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2022] 교실살이 System 만들기 - 02 교실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20220401, 20220404
지난 시간에는 교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 교실의 1년 살이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건네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시작으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두 시간 동안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교실의 결정 원칙을 정해 보았습니다.
이 주제의 배경이 되는 교과용 도서 내용은 '민주적 의사결정원리'로써의 다수결 제도입니다. 교과용 도서에서는 쓰레기 매립장 설립을 위한 공청회를 예시로 다수결 제도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점심 시간 운동장 사용 주체 간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수결 제도 운영의 전제조건으로, 우리 교과서는 교실에서 자리 바꾸는 상황을 예시로 어린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토론의 방법으로 관용과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며 양보와 타협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과용 도서의 예시를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민주적 의사결정원리를 교실살이에서 실제로 적용하는가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필요합니다. 여러 해 동안 교실살이의 학급자치회의를 지켜보면서, 대화와 토론 없이 공동의 문제나 교실 안 갈등 상황과는 무관한 지엽적인 결정 사항 앞에서 형식적 절차로써 다수결 제도가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아온 바 있습니다. 예컨대,
- 우리 학급에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런저런 건의사항 발표)
- 여러 건의사항 중 다수결로 세 가지를 뽑겠습니다.
교실살이에 대한 건의가 있다면,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이 건의사항을 교실에 적용할 것인지 혹은 배척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화와 토론의 방식으로 상대방 의견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관용적 태도를 견지하며 서로의 의견을 양보하고 타협하며 하나의 사항을 교실살이의 규범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의사항은 교실살이를 위하여 공동의 약속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야 하지만, 보통은 담임 교사나 학교를 대상으로 한 소원수리 내용이거나 지엽적이고 일회적인 내용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렇게 제기한 소원수리 내용을 다수결로 결정할 까닭이 없습니다.
따라서 교실살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의 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하여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우리 교과용 도서는 이런 부분을 깊이 있게 다루기 보다는 절차 안내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어린이들과는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계획하고 있으며, 그 전에 우선, 우리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과정을 이야기나누며 실질적 학생 자치가 이루어지는 교실살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 학급에서 교실살이를 위해 무언가를 결정할 사항이 발생할 때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원칙을 수립할 것이라는 안내를 먼저 건네었습니다.
-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무언가를 결정해 본 경험이 있는가?
어린이들은 학급자치회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습니다.
- 결정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가?
어린이들은 토론·토의의 과정과 다수결 절차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교사는 다수결 제도의 문제점이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문제를 언급하였습니다.
다른 어린이가 '다수의 횡포'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교사는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다수결 제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오늘 이야기 나누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더하여,
교사는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결정을 이룰 수도 있음을 말하며, 26%의 소수가 51%의 다수 의견을 결정할 때 51%의 의견이 100%의 의견을 결정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음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동체의 규모가 클 때,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 안에서도 궤를 달리하는 두 소집단 이상이 존재하게 될 때, 하나의 소집단이 한 층위 위의 집단에 대한 다수를 점해가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방식으로 전체의 의견을 과대대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을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학급자치회의 과정에서, 의견 수합 후 토의·토론 단계 없이 바로 결정 단계로 진입하는 사례를 종종 보았음을 말하였습니다.
- 다수결로 무언가를 결정해 본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해 보자.
한 어린이는 무엇을 하고 놀 것인가를 결정할 때 다수결로 결정하였던 적이 있다고 하였고, 한 어린이는 음식을 언제 먹을 것인가를, 한 어린이는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를 다수결로 결정한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교사는 놀이 결정 과정 사례를 조금 더 부여잡고, 결정 과정에서 놀이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소수가 결정사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말을 건네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원칙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교사의 생각을 보태었습니다.
- 다수결 이외에도 무언가를 결정할 때 사용하는 다른 방법이 있는가?
어린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결정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교사는 가위바위보는 결국 제비뽑기와 같은 방식이라고 정리하였습니다.
제비뽑기는 가장 공정한 결정방식입니다. 공정함이라는 말에는 앞뒤가 있는데, 기계적 평등의 앞면과 서로의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뒷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충분한 토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교사는 충분한 토의와 토론을 통해 다수결을 시행할 수도 있고 만장일치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어린이들의 의견을 정리하였습니다.
공동체의 의사결정 방법으로, 우리는 '제비뽑기, 다수결, 충분한 토의·토론을 거친 다수결, 만장일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과정의 편리함은 제비뽑기 쪽이 가장 손쉬우며, 만장일치가 가장 번거롭다는 사실에 어린이들은 동의하였습니다. 반면에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는 제도는 만장일치이며 제비뽑기는 극소수의 의견이 선정될 경우 절대 다수가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교사는 충분한 토의·토론을 거친 후 다수결로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숙의민주주의' 명칭의 제도에 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예컨대,
어떤 결정할 일을 앞두고 다양한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정한 후, 이들로 하여금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안내를 받기도 하며 토의·토론 과정을 거치도록 한 후, 최종적으로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의 제도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토론 참여자는 처음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거나 바꾸는 등의 과정을 거치지만, 최종적으로는 쟁점 사항이 타협을 이루며 점차로 줄어들게 되며 다수결 후 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충분한 토의·토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상대방의 견해에 대해 (동의하진 않지만) 이해는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절차적) 다수결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상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위의 다양한 담론을 토대로,
- 우리 교실 공동체에서는 결정할 일이 발생하였을 때 어떤 원칙을 토대로 결정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제시하였습니다.
어떤 어린이는 끝없이 토의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교사는 만장일치를 의도한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다른 어린이가 끝없는 토의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하였습니다.
다른 어린이가 시간이 많이 걸리면 (적당한 선에서) 서로 합의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보태었습니다.
어떤 어린이가 소수결로 결정하자고 물었습니다.
교사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였지만 어린이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ㅠ)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뭐지?)
투표하면 된다고 의견을 보탠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제비를 뽑자는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다른 어린이가 아무 의견이나 뽑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다른 어린이가 그럴 경우 이상한 의견이 선택될 수도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토의에 시간 제한을 두자는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교사가, 얼마 정도의 시간 제한? 1분?, 이라고 되물었습니다.
위의 논의 과정을 거친 후, 어린이들과 교사는, 결정 사항이 생길 경우 여러 번 토론 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수결로 결정하자, 는 말로 위 논의를 정리하였습니다.
이 때, 교사는,
- 모든 결정 사항에 대해 항상 여러 번 토론하여야 할 것인가?
- 여러 번의 토의라는 말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횟수를 정할 필요는 없는가?
라고 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중요한 일에 대해서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의 토의·토론 과정을 거치자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교사는 중요한 일은 어떤 일을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한 어린이는 의견이 두 가지 이상 나올 때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였습니다.
한 어린이는 많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응?)
다른 어린이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더하였습니다.
국회의 특별 의결 정족수가 재적 의원의 3분의 2입니다. 다음에 '3분의 2'라는 수치가 언급될 경우 이에 대해 안내할 생각입니다.
두 시간의 토의를 통해서 잠정적으로,
중요한 일에 대해 여러 번 토의·토론을 거친 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다수결로 결정한다.
를 우리 교실의 결정 원칙으로 합의하였습니다.
아직 빈 틈이 많습니다. 여러 차례의 의견 교류를 통하여 빈 틈을 메워 나가면서 어린이들과 교실살이 시스템에 대한 합의와 약속을 이루어 갈 생각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볼 계획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