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창작은 처음입니다만] #6 작가들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초록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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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16:33
나는 작가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시콜콜 담은 책을 수집한다.
아이돌 열혈 팬이 되면 이런 기분일까?
‘우리 오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루의 시작부터 잠드는 그 순간까지 다 알고 싶어!’
나도 마찬가지다.
글 좀 쓰는 사람들, 그림 좀 그리는 사람들의 하루가 늘 궁금했다.
스티븐 킹의 하루가
박완서 작가의 하루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가 궁금하고,
이름 없는 작가의 하루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내 하루의 시작이 제대로 알고 싶었다.
기를 쓰고 창작을 하기 위해서 나는 어떤 것들을 하고 있었나?
제각기 다른 사정과 다른 방법으로 창작을 준비하는 작가들의 시간.
먼저 한국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김중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김중혁은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
그에게는 글 쓰기 전에 손에 맞춤한 도구를 마련하는 게 가장 우선이었던 모양이다.
화이트 보드, 아이패드, 커피, 손톱깎이, 블루투스 헤드폰, 독서대와 텀블러, 네임펜까지!
손에 꼭 맞는 만년필이나 굵기가 딱인 볼펜을 찾았다며 기뻐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꼭 김중혁 작가만 도구에 집착하는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작가 김훈은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작업한다고 한다.
동화작가 김리리 선생님도 하얀 종이에 연필로 쓱쓱싹.
왜 그렇게 귀찮은 짓을 하느냐고?
그건 작가만이 알 일이다. 꼭 그래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래야만 써지기 때문에 굳이 저러는 것이다.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일까?' 궁금해 했던 사람이 있다.
미국에 사는 메이슨 커리 씨.
'누군가는 각본을 쓰고, 오페라를 지휘하고, 풍경을 그리는 시간에 왜 나는 빨래하는 시간조차 겨우 내는 것일까?'
궁금했던 나머지
소설가, 작곡가, 화가, 안무가, 극작가, 시인, 철학자, 영화감독, 과학자들의 하루를 정리하는
Daily Routine 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7년간 꾸준히 글을 올리다가 (그 자체가 이미 대단)
그 글들을 모아 Daily Rituals라는 책을 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리추얼>로 번역 출간되었다. 2014)
Ritual. 의식. 창조를 하기 전, 그들은 의식처럼 꼭 무언가를 했다.
글을 써야 하는데 머리가 먹통이 되면 나는 이 책을 꺼내 아무 쪽이나 펼친다.
먼저, 하루키다.
미국에 사는 메이슨 커리 씨.
'누군가는 각본을 쓰고, 오페라를 지휘하고, 풍경을 그리는 시간에 왜 나는 빨래하는 시간조차 겨우 내는 것일까?'
궁금했던 나머지
소설가, 작곡가, 화가, 안무가, 극작가, 시인, 철학자, 영화감독, 과학자들의 하루를 정리하는
Daily Routine 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7년간 꾸준히 글을 올리다가 (그 자체가 이미 대단)
그 글들을 모아 Daily Rituals라는 책을 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리추얼>로 번역 출간되었다. 2014)
Ritual. 의식. 창조를 하기 전, 그들은 의식처럼 꼭 무언가를 했다.
글을 써야 하는데 머리가 먹통이 되면 나는 이 책을 꺼내 아무 쪽이나 펼친다.
먼저, 하루키다.
날마다 10km 정도씩 달린다.
심지어 어떤 날은 달리기와 수영 모두 다 하는 날도 있다고 하니 나같은 범인은 입이 딱 벌어질 따름.
작가들은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하루키는 날이 갈수록 강철체력이 돼 갈 뿐이고!
하루키는 한술 더 떠 '달리기와 삶' 을 가지고 또 책을 썼다.
어쨌거나 이제 하루키를 떠오르면 머릿속 말주머니에 '달리기' 가 뿅! 하고 같이 떠오르게 되었다.
짜증나게 이 책도 정말 잘 썼다. 질투날 정도로 재밌다. 쳇.
의외의 리추얼을 가진 예술가도 있다.
베토벤은 아침 식사 대신 커피를 마셨는데, 무척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한 잔에 필요한 커피콩이 정확히! 60개여야 했다.
용량을 맞추기 위해서 일일이 갯수를 세기까지 했다고.
웅장하고 비장한 곡을 작곡한 베토벤이 책상 앞에 앉아 커피콩을 세는 모습은 좀 상상이 안된다. 하하
<오리엔트 특급 사건>의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 모든 작가들을 기죽게 할 만한 말을 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튼튼한 탁자와 타이프라이터가 전부였다.
"내게 필요한 것은 튼튼한 탁자와 타이프라이터가 전부였다.
대리석을 위에 덧댄 침실의 세면대는 글쓰기에 정말 좋았다.
식당의 탁자도 글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기자들은 늘 책이 가득한 책상 앞에 앉은 그녀의 사진을 찍고 싶어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애초에 그런 작업실에 애거서 크리스티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이쯤 되면 최신 맥북이 없어서, 멋진 만년필이 없어서, 작업실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는 나의 핑계는 설 곳이 없어진다.
기자들은 늘 책이 가득한 책상 앞에 앉은 그녀의 사진을 찍고 싶어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애초에 그런 작업실에 애거서 크리스티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이쯤 되면 최신 맥북이 없어서, 멋진 만년필이 없어서, 작업실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는 나의 핑계는 설 곳이 없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사람, 강원국 작가의 글을 살펴보자.
대통령의 연설문 씩이나 작성하는 사람인데, 글쓰기가 두려울까?
대통령이 7시까지 연설문을 가지고 오라고 했던 날, 새벽 2시까지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공포심에 벌벌 떨었다는 작가. 글쓰기의 두려움이라면 누구 못지않게 잘 아는 사람이다.
"책을 집필하면서 글이 써지지 않았다. 20여 일을 허송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글이 써졌다.(...)
대통령의 연설문 씩이나 작성하는 사람인데, 글쓰기가 두려울까?
대통령이 7시까지 연설문을 가지고 오라고 했던 날, 새벽 2시까지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공포심에 벌벌 떨었다는 작가. 글쓰기의 두려움이라면 누구 못지않게 잘 아는 사람이다.
"책을 집필하면서 글이 써지지 않았다. 20여 일을 허송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글이 써졌다.(...)
글이 안 써지는 동안 뇌가 글쓰기를 거부하고 쓰려는 시도에 저항했다. 그럼에도 나는 시도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도 반복했다."
꾸역꾸역 뇌를 괴롭힌 끝에 작가는 이런 선물을 받았다.
"이렇게 일정 기간 되풀이하니 산책을 시작하면 뇌가 '글을 쓰려다보다' 생각한다. (...)커피를 사면 뇌는 잠깐 고민한다.
'이전처럼 버틸까? 버티는 것도 만만찮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싸워야 하지? 이 사람은 계속 이럴 것 같은데? 내가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아, 너무 힘들다.'
그리고 이내 체념한다. '차라리 도와주고 끝내자. 그게 편하겠어.'
내 리추얼은 뭔지 생각해 본다.
특별한 게 없는데. 없는데?
아, 있구나! 책커!
책과 커피를 하는 시간. 책커타임.
머리가 꽉 막히면 무조건 책을 편다.
커피도 꼭 있어야 한다. 아메리카노? 어림없다. 무조건 카페라떼.
연필 한 자루도 꼭 있어야 한다. 연필을 손에 꼭 쥐고서 책장에 밑줄을 사각사각 긋다보면
머릿속의 잡념이 훅, 사라지면서 평온이 찾아온다.
빈 속을 채우듯이
머릿속을 즐거운 읽을 거리로 조금씩 채워두고 나면 다시 글 쓸 기운이 난다.
힘겹게 글을 완성하고 나면 또 책과 커피를 곁들인다.
이쯤되면 정말 궁금해진다.
지금 글을 읽는 당신의 리추얼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