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창작은 처음입니다만] #13 버킷리스트, 가슴이 벅차오르는 주문
LIFE 잡지사에서 16년간 근무하던 한 남자. 그의 일은 필름 사진을 현상하는 일입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은 날마다 별 다를 바 없었죠.
괴물 같은 상사와 제대로 한 판 뜨고,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폼나게 대시를 한다-는 것은
이 남자의 오랜 취미, '공상'(daydream)일 뿐이었고요.
이 남자는 바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의 주인공 월터(벤 스틸러)입니다.
라이프사에서는 마침내 종이 잡지를 폐간하기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월터는 마지막 호 표지 사진으로 실을 필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진을 찍은 사진 작가 숀 오코넬(숀 펜)을 찾아 아이슬란드로 떠나게 되죠.
사진 작가를 찾아 그린란드로 무작정 가서 술 취한 조종사가 운전하는 헬리콥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고,
(보는 관객도 조마조마합니다)
조심하라는 아이슬란드 사람의 말을 뒤로한채 아이슬란드 풍경을 배경으로 스케이트 보드 질주도 합니다.
이때 흐르는 곡, Junip의 <Far away>가 상쾌함을 더해주죠.
저는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답니다.
아직 안 보셨다고요?
잘 됐네요. 이 영화를 보실 때는 꼭 좋은 음향, 큰 화면으로 봐 주세요.
월터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 테니까요.
소극적으로 살아가던 월터는 출장을 떠났을 뿐인데.
이게 다 무슨 일일까요? 월터는 사진가 숀 오코넬을 만날 수는 있을까요?
가득 벅차오르는 마음은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군요.
에이, 저건 영화지! 하고 은근슬쩍 넘어가려고요?
그럴 줄 알고 다른 영화를 준비했지요.
폭력을 일삼는 아빠,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낸 셰릴.
엄마랑 둘이 순탄한 삶이 시작되려는 순간 더 큰 불행이 닥쳐옵니다.
암으로 엄마를 잃고 나서, 술과 마약에 사정없이 빠져들었던 셰릴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심을 하게 돼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무려 4,285km를 걷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CT)를 완주하기로 결심한 것이죠.
셰릴 스트레이드의 <Wild>입니다.
바닥까지 추락했던 셰릴이 PCT를 통과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걸 작가의 문장으로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운 좋은 일인가요.
2012년 출간되자마자 압도적인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그 해의 <뉴욕 타임즈>논픽션 부문에서도 물론 1위를 차지했어요.
책도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지만,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한 영화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죠.
실제로 요즈음 PCT 코스를 걷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이 책과 영화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해요.
제 주변엔 여기를 완주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습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냐고요?
"아, 절대로 가지마. 가지마. 그냥 가지마. 개고생이야."
이상하죠.
그런데도 막 가고 싶다는 생각만 나고, 심장은 제 멋대로 뛰네요.
월터처럼 아이슬란드에 가거나 아프가니스탄의 설산에서 눈표범을 볼 수 없어서,
<Wild>의 셰릴처럼 4,285km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걸을 수 없어서
슬그머니 "난 저렇게 못해." 하고 버킷리스트를 시작조차 안 하려는 분이 계시겠죠.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요.
거창한 목록 말고 아주 별 것 아닌 새로운 것들 시도하는 사람을 찾았거든요.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52 New Things)의 저자 닉 소프입니다.
닉 소프는 1년 동안 매주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로 맘을 먹었다고 해요.
아주 작은 행동으로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와 보고 싶었던 그는, 정말 하잘 것 없는 일을 하나 실행했는데요.
그것은 과자 끊기였습니다.
그는 과자를 먹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새해를 맞이했고,
어떤 사람에겐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는 이 도전적인 일에 결국 성공을 거두었어요. 과자를 끊은 것이죠.
(간식을 끊겠다는 우리의 결심히 얼마나 헛된 것인지 생각해보면 ㅎㅎ)
여러분이 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해도 목차를 한 번 훑어보는 건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예요.
닉은 52주간, 간혹은 유별난, 또 가끔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들을 매주 1개씩 해 나갔대요.
바로 이런 것들이었죠.
하루 단식, 할아버지에게 전화하기, 알몸 수영, 초경량 비행기 타기, 집까지 걷기, 텔레비전 끄기,
클럽가기, 새로운 언어 배우기, 텃밭 채소 기르기, 글쓰기, 비아그라 복용하기....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유치하지만 제가 그 중에 몇 개나 해 봤는지 연필로 동그라미를 쳐 봤어요.
2010년 6월 어느 날 텔레비전을 끊었고,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 떠올랐어요.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에 발을 들인 걸 새삼 감사했고,
텃밭 채소를 기르며 날마다 알이 굵어지는 토마토를 관찰하는 기쁨을 다시 기억했습니다.
닉 소프의 이런 작고 꾸준한 도전에 영향받은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1년에 52가지 새로운 일 하기' 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아니면, 사람들이 무슨 희한한 일을 하고 사는지 구경이라도 하고 싶다고요?
그런 사이트는 잔뜩 있습니다.
아무거나 클릭만 해 보면!
작지만 근사한 새로운 일들에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영감을 주는사진들은 옵션으로 주어지는 선물이구요.
https://challengechanger.wordpress.com/
1년이 너무 길다고요?
걱정마세요.
더 짧은 기간에 큰 변화를 보고 싶으면 한달이면 충분해요.
TED에서 인기 영상으로 사랑받는 비디오 클립을 만났습니다.
2011년에 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었어요.
맷 커츠는 자기 삶에 더하고 (add) 싶은 것과 빼고 (subtract) 싶은 것을 도식화하고
그걸 그냥 30일 동안 부딪히듯이 해 봤습니다.
매트는 비만에 시달리고 있었고, 직장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어요.
날마다 새로운 풍경을 찍기로 맘 먹었고요.
분량을 정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매트는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상으로 직접 확인하면 어떨까요 :)
https://www.youtube.com/watch?v=UNP03fDSj1U
저는 몇 년 간 쿠바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하고 다녔어요.
꿈에도 나올만큼 강렬하게 원했거든요.
그리고 이듬해에 자나깨나 외치고 다니던 그 곳에, 정말 40일간 쿠바만 여행하게 됩니다.
열망이 강할수록 실현은 빠르더군요.
이쯤 되면 당신은 벌써 종이와 수첩을 준비했을 거예요.
아니면 스마트폰 메모장이라도 켜 놓았거나요.
자, 이제 자기 검열 없이 마구 쓰는 겁니다.
절대로 실현가능성을 떠올려보며 저울질을 해선 안 돼요!
저는 벌써 완성했네요.
평소에도 전 이걸 넣었다 저걸 뺐다. 혼자 신나게 해 봅니다.
뭐 어차피 목록인걸요. 목록 쓴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요.
<김여진의 버킷리스트>
1. 남극 여행하기
2. 주짓수 배우기
3. 피아노로 쇼팽 연주하기
4. 살사 댄스 배우기
5. 스페인어 국가에서 6개월 이상 살기
6. 자막없이 영화 보기
7. 작가 되기
8. 피트니스 대회 나가기
9. 1년간 나무만 그리면서 여행 다니기
10. 오토바이 배우기
그럼, 이제 말해보아요.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숨기지 않아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