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2학기 보드게임] 2018 2학기 4주간 보드게임 소개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8월 20일에 개학을 하였습니다. 개학 후에 게릴라 식으로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소개 및 아이들 플레이에 대한 간단한 저의 감상입니다.
해저탐험
테마는 해저로 보물탐험을 떠나는 잠수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가난한 잠수사들은 별 쓸모없는 잠수정을 가지고 보물을 탐험하게 되었습니다. 컴컴한 바닷속에서 간신히 보물을 발견하지만, 이 보물이 얼마나 가치있는지는 잠수함으로 돌아와봐야 알 수 있는 일. 그런데 보물을 들고다니려니 힘도 들고 벅차기도 해서 발걸음도 더디고 산소도 더 많이 소비합니다. 게다가 고물 잠수정이라니... 여섯 사람(플레이어 수)이 사용할 산소량은 코딱지만큼인데... 잠수정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산소가 다 떨어지는 순간, 지금까지 발견한 모든 보물들을 일단 다 놓고는 몸 만이라도 살아야하니 급하게 잠수정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 보드게임은 갈 것인가 그만 돌아갈 것인가의 타이밍을 적절하게 계산해야 하는데 그 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냥 안전한 선택을 줄창 하더라도 손해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게임에서는 묘미가 좀 반감되어 드러납니다. 안전한 선택을 반복하던지, 계산 없는 무모한 선택을 해서 그 묘미를 경험하지 못하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게임성은 훌륭해서 아이들은 게임에 즐겁게 참여하는데, 확실히 다시 찾는 것은 덜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보드게임은 보드게임을 좀 많이 해 본 분들에게 적절하게 어울리는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다음부터는, 수업 마치고 여가로 보드게임을 즐기다가 하교하는 아이들에게 2학기 중반쯤 들이밀어볼 생각입니다.
우봉고 3D
3차원적 퍼즐 보드게임입니다. 전작 격인 우봉고가 평면 위에서의 퍼즐을 맞추어가는 보드게임이라면, 우봉고 3D는 평면 뿐만 아니라 그 깊이 - 그래봐야 2층짜리 깊이이긴 하지만 - 도 고려해야하는 보드게임입니다. 블럭을 사용하는 보드게임은 경험상 남자 어린이들이 조금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 어린이들도 즐겁게 참여하곤 합니다.
다만, 함정은 가격. 좀... 비싸죠... (쿨럭) 그래도 4개 정도 구해 놓으면 학급 인원의 절반 정도 사용할 수 있으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 보카
협력하여 과제를 해결하는 보드게임입니다. 협력의 내용은 블록 쌓기. 그런데, 서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다르고, 서로의 것을 알지 못합니다. 내 쪽으로 보이는 카드대로, 블록의 옆면 색깔을 맞추어야 하는 보드게임. 색감이 너무 예쁘기 때문에 아이들은 호기심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시 찾는 보드게임은 아닙니다. 원인을 생각해보면, 협력을 위해 플레이어 2명 팀을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게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두 명이 게임하는 동안 나머지 학생들이 기다려야 합니다. 덕택에 소개할 때는 우와, 하는데, 다음에는 다시 찾지 않습니다.
이런 보드게임은 교수-학습 과정에서 일회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는지라 - 협력, 타이머 체크, 팀을 이루는 메커니즘 - 아이들이 평소에 즐기는 보드게임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학습 과정을 위한 교구로 사용하면 좋겠지요. 6학년에서 사용할만한 시간은 수학 2학기 1단원 쌓기나무. 단원의 목표가 공간 지각력이니, 학생들이 2차원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3차원적으로 사고하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단원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포 세일
테마는 부동산 투자. 요즘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르는 바람에 정부에서 참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고, 여러 분들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가 되고 있는데, 이 보드게임의 테마는 부동산 투자입니다. 다양한 가치를 가진 부동산이 등장하는데, 플레이어들은 이 부동산에 베팅하여 매매를 시도합니다. 가장 높은 베팅을 한 플레이어가 그 차례에 가장 가치있는 부동산을 획득. 그렇게 모든 플레이어가 부동산을 손에 쥔 후, 이제 부동산을 판매하게 됩니다. 부동산을 사기 위해 등장한 매수인들.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부동산의 가치를 고려하여 매도를 시도해야 합니다. 가장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팔기 위해 가장 가치있는 부동산을 내놓았는데, 더 가치있는 부동산을 내놓아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팔아버리는 플레이어가 등장한다면, 내 부동산은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밖에 없겠지요.
이 보드게임은 다른 플레이어의 생각이 무엇인지 넘겨 짚어가면서 결정해야하는 보드게임입니다. 물론 게임의 메커니즘은 경매의 요소가 있지만, 그것이 게임에서의 승리를 위한 주된 요인은 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가장 좋은 타이밍에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것. 보드게임 자체가 오래 전에 나온 보드게임이라, 현란한 메커니즘은 없지만, 초등학생들에게는 딱 적절한 정도의 난이도와 게임성입니다. 특히 값어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경험을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이 보드게임을 자주 찾는 듯 합니다. 뱅! 보드게임을 소개하기 전까진... (쿨럭)
더 마인드
몇 년 전엔가 나와서 큰 주목을 받았던 더 게임이라는 보드게임과 유사한 보드게임입니다. 물론 진행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이 보드게임도 협력 보드게임입니다. 각 레벨에 따라 나누어가진 숫자 카드를 오름차순으로 버려야 하는 보드게임. 카드에는 1부터 100까지의 숫자가 쓰여있는데, 플레이어들은 그 중에 어떤 카드를 가졌는지 서로 알지 못합니다. 가진 숫자에 대한 힌트는 줄 수 없이, 그저 상대방의 성향을 알고 추측하고 믿어 서로의 카드를 순차적으로 내야하는 보드게임.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게 크게 관심있어 하지는 않습니다. 더 게임 보드게임도 그랬는데, 아무래도 서로의 생각을 넘겨짚는다는 것에 대한 생소함이 그 원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또한 아이들은 답답한 상황을 크게 반겨하지 않는데, 게임 자체가 명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더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컨셉트
주어진 카드의 단어를 다른 친구들이 맞추도록 해야하는데, 게임판 위의 개념을 나타내는 여러 아이콘들의 연결을 통하여 힌트를 제공하는 보드게임입니다.
아이들이 의외로 좋아하는 보드게임인데, 개념 아이콘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게임 본연의 즐거움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는 퀴즈 놀이로써 그 의미를 찾는 듯 합니다.
넓은 의미의 스토리텔링 보드게임이라고도 생각하는 바, 개념 아이콘의 연결을 통해 무언가 간단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어진 단어를 연상시키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여자 어린이들의 선호가 조금 더 있는 편인데, 발달 특성 상 남자 어린이들의 언어지능 발달이 여자 어린이들에 비해 조금 늦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급 구성원 전체가 즐기게 하기보다는, 여자 어린이들이 모여있을 때 소개해주고 즐기게 하는 편입니다.
일루전
사진은 미처 찍지 못했지만, 일루전 보드게임도 소개하였습니다. 여러 색을 사용하여 카드에 이런저런 추상적인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 장의 카드 속에 한 가지 색깔이 전체 카드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생각하여 비율대로 카드를 늘어놓는 보드게임입니다. 누군가 실패하였음을 알아차렸을 때 문제제기하여 성공하면 점수 획득! 문제제기를 하였는데 그 문제제기가 문제가 있는 경우 - 모든 플레이어들이 카드 색깔 비율에 맞게 카드를 잘 정렬한 경우 - 문제를 제기한 플레이어의 앞 플레이어가 점수 획득!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대를 한 보드게임인데, 아이들에게는 고민의 시간이 길지 않더군요. 신중한 플레이보다는 즉흥적인 선택을 통한 플레이. 그래서 긴장감은 떨어지고 아이들은 심드렁합니다.
네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추상적 그림 자체가 참 예뻐보여서 학교 예산을 사용해서 구매했는데... 확실한 실패인 듯 합니다. 아이들이 (일단은) 거들떠도 보질 않네요. (쿨럭쿨럭)
퍼레이드
이 보드게임도 미처 사진을 찍지는 않았나봅니다. 테마는 이상한 나라의 그들이 벌이는 퍼레이드.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하여 그들이 줄을 섭니다. 그런데... 앞서 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있는 그들 중 누군가 신참자를 보고는, 어? 나랑 똑같은 옷을 입었네?, 라며 빈정이 상해 퍼레이드의 줄에서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누군가는 신참자가 입은 옷의 가치가 자기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는 창피해서 집으로 돌아가버리고 맙니다. 신참자를 퍼레이드에 참가시키고자 하는 플레이어는, 누군가 마음이 상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그래서 모두가 퍼레이드에 참여하도록 적절한 신참자를 퍼레이드에 참가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댓가는 플레이어가 치루게 되죠.
벌점을 덜 먹기 위해 자신이 가진 카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이 보드게임의 목적입니다. 적당한 카드 운도 있어야하지만, 한 두 수 정도는 내다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합니다. 룰은 간단한데, 게임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마이너스를 먹는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먹은 마이너스를 관리하는 게임의 룰도, 노 땡스! 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퍼레이드 보드게임은 초판인데, 일러스트가 굉장히 고풍스럽고 카드가 예뻐서 좋아라하는 버전입니다. 아이들도 가끔씩 꺼내어서 플레이하곤 합니다.
요약
괜찮아 하는데 다시 꺼내지는 않는 보드게임: 해저터널, 라 보카
크게 관심이나 흥미를 보이지 않는 보드게임: 더 마인드, 일루전
최근에 소개한지라 조금 더 지켜볼 보드게임: 컨셉트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