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민주주의를 위한 넓고 얕은 대화] 4. 제대로 대화하는 문화를 만들자.
나는 상대가 청소부이건 대학의 총장이건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은 태도로 대화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인간은 소통을 통해 존재를 인정받는다
교실 민주주의 시작은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가능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와 제대로 대화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점도 주장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대로 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인간이 고립된 곳에 있게 되었을 때의 심리와 고통을 잘 표현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 (2000, 톰 행크스 주연)'의 주인공 척 놀랜드는 비행기 사고로 인해 무인도에 혼자 표류하였고, 의욕적으로 섬을 탈출하기 노력합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 때 그를 구원해 준것은 함께 떠내려온 화물에 담겨 있던 배구공이었습니다. 척은 그 배구공에 '윌슨' (배구공 제조회사 명칭)이라 명명하고 그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척은 윌슨과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습니다. 비록 혼자 주고 받는 말이지만, 그 순간 만큼은 '윌슨'이라는 존재가 듣고, 답하여 줍니다. 척은 윌슨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계속하여 인식할 수 있게 되고, 행위의 정당성을 찾고 용기를 얻습니다.
그가 탈출을 시도하고 얼만안되어 배가 전복되면서 윌슨이 바다로 떠내려갑니다. 그것이 그저 '배구공' 뿐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는 목숨을 걸고 윌슨을 구하려 합니다. 결국 윌슨을 구하지 못한 척은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유일한 소통상대가 사라진다는 것, 그것이 자신의 존재또한 무의해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화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자
국어 교과서에 '대화하는 방법'이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사과하는 방법 등 소통을 위한 기술을 전 학년에 걸쳐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대화의 질을 높여야 하는 까닭을 몸소 느끼게 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배.경. 없는 대화 나누기-감정체험]
1. A와 B가 2인 1조로 대화짝이 된다.
2. 1분간 교사가 정한 주제로 A가 먼저 이야기한다.
3. 1분이 지나면 B가 주제 이야기를 한다.
4. 1분이 지난면 다시 A가 '2'번에 했던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한다.
단, 이번에 B는 딴청을 피우거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5. 역할을 바꿔서 해본다. 느낌과 생각을 함께 나눈다.
배.경.없는 대화는 '배경 없는 그림' 처럼 공허한 대화를 체험하는 활동입니다. 여기서 배경은 배려와 경청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대화하는 사람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학생들은 1분 동안 말하기를 무척 어려워 하고, 상대방의 행동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인간은 상대방의 비언어적 행동에 따라 자신의 말투와 크기, 속도, 낱말 등을 조정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자신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되고 논리적 사고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고.기.질.리. 배우고 실천하기-기술 익히기]
1. '고' : 고개 끄덕여 주기
2. '기' : 몸을 상대방 쪽으로 기울여 주기
3. '질' : 질문하며 듣기
4. '리' : 리액션 하기
대화를 위한 기본 원칙 '고기진(질)리'는 학생들에게 명료하게 기억할 수 있게 돕는 재미있는 낱말이면 대화의 중요한 원칙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사와 학생이 '고기질리'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체험 후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요성을 다시한번 상기시킬수 있습니다. 이렇게 체험과 기술을 연결한 후에는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대화를 수업에 적용하고 문화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1. 교육과정 시간 및 교실 공간 안에서 교사와 학생은 상호간에 높임말을 사용한다.
-교사는 학생을 지칭할 때에도 '철수님, 영희님'으로 지칭한다.
-훈육 상황에서도 반드시 높임말로 지도하고, 외부에 나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잘 쓰지 않는 학생에게 강요하지 않되, 존중을 받고 있는 만큼 존중하는 것의 의미를 상기 시키는 방향으로 지도한다.
2. TPS 전략 (Thingking > Pairs > Share )
-T : 발문 후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준다. 기계적으로 교사는 최소한 5초를 마음속으로 센다.
-P : '고기질리'를 생각하며 발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짝과 나눈다.
서로 대화가 끝나면 하이파이브 등 서로가 끝맺음 인사를 나눈다.
-S : 발표한다. 단, 발표자는 짝의 이야기를 말하거나 둘이 나눈 이야기를 종합, 비교하여 발표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다
대화의 주도권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교사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교사가 학급 회의 혹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보여주는 대화의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사가 높임말을 사용하고, 친절한 어투로 대화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해도 마음에서 가끔씩 솟는 어떠한 욕망이나 감정이 얼굴이나 행동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언어적 표현'은 '언어(말)'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이고. '비언어적 표현'은 언어 외적인 표현으로 '표정, 몸짓, 손짓' 등을 말합니다. '반언어적 표현'은 언어에 수반되는 음성적 요소로 '목소리의 억양, 어조, 강약, 높낮이' 등을 말합니다. -국립국어원 해설
그러므로 학생들과 제대로 대화하는 문화를 만드려는 아이디어를 발휘하고 실천할 때, 교사도 역할극이나 체험활동에 빠지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연습한다는 느낌으로 참여하여야 합니다. 학생들이 교사또한 노력하고 있고, 함께 함을 느끼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습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대화 문화 형성 이후 학급살이 안에서 부딪혔던 문제들에 대한 실패담과 성공사례를 보며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