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8. 조형요소와 조형원리
개정 전 사용했던 6학년 교과용 도서에서는 조형요소와 조형원리를 함께 배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6학년 교과용 도서는 조형원리만 안내하고 있습니다. 조형요소는 5학년 때 배우고 올라오는 것으로 편제하고 있습니다.
조형원리를 활용하여 표현할 때 굳이 조형요소를 가를 필요가 없어 함께 안내하고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미술 활동의 방향은, 아주 기본적인 것을 배운 후 어린이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원리와 굉장히 많은 사례를 제공하는 방식의 자료를 찾습니다. 조형요소와 조형원리에 대한 자료는, 인디스쿨의 '이쁜지현' 닉네임을 사용하시는 선생님의 2015년 자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형요소는 세상의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바라볼 때 기본을 이루는 구성요소를 일컫습니다. 기본적으로 점, 선, 면이 있겠고, 이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형태와 색, 양감과 질감, 명암 등의 요소를 조형요소라고 말합니다.
조형요소가 존재하는 것의 하나하나라면, 조형원리는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총합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형하는 원리로는 율동, 균형, 강조, 통일, 변화, 점증, 대칭 등을 일컬을 수 있습니다.
많은 작품을 보여주고, 특징적인 부분을 이야기한 후, 어린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해보도록 합니다.
2015년 작품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아래 두 작품이었습니다. 첫 작품은 점증과 대칭, 강조를 활용하여 색감 넘치게 활용한 32번 어린이의 작품인데 슬쩍 슬쩍 율동미와 균형미도 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어린이는 언니도 제가 담임을 했었는데, 올해 초에 두 번째 입시를 잘 마치고 합격 발표 기다리면서 어느 과를 갈지 고민한다며 전화가 와서 옛날 이야기 곁들이며 40분 정도 전화 통화 하였습니다. 슬쩍 동생 이야기하는데 학교가 멀어서 가기 힘들어한다고... :)
두 번째 작품은 율동과 점증의 원리가 강조된 41번 어린이의 작품입니다. 당시만 해도 8절 도화지에 표현하도록 한 터라, 이를 꼼꼼하게 표현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표현하고 있으면 담임 교사로서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기왕이면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독특함은 좀 떨어지지만, 성실한 6학년 어린이의 마음가짐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2016년도 작품들은 학년 초에 작품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조형요소와 조형원리에 대해서 배우고 활동하면 아무래도 이후 배움에 조금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도 하거니와, 교과용 도서에서도 첫머리에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때부터, 작품을 만든 후 작품에 제목과 작품 소개를 함께 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이 조형요소와 조형원리에 대해 배운 것을 어떻게 소화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는데, 이후 에듀콜라 김보법 선생님의 [초등 미술 수업 52]를 읽다가 거의 같은 활동을 제시하신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34번 어린이의 작품인 <무지개 블랙홀>입니다. 어린이는 스크래치 기법으로 작품을 표현하였습니다.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걸 하느라고 며칠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끝내지 못하고, 쉬는 시간마다 칠하고 꼼꼼히 긁어내면서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어린이는, '크레파스로 무지개처럼 칠하고 검은색 크레파스로 다 덮어 뾰족한 샤프 끝으로 깎아내었다. 비율이 맞지 않아 조금 속상했다'고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였습니다.
요즘은 스크래치 종이가 시중에서 시판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스크래치 방식의 표현은 굉장히 품이 많이 들어가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는데, 이제는 누구나 쉽게 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판되는 스크래치 종이를 보면, 검정색 껍질을 슬슬 벗겨내면 그 뒤에서 나오는 인쇄된 색감이 무언가 모를 생경함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게 참 아쉬운데, 이렇게 질감 가득 드러나는 작품을 만든 것을 보면서 어린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래 작품은 17번 어린이가 그린 <휘어진 길> 입니다. 어린이는 '이 작품은 가면 갈수록 휘어지는 길을 입체적인 느낌이 나도록 그린 작품이다.'라고 소개해 주었습니다. 교사 생각에는 점증과 율동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연필로만 표현한 지점인데요. 조금 더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이 작품도 시간이 만만찮게 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2019년도에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전 학생들의 작품이 영감을 주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13번 어린이의 <지구>입니다. 이 작품은 '대칭'의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며, '우주에 있는 지구, 지구에 있는 사람, 동물, 건축물을 표현'했다고 어린이는 설명해 주었습니다.
제시하였던 요소 및 원리, 작품들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저 색칠할 생각만 하느라 바쁜 어린이들 틈에서 종이를 덧댄다는 아이디어를 통해 질감이 드러나도록 표현하였고, 대칭을 표현하는 방식도 같은 아이디어로부터 구현한 것이 굉장히 참신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어린이로부터 구매하였습니다. 다른 작품들이야 학년 말이 되면 다 돌려주지만, 이 작품은 어린이에게 댓가를 주고 - 물론, 그것이 돈이나 선물 같은 것은 아니며, 어린이가 졸업한 이후 제가 용역을 제공/졸업생 대학 탐방 가이드를 하기로 하였습니다/하는 것으로 승락 받았습니다 - 구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게도 굉장히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아래 작품은 22번 어린이의 작품입니다. <이중인격>이라는 작품으로 '방향에 따라 순한 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나운 늑대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저는 어느 지점에서 늑대가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초록색 가운데에 빨강색으로 강조/같은 모양으로 반복을 표현'하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어린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린이였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보통 '미술을 좋아한다'고 하면, 초등교실에서는 애니메이션 형태의 인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로 정형화됩니다. 그런데 그런 어린이들의 특징은, 미술 활동에서 사용하는 모든 그림들이 그런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그 방식을 벗어나서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안내하는게 참 힘든데... 이 어린이는 미술을 좋아하면서도 애니메이션 형태의 미술 그림만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0년도에는 온라인 등교 상황에서 표현하도록 하였습니다.
아래 작품은 4번 어린이의 작품입니다. 점의 요소와 율동의 원리를 활용하여 표현한 작품입니다. 작년 작품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아래 작품은 17번 어린이의 작품으로, 다른 의미에서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쿨럭) 교실에서 표현할 때 보면 각양각색의 표현 양상이 다 등장합니다. 보통은 성의가 없는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그러나 이를 성의없음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미적 표현이 정형화 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혹은 미적 표현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미술 시간에, 조금 더 다채로운 표현이 이루어지려면, 정형화된 방식 - 예컨대 키트처럼 다 짜여져 있는 무언가를 조립하여 내는 방식 또는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낸 것을 모사하는 정도의 방식 - 을 좀 지워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손이 많이 갑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조금 더 주체적으로 표현해 볼 수 있는 경험이 이루어진다면 중학교에 가면 조금 더 나은 미적 체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올해 어린이들 작품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와 음... 조금 더 신경썼으면 하는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무래도 원격 활동 상황이었던지라... 아쉬움이 남는 작품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해 보도록 권유하였습니다.
위 작품은 기본적으로 미적 경험을 많이 가진 어린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자기 역량을 뽐내느라 바쁜데, 이 어린이는 이를 배운 것과 연계하여 표현하였습니다.
위 작품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반복 속에서, 만약 물방울이 떨어진다면 발생할 수 있는 확대 효과로 강조를 드러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잘 표현하면 좋겠지만, 간혹 이런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어린이의 책임이라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가정에서 활동할 것을 안내받았다면 몰두해서 하기는 쉽지 않겠죠.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어린이들이 나름대로의 배움을 표현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시 하라고 안내하였구요. :D
올해의 첫 단추를 꿰었습니다. 이렇게 어린이들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다양한 미적 활동을 해 볼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