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20. 사진 촬영 활동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토대로 구성한 교과용 도서에 사진 단원이 들어왔습니다. 어린이들과 사진의 특성과 촬영 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을 배운 후, 연출 사진을 찍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함께 구상하며 독특한 사진을 찍는 경험도 나쁘지 않겠지만, 저는 어린이들이 피사체 자체에 집중해 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부터 수업 시간에 사진 찍기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수업 시간이든지, 시작 종이 치면 교사의 스마트폰을 어린이 손에 건넵니다. 어린이는 교사와 학생들이 수업하는 교실의 안팎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 하지만 너무 돌아다니면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어린이로 오해 받을 수도 있으니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안내하며 - 사진 찍도록 합니다. 그렇게 2019년도에는 40분 내내 사진을 찍은 후, 다섯 장 골라서 제출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어린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찍었고, 제대로 고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해 교실의 풍경을 많이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배움에 집중하다보면 당연히 교실 풍경을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기록의 도구로써, 어린이들이 수업 시간에 찍어준 사진들이 제게도, 어린이들에게도 추억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조금 더 의미있는 사진 작업을 위해, 아래와 같이 활동을 정제하였습니다.
- 20분 타이머를 맞춘 후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 사진을 자유롭게 찍습니다.
- 찍은 사진 중 다섯 장을 고른 후 나머지는 지웁니다.
- 고른 다섯 장 중 하나를 선정한 후, 그 작품명과 작품설명을 적어서 냅니다.
제출한 사진은 바로 인화지에 인화한 후 교실 뒤에 차곡차곡 게시하였습니다.
모든 어린이가 사진 촬영을 마친 후, 전시회를 가지고 평가하도록 하였습니다.
세 종류의 스티커를 나누어 준 후,
- 찍은 사진과 작품명·작품 사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
- 사진에 대해 배운 것 - 사진의 역할·사진 기법 등 - 이 가장 잘 사용된 작품
-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작품
에 각각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였습니다.
담임 교사도 몇몇 작품을 골라 보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픽을 받은 작품은...
담임 교사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쿨럭)
보통 활동 초반 작품들은 배운 것이 잘 드러나며 메시지에 집중하는데, 후반으로 갈 수록 피사체가 - 교사 혹은 친구들 - 더 많이 찍히곤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사진은 예술로도 향유되지만, 추억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재작년에는 참 다양한 모습이 많이 담겼더랬는데 - 작년에는 제대로 된 등교가 이루어지지 않아 활동할 수 없었습니다 - 올해는 교실·원격 등교도 계속 번갈아가며 이루어지고, 기껏 등교하더라도 집중해서 해야 할 배움들이 많아서 밀도 있는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배움에 대해 실제 생활 속에서 확인해보도록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도, 교실의 일상과 피사체에 집중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