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창작은 처음입니다만] #5 식물덕후가 드로잉을 만날 때
초록연필
25
21979
14
2018.07.03 09:21
난 1년전까지만 해도 소위 '식알못' 이었다.
식물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봄엔 개나리가 피고, 벚꽃 구경을 간다.
친구 생일이면 장미를 보내고
부모님께는 카네이션을 드리는 거고
가을엔 단풍잎이 붉게 물든다?
그게 다였다.
식물에 대해서라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여느때처럼 일찍 출근해서 교문을 통과하여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정원에 피어 있는 꽃 한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
정말 의외였다.
학교에서 동백꽃을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슬을 도롱도롱 머금고 있는 동백꽃.
이게 그 샤넬 브로치 모양으로 유명한 동백꽃인데!!
학교 정원에서 동백꽃이라니!
그 이후로 학교 정원을 돌며 무슨 식물이 있는지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학교 정원에는 50여종이 넘는 풀과 나무가 있었다.
웨딩 부케로도 많이 쓰이는 작약과 꼭 닮은 모란도 있었다.
(영어로는 작약과 모란이 같다. 둘 다 peony다. )
고스톱 칠 때나 볼 수 있는 그 꽃, 모란 말이다.
그때부터 한동안 식물에 미쳐서 식물책을 엄청나게 사고 읽어댔다.
그러다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물을 그린다면?"
웨딩 부케로도 많이 쓰이는 작약과 꼭 닮은 모란도 있었다.
(영어로는 작약과 모란이 같다. 둘 다 peony다. )
고스톱 칠 때나 볼 수 있는 그 꽃, 모란 말이다.
그때부터 한동안 식물에 미쳐서 식물책을 엄청나게 사고 읽어댔다.
그러다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물을 그린다면?"
(우리 학교 정원에서 찾은 패랭이꽃. 패랭이 모자랑 닮았다고 해서 패랭이꽃이다.)
그렇다.
식물에 빠져들고서는 전혀 뭘 그릴지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베껴 그린다는 민망함을 가질 이유도 없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꽃과 나무를 얼마든지 그릴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
식물에 빠져들고서는 전혀 뭘 그릴지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베껴 그린다는 민망함을 가질 이유도 없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꽃과 나무를 얼마든지 그릴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사루비아, 샐비어로 알려진 세이지.역시 학교 현관문에 화분에서 찾았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꽃을 그리고, 그걸 사진이랑 이어붙이니까 아주 그럴 듯했다.
잎의 갯수라던지 모양이 약간 다르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전체적인 모양만 얼추 맞아도 그 식물 느낌이 충분히 나니까 말이다.
펜드로잉으로 하다보니 또 오일파스텔로도 한 번 그려보고 싶어졌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꽃을 그리고, 그걸 사진이랑 이어붙이니까 아주 그럴 듯했다.
잎의 갯수라던지 모양이 약간 다르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전체적인 모양만 얼추 맞아도 그 식물 느낌이 충분히 나니까 말이다.
펜드로잉으로 하다보니 또 오일파스텔로도 한 번 그려보고 싶어졌다.
초여름이 되면 능소화가 무리지어 핀다.
갈래꽃이 아니라 통꽃으로 툭, 떨어진다.
너무 멀쩡하게 예쁜 꽃이 바닥에 나 뒹구는데 아까워
고이 손에 쥐고 들어와 오일 파스텔로 그려봤다.
'와, 뭐가 그림이고 뭐가 꽃인지 모르겠네.'
혼자 으쓱거리며 감탄하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지.
갈래꽃이 아니라 통꽃으로 툭, 떨어진다.
너무 멀쩡하게 예쁜 꽃이 바닥에 나 뒹구는데 아까워
고이 손에 쥐고 들어와 오일 파스텔로 그려봤다.
'와, 뭐가 그림이고 뭐가 꽃인지 모르겠네.'
혼자 으쓱거리며 감탄하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지.
펜 드로잉으로 먼저 아웃라인을 그리고 수채화로 색을 입혀 볼 수도 있다.
간단하게 명암을 넣어도 무척이나 상큼하고 예쁘다.
좀 더 나아가면?
좀 더 나아가면?
짜잔! 요렇게!
그림자까지 그리면 금상첨화!
식물 그리기에 재미를 붙이면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나 식물 드로잉 책을 찾아보는 것도 즐겁다.
그림자까지 그리면 금상첨화!
식물 그리기에 재미를 붙이면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나 식물 드로잉 책을 찾아보는 것도 즐겁다.
이 책은 식물 세밀화가이자 식물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소영님의 <식물 산책>이다.
식물을 간단하게 드로잉하는 데서 더 나아가서
식물을 보존하고 연구하기 위해 그리는 식물세밀화를 맘껏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인 이소영님은 식물은 그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또, 꼭 그려야 한다면 장식의 용도로 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잊지 않고 스케치북 오른쪽 귀퉁이에 날짜를 적어두면
계절별로 내가 관찰하고 그린 식물이 뭔지 기록하는 의미도 있다.
계절별로 내가 관찰하고 그린 식물이 뭔지 기록하는 의미도 있다.
초록이 아닌 자줏잎을 가진 식물도 있다.
아기자기한 꽃이 피어 있는 쥐똥나뭇잎은 5월이면 볼 수 있다.
도로가나 건물 생울타리로 흔히 사용되는 회양목 잎을 그려 보았다.
동글동글 잎이 귀엽다.
동글동글 잎이 귀엽다.
사철나무도 회양목과 마찬가지로 길가에 울타리로 많이 사용된다.
잎이 반지르르하니 윤기가 흐른다.
내가 그린 모든 식물들은 다 길이나 숲이나 공원에서 주은 것이다.
잎이 반지르르하니 윤기가 흐른다.
내가 그린 모든 식물들은 다 길이나 숲이나 공원에서 주은 것이다.
식물 아래를 서성이면 정말 많은 잎과 꽃이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단 한 번도 잎이나 꽃을 억지로 뜯어서 그린 적은 없다.
그게 아니라면 피어있는 꽃 앞에 휴대용 의자를 깔고 앉아 그리기도 했다.
(요즘 웬만한 카페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관엽식물 몬스테라! 잎이 예쁘게 생겨 사랑받는다.
오일파스텔과 색연필로 그리면 무척 스타일리시한 일러스트가 된다. 짜잔!)
식물을 즐겨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식물을 궁금해 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내게"여진아, 이 꽃은 뭐야?"
사진을 보내 물어보기도 했고,
길 가다 모르는 식물을 찾아 식물 어플(모야모)에 사진으로 검색을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식물을 즐겨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식물을 궁금해 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내게"여진아, 이 꽃은 뭐야?"
사진을 보내 물어보기도 했고,
길 가다 모르는 식물을 찾아 식물 어플(모야모)에 사진으로 검색을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화단이나 숲으로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아니면 가로수 아래로
언젠가 나와 함께 당신도
산책길을 나섰으면 좋겠다.
서성거리며 두리번 두리번 나뭇잎을 줍는
느리고 사치스런 행복을 나 혼자 누리기는 너무 아까우니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