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교실이 실패하는 이유] 6. 교사는 기록이 밥먹여 준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한 카메라 회사의 광고 문구를 평생 잊지 못했다.
문장의 그럴듯함과 더불어 일상을 강하게 때리는 한 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필자에게 이 한줄은 명언 넘어서 삶을 바꾸는 영향력을 주었다. 오늘은 이 한줄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자 한다.
"적자생존"
한 때, 교직사회에서 유행처럼 떠돌던 말이었다. 학생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잔소리,상담을 했어도 기록해 둔 것이 없다면 교사로서 아무 것도 안했다는 뜻과 같다는 말과 같다는 인식에서 생겨났다. 교사로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어야 한다", "적은 자가 생존할 수 있다"는 "적자생존"이 우스갯소리로 돌았다. 물론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부분의 모든 사건과 판례에서 기록은 그 사람의 행위를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증거이다.
그러나 필자는 신변보호를 위한 기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성장'을 이야기할 것이다. 굳이 말장난을 하자면 "적자성장" 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왜 교사의 성장에서 기록이 중요한 지 간단히 말해본다.
1. 당신은 창의적이다. 그러나 내일도 창의적일까?
2. 폴더 속의 파일을 1년 후에 열었을 때 당신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게 뭐지?"
3. 당신의 수업은 공유되어 다른 교사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
판단은 나의 몫이 아니다.
4. 당신이 어떤 교사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당신의 블로그 주소를 알려줘라.
판단은 역시 나의 몫이 아니다.
5. 당신의 1년을 뒤돌아보고 반성할 때, 아이들의 1년소감 사탕발림에 의존하지 마라.
자기 객관화 만큼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필자가 "당신의 수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어서 이다. 이것은 철저히 나의 반성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실수에 대해 고민하고 답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남기는 기록이다.
독자들은 '기록이 밥먹여준다.' 문장이 다소 거칠게 느껴질지 모르나, 그만큼 기록이 교사의 전문성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는 강한 주장 쯤으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전문성은 정체성에서 온다.
동창모임을 가면 늘 당시 교사들에 대한 후일담이 가장 큰 이야기거리이다. 대부분 교사의 이름이 아닌 별명, 말투, 행동, 에피소드 중심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것이 학창시절 동안 담임교사만 수십명, 과목교사만 여댓명을 만나다 보니 나에게 '교사'라는 사람의 인식은 그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가로 결정되는 것이다. 교사의 외모나 특이한 말투만 기억에 남을까? 분명, '수업'으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다. 그는 다른 수업을 했고, 노력했고, 감동을 주는 교사였다. 이런 기억이 그가 교육 전문가였다는 증거가 된다. 나에게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을 주었던 교사는 그 존재 자체로 전문가인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첫번째, 교육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이런 교사가 될 것이다. 어떤 학급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물론 바뀔 수 있다.
두번째, 그 생각에 대한 실천이다. 생각한 바를 실천하면 학생들은 우리 선생님은 이런 사람이구나 알수 있다.
세번째, 실천으로 다져진 나의 태도이다. 문제상황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태도가 나를 만든다.
그런데 생각과 실천, 태도는 장기화, 반복화되면서 매너리즘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나의 생각, 실천, 태도를 스스로 점검하고, 다른 이의 조언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기록'인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정체성이 우리를 교육 전문가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나'를 많은 이들이 환호해주고 인정해줄 때, 교사로서의(혹은 인간으로서) 보람도 느끼지 않겠는가?
제대로 '밥'먹여주는 기록자들
기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문가로 인정받으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교사들을 소개한다. 다양한 기록의 방법에 따라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필자가 아는 한에서 소개하다보니 다소 편협할 수 있음을 양해바란다.
1. 끊임없이 전문성의 영역을 넓혀가는, 허승환 선생님
허승환 선생님은 '예은이네' 사이트 운영자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강의를 듣고 이 분에 대해 더 궁금해 졌고, 몇 번 만남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플래쉬자료에서부터 교실놀이, 심성놀이, 수업 동기 유발, 공책레시피, 평화교실까지 얼핏 보았을 때 다소 공통적이지 않을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을 저서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있는 것이다.
(왼쪽 그림)예은이네 홈페이지, 각 종 교육 자료가 정리되어 가득채워져 있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블로그 형태의 기록장소는 아니지만, 개설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자료를 모아오고 있다.
(오른쪽 그림)예은이네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다. 시기와 계기에 맞는 시의 적절한 자료와 이야기를
카드 뉴스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존 홈페이지와 달리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의 기록 방법이다.
예은이네(http://picture.edumoa.com)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한 권의 책을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 가수가 랩, 발라드, 락, 판소리까지 다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각각의 장르 앨범이 명반이라는 뜻이다. 사석에서 이런 궁금함을 여쭈어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책을 계속 내실 수 있으세요?" 허승환 선생님은 유쾌했다.
"기록한 것으로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책을 쓸 생각으로 기록하면 됩니다."
나에게는 늘 책과 관련된 어록으로 깊게 남을 것이다. '내가 무슨 책을 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선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기획을 하고 공부를 하고 실천을 하자. 그리고 기록하는 것이다. 그럼 책이 된다.
인터넷 서점에서 '허승환'을 검색하면 이렇게나 많은 책이 나온다.
최근에 출간한 '세계시민교육의 첫걸음 교실 속 평화놀이' 필자의 다음 필독 도서이다.
2. 기록의 나비효과, 서준호 선생님
서준호 선생님은 동학년 교실 책장에 꽂혀있던 '교실놀이백과239'로 처음 알게 되었다. 놀이로 저렇게 두꺼운 책을 낼 수 있나? 하는 호기심에 읽기 시작하고, 블로그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고 이분이 끼가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의 상식으로 보통 이런 사람들은 기록에 약하다. 그런데 이분의 '기록'은 아주 촘촘하고 강했다. 그 기록은 많은 교사에게 영향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되었다. 최근에는 '쌤쇼'라는 실시간 소통 방송으로 기록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서준호 선생님의 '마음흔들기' 블로그 첫글은 2006년에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10년 동안 끊임없이 기록을 했고, 그것은 서준호 선생님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되었다.
블로그와 책을 넘어 생방송을 통한 소통, "쌤쇼"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이다.
매주 목요일 9시 서준호 선생님 페이스북 또는 에듀니티TV
http://tv.eduniety.net/html/content/list/?c=006000000000000
에서 서준호 선생님의 '쌤쇼'를 만날 수 있다.
3. 블로그 하나만 꾸준히 해도 밥먹여 준다. 김백균, 나승빈 선생님
위의 선생님들의 예가 조금 버거울 지도 모른다면, 블로그 하나만 꾸준히 해보자. 수업이야기 뿐만 아니라 내 삶의 일상을 기록해두는 것도 괜찮다. 교육전문가의 눈에는 그 어떤 것도 수업에 연결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단, 블로그를 한다면 공개로 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나름의 규칙을 정하자. 최소 1주일 1건의 글쓰기, 매주 금요일은 블로그 정리하는 날 같은 걸로 말이다. 아니면 주변에 매주 수요일에 업데이트 되니 관심 좀 가져달라고 하는 것도 괜찮다. (그들이 당신의 블로그에 관심이 없을 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하면 억지로라도 글을 남기게 되니까 말이다.
김백균 선생님의 "BK의 스마트한 교단일기"는 말 그대로 교실에서 자신이 실천한 수업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적어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블로그 글을 엮어 "쉬운 수업 레시피"라는 책을 내게 되었다.
(왼쪽 그림) 나승빈 선생님의 블로그 카테고리는 40개가 넘는다.
블로그에는 교육 뿐 아니라 자신의 일상과
연계된 부분도 함께 다루어 블로그를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른쪽 그림) 월간 나승빈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매달 의미있는 기록을 남기겠다고 '선언'하였다.
4. 글 쓰기가 어렵다면, 노래와 그림은 어떤가? 김차명, 박대현 선생님
초등학교 교사라면 대부분 김차명 선생님의 자료를 알고 있다. '참쌤'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김차명 선생님의 기록방식은 '그림'이다. 대부분 수업자료와 일상을 남길 때에 글과 사진을 활용한다면 참쌤은 그림을 활용했다. 자신의 일상, 교육컨텐츠, 공유 수업 자료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전문성을 다른 이와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여 '참쌤의 콘텐츠스쿨'을 만들게 된다.
박대현 선생님은 '수요일 밴드'의 리더이면서 유쾌한 일들을 벌이는 주체못할 에너지의 소유자이다. 그의 일상과 생각, 정체성은 음악으로 표현되고 공유된다.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구체화시키고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밴드 공연은 물론 '승진안행', '교사영상제작단 뻘짓'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교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 수 있는 연수를 기획하고 실천한다. 박대현 선생님의 행보는 자신의 소신과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면서도 그 표현방법이 다양하고 독창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참쌤의 교사동감(http://chamssaem.tistory.com/)
참쌤은 처음 부터 그림을 잘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좋아하면 잘하게 되고, 나누게 된다.
한 사람의 일상 기록이 이제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공감이 되었다.
자신의 전문성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것으로 극대화될 수 있다.
모두의 기록이 큰 그림이 되어 다른 이를 돕는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chamssaem/)
고민을 멈추고 기록하자, 그 고민조차도.
위에 열거한 사람들 외에도 수많은 기록자들이 있다. 필자는 위 사람들이 훌륭하거나 성공했기 때문에 기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록이 반드시 필요한 까닭을 서두에 밝혔다.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교사로서의 기록은 자신의 교육철학에 대한 역사이자 성장의 역사가 된다.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1층이 반드시 필요하듯, 어제를 뒤돌아보고 점검하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기록을 시작하자. 기록을 남기기 위해 수업을 계획 해도 괜찮다. 사소한 수업 자료, 순간 반짝였던 아이디어와 재밌는 물건에 사진기를 들이 밀자.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고 자랑해라. 고민을 멈추고, 기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