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05
2015개정 교육과정이 현장에 적용된 것은 2019년(5·6학년군)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5학년 2학기 분수의 나눗셈, 소수의 나눗셈 및 6학년 1학기 분수의 나눗셈, 소수의 나눗셈 단원이 한 학기 씩 뒤로 밀린 것과, 6학년 2학기 정비례와 반비례가 완전히 중학교로 넘어간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혹자는, 교육과정 난이도가 동연령 대비 점차 하향한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은 고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정비례와 반비례 함수를 6학년 2학기와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걸쳐 나누어 배우는 것과,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한 번에 배우는 것은 난이도의 하향이라고 보기 보다는 교육과정 운영의 조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즉,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교육과정 체제가 필요에 따라 변경되는 것이지 이를 난이도의 하향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물론 고교 과정에서 행렬이 교육과정에 드나든다거나, 미적분의 범주가 변화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굳이 공학를 전공하지 않는 학생이 행렬을 깊이있게 배울 필요가 있는가라고 볼 때, 대학별 소계열에 따라 어떤 학생들은 행렬의 기본적 원리와 이론까지만 배우고, 어떤 학생들은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루는 정도의 조정을 필요로 하지 않나 싶습니다.
수학은 중요한 교과입니다. 다른 것보다도 어린이·청소년의 사고에 새로운 방식의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지점에서 중요합니다. 점점 다변화되어가는 시기에, 수학과 교육과정은 끊임없이 미세한 조정과 조절이 필요합니다. 언제까지나 모두가 같은 것을, 그것도 그 필요성에 대한 시대적 가치에 대한 고민없이 배우는 것은 이제 지양되어야 합니다. 수학은 중요하기에, 따라서 초등 단계에서도 끊임없이 적정한 배움의 시기를 조절하고 모색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다만, 이런 조정과 조절의 과정에서 수요자인 학생들의 반응도 고려되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의 판단에 의한 필요성이 아닌, 학생들의 판단에 따른 필요성, 그것도 입시 여부와 무관한 필요성의 고찰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 가능성은 요원해 보이기도 합니다.
4년째, 6학년 1학기에 다루어지는 분수의 나눗셈을 지도하면서, 특별히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전 선수학습 부분으로,
- 분수의 의미
- 동치분수의 의미
- 분수의 통분과 약분
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수학습 과정이 학생들의 현행학습 과정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몇몇 어린이들에게서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과용 도서는 기본적으로 앞선 선수학습 과정에서 완전학습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다음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 지점에서 공교육 학생들의 괴리가 시작됩니다.
한 번 배우면 다 알아야 합니까? 한 번 배우면 다 알 수 있습니까? 완전한 이해는 여러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루어 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하나의 문항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느 지점의 풀이까지는 이해하지만 그 다음 지점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들을 경험하곤 합니다. 이해의 비약이 이루어져야 하는 지점에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뛰어넘어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이해 과정은 앞선 선수학습 과정과 현행학습 과정의 연결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결국 비약을 통해 온전한 풀이 과정을 겪지 못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앞선 선수학습 과정에 대해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이해는 무엇으로 가능할까요? 보통은 반복 문제풀이 학습으로 이를 시도합니다. 이는 개인차에 현저히 좌우됩니다. 예전에 사교육 경험에 따르면, 어떤 학생은 문제풀이 과정에서 일정 지점부터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곤 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앞선 선수학습 과정을 되짚어 보지만, 보통의 경우는 이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사로잡힌 나머지, 앞선 선수학습 과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지 못하곤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도 벌써 두어 명 정도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고등학교 교실에 가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학생들은 반복 문제풀이 학습을 '답안지 구하기' 방식으로 해결하곤 하고, 어떤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외우기라도 하겠다'며 성실하게 배움에 참여하지만 그 진전은 지지부지합니다. 최상위권과 상위권의 격차가 가장 큰 것이 수학 교과의 특성인데, 이는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주된 방법 자체가 극소수의 학생들에게만 적절한 까닭이나, 이런 반복 문제풀이 학습 자체가 사교육의 효율적 운영에 적합하여 너무 어린 나이부터 학생들이 이에 노출되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 자체는 요원해 보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방법으로 효과를 거두었거나, 이런 방법 말고는 수학 학습의 다른 경험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교사가, 어린이들도 이런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여 공교육 교실에서까지도 개인의 특성과 발달 정도를 무시한 채 사교육과 같은 방법으로 수학을 가르치기 때문에 문제는 더더욱 도드라집니다.
또한 교과용 도서도 이러한 흐름으로 점점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과용 도서가 사설 출판사의 문제집 형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하여 지면을 낭비하는 단원 도입 부분의 편제나, 쓸데없이 단계를 나누어 차시를 늘리는 방식의 편제는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의 수학은,
- 이전 선수학습 과정을 되짚으며 현행학습의 걸림돌을 치우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하며
- 방법적 이해에 기반한 단계별 편제를 버리고 원리의 이해를 토대로 스스로 방법을 탐구해 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거칠게 말해서, 6학년 1학기 분수의 나눗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예 만회의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중학교 2학년 때, 또 한 번의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분수의 나눗셈은 결국 곱하기 분수의 역수의 방법으로 단순화됩니다. 물론 연산의 의미나 원리적 접근을 통한 방법의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분수의 나눗셈을 분수 역수의 곱셈으로 고칠 수 없는 중학교 2학년짜리 학생에게, 한 두 차시 정도의 연습으로도 충분히 이 과정의 도약을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분수의 나눗셈을 분수 역수의 곱셈으로 고칠 수 없는 중학교 2학년짜리 학생은, 이미 이전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두 차시 정도의 연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지점입니다.
매년 초등학교 교실에서 반복되는 괴담이 있습니다. 매년 초 진단평가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교과 학습 부진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기초학력 증진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을 운영하여 교과 학습 부진 학생은 유의미한 성취에 도달하고 연말에는 교과 학습 부진 학생이 한 명도 빠짐없이 '구제되었다'고 보고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똑같은 학생이 다시 교과 학습 부진 학생으로 판별되어 다시 '구제'받기 위한 작업에 참가하게 됩니다. 구제해야하고 구제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교과 학습 부진 학생의 범주는 점점 넓어집니다. 그리고 수학 교과에서는 '수포자'라는 명칭으로 스스로를 여기는 학생들이 범위가 점점 커져만 갑니다. 그런데 왜 같은 방법을 개선하지 못한 채 계속 이를 반복하는 것일까요?
저희 교실에서는,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분석한 후 해당 단원의 배움을 재구성하여 시수를 확보한 후, 이전 선수학습 과정을 천천히 되짚으며 배우는 과정을 함께 편제합니다. 이를 토대로, 분수의 나눗셈 과정에서는,
- 나눗셈의 의미와 개념, 나눗셈의 몫과 나머지 (소수의 나눗셈과 공통 과정)
- 분수
- 동치분수
- 분수의 통분과 약분
에 대해 배운 후,
- 자연수 나눗셈을 분수로 표현하기
- 분수를 자연수로 나누는 문제상황 이해하고 원리 알기
- 분수를 자연수로 나누는 원리 토대로 방법 발견하기
- 분수를 자연수로 나누는 문제상황 이해하여 (방법적으로) 문제 해결하기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 상의 일정 성취수준에 도달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교실의 배움도 모든 학생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이런 흐름의 배움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미 실패경험으로 수학에 대한 동기를 잃어버린 어린이에게는 새로운 방법이 무용지물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반복 문제풀이 학습 방식에 비해 리스크가 적습니다. 특히 발달의 도상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주어지는 실패경험이 적다는 것은, 수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에 어느 때라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학생에게 다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아직도 천편일률적인 학습의 방식이, 전통적 교수법이라는 탈을 쓰고, 우리 어린이들을 수포자의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