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쌤의 수업방법 '의미있는 학부모 상담을 위해'
대부분의 신학기 적응 상담주간, 혹은 학부모상담주간을 이 시기에 운영한다.
그러나 상담을 하려고 하면 "상담의 경험이 적은 내가 할 수 있을까?"
"아이를 만난지 2-3주 밖에 안되었는데..." 등 고민되는 것들이 많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다.
(팁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서이다.)
0. 이야깃거리 준비하기
2-3주 정도 지내면서 관찰한 느낌과 학생 스스로가 만든 활동지 등을 종합하여 학부모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를 마련한다. 대부분 교사의 관찰과 학부모의 생활경험을 단순히 '말'로 하게 되는 데 여기에 학생의 '실존적 존재'는 빠져있기 마련이다. 학생의 실제 생각과 말, 그리고 하루가 담긴 자료를 준비해보자.
1) 문장완성검사 : 친구와 가족, 그리고 삶의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특히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2) 가장바쁜시간표 : 하루중 가장 바쁘고 힘든 날을 정하고 그날의 시간표를 적게한다. 학생의 스트레스 원인과 흥미를 알 수 있다.
3) 나의 뇌구조 : 요즘 가장 학생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 생각을 파악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이렇게 3가지 자료를 준비했다.
문장완성검사, 가장바쁜시간표, 뇌구조그리기
먼저,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파일로 첨부합니다.)
1. 함께하는 상담을 위한 마음 준비
허승환 선생님의 조언을 간단히 정리하면 될 것 같다.
https://www.facebook.com/classstory/posts/1906855182874058
- 학업상담보다 학교적응상담이 우선이다. 부모님이 더 전문가이니 '듣는' 상담이라고 생각하자.
- "그 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셨나요?" 교사의 평가가 아닌 학부모님 스스로 되돌아볼 기회를 주자.
-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섣부른 조언보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자.
2. 상담을 시작할 때
- 지금부터는 필자의 방식이니 참고해두기 바란다.
- 메신저 등에 '상담중' 표시를 해두자. 전화기의 음량버튼은 최소로 해둔다. (그냥 전화선을 빼두는 것도 괜찮다.) 상담 중에 전화가 걸려오면 대화의 몰입이 깨지고, 학부모로 하여금 '바쁜 시간을 뺏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 자리나 음료 준비 등은 크게 신경쓰지 말자. 서로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와 분위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음료나 간식을 사오셨다면 바로 나누어 먹는다. 자리는 동등한 위치에서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자리가 위화감을 적게 만들 것이다.
- 학부모가 이야기할 때 중요내용은 메모를 해 두자. 추후 학생과 상담할 때, 상담록을 정리할 때 요긴하고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3. 상담은 학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다.
교사들 대부분은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드물다. 무엇인가가 절실히 필요하고 궁금한 입장이 되어 상담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를 수 있고, 학생의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으로 쉽게 넘어간다. 상처가 생겼을 때 아물게 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영역이라면, 그 때의 기분은 어떠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보호받고 행복해 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것이 교사의 전문적 영역이다. 그러므로 상담중엔 가슴 한구석에 '해결'이 아닌 '이해'의 표지판을 늘 달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의 잘못을 학생의 문제가 아닌 학생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을 통해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피시방을 너무 자주가던 아이의 문제를 학생의 게임중독과 불성실함으로 생각하여 훈계하고 규칙을 정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학부모 상담 후 부모님의 맞벌이로 방과후 집에 가도 아무도 없고 피시방에 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간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후회했다.
학부모와 교사의 만남은 오로지 '학생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 학부모 상담의 최근 3대 난제
필자가 학부모 상담과 강의를 통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고 어려워하시는 문제를 정리해보았다.
(1) 스마트폰(게임, 유튜브, 아프리카 등)을 너무 많이 사용해요.
- 먼저, 부모님의 스마트폰 사용습관은 어떤지 알아본다.
-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아침일어나서, 잠들기 전 사용금지, 식사 중 사용금지" 등. 단, 부모도 함께 실천해야 한다.
- 학생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방송을 함께 시청하고 학생에게 왜 좋은 지,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 지 묻고 공유한다.
- 특히 게임의 경우 오래할 수록 게임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현금결제의 유혹이 강해지므로 부모가 게임의 내용이나 애착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학생과의 대화가 된다.
(2) 인간관계(친구관계)에 너무 소극적인것 같아요.
- 대부분 중학교나 고등학교 진학 시 따돌림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고민하시는 것이다.
-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 부모님은 양적인 친구관계를 고민하신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언제나 '질'의 문제이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넓고 얕게' 혹은 '좁고 깊게' 인간관계를 이루어 나간다. 즉, 인간관계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깊은 학생이라는 것이다.
- 대부분 이런 성격에 대한 고민은 학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 또한 개성으로 인정함으로써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성격 문제는 장점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학습능력, 혹은 집중력이 문제가 고민이에요.
- '5분을 못 앉아 있다.' '10분을 못 넘는다.' 는게 학습에 관하여 고민하시는 것들이다.
- 마냥 앉아 있는 것이 좋을까?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앉아 있을 때 어떻게 집중하는 가에 초점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 학습장애에 대한 고민, 혹은 그런 상담 등을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공책정리나 일기장 등에서 난독, 난해 등의 문제가 없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 그런 문제가 없다면, 시간/목표/점수 방법을 권유해보자. 특정한 시간(예를 들어 30분)을 정하고 그 시간안에 목표를 해결하도록 한다. 단, 성실한 수행을 위한 최소 도달 점수를 정해주는 것이다. 늘 두시간씩 많은 시간을 주지말고, 오늘 공부할 내용을 함께 정하고, 학생에게 가능한 시간을 설정하게 한다. "오늘 수학익힘 공부를 5쪽하겠습니다. 30분이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점수가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도달 점수를 정한다. "그럼, 5쪽을 채점하여 80점 이상이면 통과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통과하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통과하지 못할 경우 30분 동안 같은 문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 작은 성공의 경험을 통해 더 큰 도전으로 나아가는 힘을 만들어 줄 것이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30분만에 문제를 해결한 아이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상담을 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어려움, 함께 해결한 사례를 나누어보았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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