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 쉽고 알려주기 쉬운 보드게임 6選
제가 보드게임을 처음 만난 것은, 직장생활 초년차때의 일입니다. 아직 학교에 머물러있던 동기들과 밤샘 놀이차 방문한 보드게임방에서 만난 보드게임들은, 그 때까지 만났던 여러 놀이 중에 가장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덕택에 보드게임 플레이어로서, 보드게임 컬렉터로서 지낸 시간이 벌써 15년이 다 되어갑니다.
교사가 되기 전에 보드게임을 해 온 덕택에, 보드게임에 '교육용'이라는 굴레를 씌우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보드게임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잇감일 뿐, 다른 명칭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놀이에 이런저런 수식어가 붙는 순간,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놀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런저런 경험으로 체득한 바 있습니다.
고학년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저는 여섯 개의 보드게임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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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1. 아무때나 보드게임
아이들의 학교 내 여가시간을 위해 보드게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쉬는 시간 혹은 점심 식사 이후 시간 등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자유시간이지만, 학교 안에 있기 때문에 온전한 자유가 주어지진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든지, 만화책을 본다든지, 편안하게 누워서 숙면을 취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교사 개인의 교육철학 또는 학교 내의 여건 등에 의해 학교 내에서는 쉽게 허용되지 않는 행동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놀이를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계시겠지만, 저는 보드게임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자유시간에 가지고 놀게 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정말 아무때나 꺼낼 수 있는 보드게임 두 가지,
달무티 der Grosse Dalmuti
러브레터 Love Letter
를 학년 초에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보드게임에 대해서는 이미 워낙 많은 온라인 공간에서 이렇게 저렇게 두드린 바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때나 꺼낼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5분의 짬시간이 주어져도 꺼낼 수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세 명만 모여도 아이들은 이 보드게임을 꺼내어듭니다. 카드로만 구성된 보드게임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즉시성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런 장점은, 교수-학습 과정 중에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여분의 시간에 잘 발휘됩니다. 아이들에게 활동을 시키는 경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차가 있다보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간에도 편차가 발생합니다. 누구는 10분만에 끝내는데, 누구는 30분이 걸려도 못 끝내는 것이죠. 10분에 끝내는 아이들에게 처음에는, 성의있게 해 봐라, 고 말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어떤 아이들은 성의있게 할만큼의 발달을 이루지 않은 아이들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아이들도 2~3년 정도 더 지나면 성의있게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해 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저희 교실에서 그것을 이룰 만큼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못한 아이들에게 '성의'를 강조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잘 하는가 못 하는가보다는 하는가 하지 않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 말해주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먼저 끝낸 아이들을 차례대로 모아서 보드게임을 하게 합니다. 종이 칠 때까지 5분이 남았든, 1분이 남았든, 아이들은 교실 바닥에 삼삼오오 모여서 카드를 집고 놀기 시작하며, 그 놀이는 보통 쉬는 시간이 마칠 때까지 이어집니다. 그 때 꺼내기 좋은 보드게임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달무티 보드게임과 러브 레터 보드게임입니다.
두 보드게임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
두 보드게임이 아이들의 놀잇감이 되어주는 것은, 리플레이성, 즉 아이들이 꾸준하게 찾고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기껏 비용을 들여 보드게임을 사 두었는데 아이들이 이것을 플레이하지 않으면 참 난감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꾸준하게 찾을 수 있는 보드게임을 구매해서 교실에 놓고 놀게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을 판단하기 위하여 실은 교사가 보드게임을 직접 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짧은 교직 경력에, 아이들은 교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좋아해줍니다. 초등학교 교실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교사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대하면 항상 그것을 향해서 마음문을 열어주곤 합니다. 그래서 보드게임도 교사가 직접 해 본 후에 재미있게 즐긴 것을 사 놓으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실 바닥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면 아이들은 더할나위없이 놀이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2013년도에, 저희 반 아이들은 오후 여섯 시까지 교실에 삼삼오오 모여서 교사와 함께 보드게임을 플레이하곤 하였습니다. 제 좁은 차에 아이들을 예닐곱명씩 끼어앉혀서 집까지 데려다주곤 하였는데, 그 때가 가장 즐거웠던 시간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무지막지한 업무만 좀 없어진다면, 아이들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된다면, 지금도 그렇게 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든 아이들과 함께 놀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가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배울만한 장소나 시간이 마뜩찮으니 - 또는 있더라도 무언가 제약이 있는 경우, 예를 들면 '교육용'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있는 보드게임들만 체험한다든지, 특정 업체를 통해 마련된 장소라서 그 업체의 보드게임만 체험하게 된다든지, 아직까지 놀이로써의 보드게임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든지 등등등 - 직접 놀아본 후에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위 두 보드게임은, 지난 몇 년 간의 6학년 담임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학년 말까지 꾸준하고 즐겁게 가지고 노는 것을 직접 봐 온 경험에서 추천하는 보드게임이자,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즐겁게 플레이한 보드게임이기 때문에, 여러 제약 때문에 보드게임을 직접 선택하실 수 없는 선생님들께 자신있게 권해드리고자 합니다. (꼭 영업하는 느낌이네요)
제가 흥미를 느낀 지점은, 두 보드게임은 모두 보드게임 메커니즘 상 '핸드 매니지먼트', 즉 손 안의 카드를 유효 적절하게 관리하는 측면이 잘 구현되어 있다는 부분입니다.
달무티 보드게임의 경우, 손에 들고 있는 여러 카드들을 효율적으로 털기 위하여 버리는 더미의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아마 달무티 보드게임이 멘사 회원이 선정한 멘사 보드게임인 이유도, 이러한 순서의 결정이 직관적으로 혹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측면을 높이 샀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브레터 보드게임의 경우에도, 원활한 플레이를 위하여 다른 플레이어의 카드 상황을 어림해야 합니다. 우노 류의 카드게임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의 순발력과 운의 요소를 뛰어넘어, 러브레터 보드게임은 아이들이 일련의 상황을 계산하고 현재 상황을 유추하여 행동해야 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즉, 머리를 써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 가장 부합하면서도,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쉬운 규칙을 가진 놀이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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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2. 직관적인 보드게임
어떤 분들은 수학 보드게임이라고 하시기도 하는데, 저는 그저 직관적인 보드게임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리코셰 로봇 Ricochet Robot
루미스 Rumis
두 보드게임 다, 정말 이 보드게임을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 보드게임이지만, 몇몇 아이들에게는 너무 좋은 놀잇감이 되어주는 보드게임입니다. 특히 남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데, 아마도 보드게임에 특별한 스토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한 가지만 깊게 생각하면 되는 보드게임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코셰 로봇 보드게임의 선호도가 의외로 있습니다. 매년 학년을 마치면서 아이들에게 '후배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보드게임 Best 3' 목록을 추천받고 있는데, 리코셰 로봇은 누적 추천 순위 2위에 빛나는 보드게임입니다. (1위는 '뱅!' 보드게임인데, 이 보드게임은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꽤나 어려운 보드게임이라서 소개해드리기가 쉽지 않네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보드게임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직관성이 강조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코셰 로봇 보드게임은 활성화된 로봇을 목적 지점까지 옮기기 위한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보드게임입니다. 다른 고려 없이, 아이들은 로봇을 - 눈으로만 -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때로는 다른 로봇도 움직이면서, 경로를 추적합니다. 머릿속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보드게임이라서, 리코셰 로봇을 하는 아이들 무리는 그저 고요함 가운데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집중하여 무언가를 향해 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루미스 보드게임도 주어진 블럭이 가장 효과적으로 놓여질 수 있는 자리를 직관적으로 찾아내어 이를 포인트로 연결하는 경험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루미스 보드게임 같은 경우에는 초판이 나무 블럭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손감각에도 도움이 되었는데,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매직 스퀘어 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보드게임의 플라스틱 블럭들도 아쉬운대로 만지작만지작하는 느낌이 좋은 보드게임이기도 합니다. 특히 루미스 보드게임은 공간을 다루는 흔치 않은 보드게임이자, 잘 짜여진 규칙 하의 블럭 보드게임이기 때문에, 6학년 2학기 수학 쌓기나무 단원의 성취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교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보드게임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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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3. 생각없이, 혹은 생각하는 최초의
교실 보드게임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보드게임은,
코코너츠 Coconuts
미니빌 Minivilles
도 있습니다.
코코너츠 보드게임의 경우, 보드게임 메커니즘 상으로는 덱스터리티 류의 보드게임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보드게임들은 알까기 류의 피치카 보드게임, 크로키놀 보드게임이 있고, 주사위 던지기 보드게임인 텀블링 다이스 보드게임도 있습니다. 완구 비슷한 루핑루이 보드게임에, 원숭이가 막대에 매달려있는 텀블링 몽키 보드게임도 덱스터리티 류의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코코너츠 보드게임을 선택하여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이유는, 가장 저렴하게 갖추어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치카 보드게임 같은 경우는 풀 패키지를 살 경우 물경 30만원에 가깝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크로키놀 보드게임 같은 경우도 제가 가진 것은 16만원 정도 가격을 지불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용을 지불하고 산 덱스터리티 류의 보드게임들이, 실제로 리플레이성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금새 질려하는 것이죠. 코코너츠 보드게임도 실은 아이들이 금새 질려하긴 합니다.
놀이가 질리는 까닭은 규칙이 간단해서이고, 규칙이 간단하다는 것은 그만큼의 다양한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놀이를 하다가 나타나는 상황에 기시감이 들면, 그 순간부터 놀이는 지루해집니다. 간단한 규칙을 가진 놀이는 그만큼 즉시성이 뛰어나지만, 쉽게 질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복잡한 규칙을 가진 놀이가 배우기는 어렵지만, 더 큰 재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만큼의 다채로움이 존재하고 아이들이 거기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코너츠 보드게임 같이 단순한 보드게임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도 분명히 교실 안에 있기 때문에, 코코너츠 보드게임 한 카피 정도를 준비해놓을 필요는 있지 않나 싶습니다.
코코너츠 보드게임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
코코너츠 보드게임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라면, 미니빌 보드게임은 복잡함을 가지고 있는 본격적인 보드게임으로 향하는 첫 번째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선 보드게임들보다 룰이 복잡하고, 상황이 조금 더 다채롭게 등장하며, 승리를 위한 '빌드'가 몇 가지 존재하는 그런 보드게임입니다. 그래서 미니빌 보드게임을 한 후에, 카탄 보드게임 혹은 도미니언 보드게임으로 넘어가면 아이들의 보드게임 라이프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겠지요.
게임 자체도 매력적입니다. 나의 마을 가꾸기. 마을에 이런저런 건물들을 짓고, 수익을 얻어 더 많은 건물 짓기. 심시티 류의 게임은 언제나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확실히 리플레이성은 조금 떨어집니다. 상황 자체가 아주 다채롭게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인데, 만약 조금 더 복잡한 보드게임까지 아이들에게 소개해주실 마음이 있으시다면, 미니빌 보드게임을 도전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변형 규칙도 있고, 확장 카드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장치들이 다채로움을 더하여 줄 수 있기도 합니다.
미니빌 보드게임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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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을 알려줄 때는, 학급의 모든 아이들에게 한 번에 보드게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러브레터 보드게임 같은 경우는 여덟 카피는 있어야 하지요. 저희 교실에는 매년 학급운영비로 조금씩 사서 모아둔 러브레터가 열 카피 조금 넘게 있습니다.
학년 초에 소개해 줄 때는, 새 것 헌 것 할 것 없이 다 꺼내어서 사용한 후 교실에 비치하여 두다가, 플레이하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면 상태 좋은 것들은 조금씩 거두어 들입니다. 그래서 또 두었다가 다음 해에 또 꺼내고, 또 꺼내고 하면서 카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학년에서 함께 구매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학급이 한 학년인 경우, 학급 당 두 카피 씩 총 여덟 카피를 산 후, 반별로 돌아가면서 한 번에 플레이 설명을 한 후, 두 카피 씩 나누어 학급에서 사용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카드에 비닐 프로텍터를 씌우면 카드를 조금 더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달무티 보드게임 같은 것은 그냥 사용하다가 1년이 지나면 버리는 방향으로 해야겠지만, 러브레터 보드게임 같은 경우는 비닐 프로텍터를 씌워서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면 좋습니다. 특히 러브레터 보드게임 같은 경우는 구겨지거나 하면 블러핑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게임 진행이 어려운데, 이 때에는 비닐 프로텍터 중 한 면이 불투명한 프로텍터를 구매하여 끼우면 게임을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이, 아이들의 놀이 생활에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