?)" 등 게임요소를 넣는다..
응용해보자.
"10분동안(시) 12쪽까지 풀어보고 짝과 풀이를 비교해 보세요.(목)둘이 답이 다른 문제는 함께 같이 풀어보세요. 모든 답이 짝과 일치하면(점) 짝과 함께 빙고게임을 해도 좋습니다."
"금연을 주제로 4컷 만화그리기를 할 거에요. 30분안에 그리면 놀이를 해도 좋습니다. 단, 졸라맨으로 그려도 되지만 4컷 중 반드시 1컷은 정성들여 최선을 다한 그림이어야 합니다. 그 그림의 조건은 최소한 3명의 친구에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학생의 수준에 따라 다른 시/목/점을 적용하도록 하고, 모든 학생들이 과제해결전략을 훌륭히 수행하면 학급 보상을 해주거나 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통과의 기준이나 목표를 교사의 기준이 아닌 학생끼리 점검하게 하면, "선생님 이정도면 되나요?" "통과인과요?"와 같은 말도 들을 일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과제를 내줄 때에는 그저 '풀어라'라고 하기 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학생이 자기 수준에 따라 성취기준에 도달했을 때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