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3월은 정말 중요한 달일까?
2월 말이 되면, 많은 교사들이 새학기 준비로 기대와 걱정, 두려움을 드러낸다. 걱정과 두려움이 기대감보다 앞서고, 그로인해 불필요한 감정소비가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개학 전날 잠 못이루거나 악몽을 꾸는 교사가 있을 정도이다. 그러한 걱정을 안다는 듯 교사 커뮤니티와 인X타, 페X스북에는 새학기 준비를 위해 '내가 이렇게 까지 준비했다' 혹은 '이렇게 준비해야 한다.'라는 글과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 좋은 자료와 팁을 공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료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교사가 두려움과 걱정으로 3월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교사의 1년 학급 살이 중 3월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어쩌면 어리석을지 모른다. 교사에게 중요하지 않은 달은 없기 때문이다. 매일 수업과 생활지도, 학교행사와 업무를 생각하면 한 장의 달력도 허투루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진리처럼 받아 들이는 '3월 중요론'에 대해 질문이 필요하다. 당신에게 묻는다. 3월은 정말 가장 중요한 달인가?
많은 교사들이 SNS등을 통해 새학기 준비를 위한 자료와 팁을 나누고 있다.
인X타에서 '쌤스타그램'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쉽게 볼수 있다.
3월이 가장 중요한 달이라는 착각
만약,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을 들이는 데 그 노력에 비하여 실제의 걱정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 혹은 그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 경우가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당연히 그 노력으로 소진되는 체력과 자원, 감정적 에너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교사의 수 많은 문제 중 '3월 중요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이 문제제기는 아래와 같은 현상에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3월 중요론을 넘어 3월 결정론으로 되는 교직문화와 분위기이다. 다른 인플루언서 교사의 3월을 보며 자신만의 학급 살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감, 열패의식을 느낄 수 있다. 실제 1년간 많은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자신의 3월의 학급 경영 문제에 기대는 교사를 종종 볼 수 있다. 혹은 반대로 자신의 준비가 완벽했음에도 실패를 맛보는 경우, 학생 개인 혹은 학급 구성 등 타인에게 문제를 전가하는 등의 비합리적 사고를 하게 된다.
두 번째, 과도한 프로그램과 자원의 소비이다. 3월을 준비하기 위해 교사들이 공유하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교육과정을 대체하고 있으며, 그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위한 많은 학습지 등 자원을 사용한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프로그램에는 고유의 교사 철학과 학급의 1년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전과 철학없이 3월을 맞이하는 교사의 두려움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프로그램과 학습지, 컬러 인쇄가 무의미하게 사용되는 것의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세 번째, 대부분의 의사소통과 훈련이 3월에 집중되어 있다. 베테랑 교사의 1년 학급살이를 보면 교육과정의 루틴이 있고, 학급 살이의 계절과 주기에 맞추어 의사결정과 학생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1년간 유지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3월 결정론'에 매몰된 교사의 경우 3월에 일일프로그램에 모든 것을 쏟아 붇고, 그 프로그램의 철학과 비전의 유통기한도 3월에 맞추어 놓는다. 3월에 정한 규칙을 1년간 밀어 붙이고, 프로그램 중 일부는 흐지부지 되며, 심지어 교사가 먼저 3월에 시행한 프로그램에 대해 일관성없이 행동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렇게 '3월이 가장 중요한 달'이라는 생각이 교사의 1년 학급 살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실제 중요도보다 두려움과 걱정이 부풀려져 있기에 자신의 능력과 교사로서의 철학과 비전을 직면하여 적절한 자원과 프로그램을 투입하는 3월을 만들어나가려는 의식적 사고가 필요하다.
3월은 수 많은 단추 중 첫 단추일 뿐
그러면 3월 중요론, 결정론의 넘어 첫 시작으로써의 3월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고 노력을 들여야 할까? 3월은 수많은 단추 중 첫 단추일 뿐이다. 교사에게는 학생들과 나눌 시간이 적어도 190일이나 있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채우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 3월이 두렵다면, 심호흡을 하고 이런 마음으로 3월을 맞았으면 한다.
1. 선생님의 철학과 비전, 존중은 교과 수업으로도 충분히 구현가능 하다.
놀이와 프로그램을 통해 라포나 존중과 배려를 배우는 것보다 수업에서 교사가 학습자를 대하는 태도, 수업의 진행방식, 발문과 대답에서의 상호작용이 교사의 철학과 비전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즉, 첫 날 부터 교과서를 펴고 수업을 진행해도 수업의 루틴과 발표, 대화 방식을 통해 교사는 학생들에게 '존중하고 존중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 부임한 교감이나 교장이 첫 직원회의부터 몇 주간 모일 때마다 교직원 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하는 것과 간소화된 업무와 대화속에서 교사를 생각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선호될지 생각해보면 쉽다.
2. 생활지도 상의 문제는 4월에 더 많이 일어난다.
전남지방경찰청에서 2014~2015년도 학교폭력 접수건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4월에 181건으로 가장 높았다.(경남조은뉴스, 2016/2/29) 3월이 주로 지난 학기의 관계 문제로 신고가 접수된 다면 4월은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며 생긴 관계의 마찰에서 비롯된 문제가 대부분이다. 3월은 학생들도 많이 긴장하고 교사와의 관계를 맺는 '허니문' 시기이기 때문에 학급의 적응을 끝낸 4월 즈음에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고 행동하므로 오히려 4월에 교사는 교우관계 파악과 중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3월에 놀이와 프로그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교사는 이런 상황에 더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학생 개별의 탐구없이 진행된 3월의 놀이와 프로그램은 학생 분쟁의 씨앗을 만들 수 있다. 3월에는 학생들의 특성과 성향을 파악하고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데 더 초점을 두고, 그에 따라 설계된 프로그램을 4월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2014~2015 학교폭력 월별 접수건수
실제 많은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4월 부터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3. 라포와 규칙의 핵심은 시기가 아닌, 일관성과 존중의 태도에 있다.
누군가 '그래도 3월이 중요하다. 3월이 라포형성과 규칙이해, 학습 훈련의 최적기이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렇다. 라포와 규칙이해, 학습 훈련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까닭이 '3월에 꼭 해야'하거나 '3월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라서가 아니다. 그것들은 3월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1년 간 교사와 함께 학급살이를 하며 체득하는 것이다. 학급 안에는 다양한 개성과 학습 속도를 가진 학생들이 있다. 첫 날부터 교사와 라포를 쌓는 학생부터 1학기가 다지나야 말문을 터는 학생도 있다. 규칙과 학습 훈련도 마찬가지이다. 교사가 아무런 언급 없어도 규칙을 스스로 지키는 학생과 365일을 떠들어도 지키지 않는 학생이 있다. 그 다양한 속도 가운데 학생들로 하여금 교사의 말과 행동이 예측 가능하고 거기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교사의 일관성'이다. 그리고 교사의 학급을 이끄는 말과 행동에서 평화로움과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받는 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이다. 1년을 거의 함께 지낸 담임교사보다 2주 남짓 생활한 교생이 떠날 때 학생들이 통곡을 하는 것은 라포의 초점이 '3월' 혹은 '기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또 느끼게 한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두려운 3월
교사 커뮤니티에서 새학기의 두려움을 추려보면, 새학년과 동료, 생활지도와 업무에 대한 두려움, 육아와 일의 병행, 출퇴근의 어려움 등을 토로한다. 학생들은 담임교사가 무섭지는 않을 지,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 지 걱정하고, 학부모는 그에 덧붙여 자녀의 교우 관계, 학습 태도 등을 걱정한다. 결국, 3월의 교실에는 걱정과 두려운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가득한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교사는 3월을 더욱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교사가 빡빡한 일정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결과를 기대하면 교사는 교사대로 좌절감을 느끼고,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은 친구들에게 낙인찍히게 된다. 열심히 해보려 달려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교육 구성원이 상처입는 것이다. 교사에게는 적어도 190일의 시간이 있고, 매일 같이 부딪히고 울고 웃는 순간들이 생긴다. 3월이라는 그 한달보다 그 순간의 교사의 모습이 중요하다. 솔직히 3월만이 가장 중요한 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 한달만 신경쓰면 될테니까. 그러나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안다. 도대체 중요하지 않은 달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교과서를 펴고 수업을 시작해도 된다. 자기소개 조차 천천히 해나가도 된다. 존중과 배려를 위한 놀이 1시간 보다 수업마다 학생의 대답에 귀기울이고, 교사의 태도로서 존중받는 느낌을 주는 순간들이 그 어떤 3월보다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
김연민, 민주적학급살이, 푸른칠판(2019)
백근찬,이병윤,신종호. 중학생이 지각한 교사에 대한 친밀감과 일관성이 부정적 피드백 수용에 미치는 영향.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전남조은뉴스 기사 '전남경찰청,‘학교폭력’신학기에 살펴봐주세요 'http://www.jngoodnews.co.kr/sub_read.html?uid=76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