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쉬는시간 보드게임] 3. 두부왕국
아이들의 쉬는 시간 즐거움을 위해 하릴없이 모여있는 아이들에게 짧은 시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을 소개해주곤 합니다.
그 중 이 글에서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보드게임은 바로 두부왕국 보드게임입니다.
두부왕국
두부왕국의 규칙
두부왕국 보드게임에는 한 명의 술래가 플레이어의 신분이 교란되는 가운데 목표하는 플레이어를 찾아야 하는, 블러핑 류의 보드게임입니다. 이 보드게임을 둘러싼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찹쌀떡 왕자는 우연히 만나게 된 두부왕국의 두부공주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청혼하기 위하여 두부왕국을 홀홀단신 찾아온 찹쌀떡 왕자. 그러나 두부왕국의 지배자인 두부여왕은 찹쌀떡 왕자에게 두부공주를 선선히 내어주려 하지 않습니다. 블라인드 뒤에 숨겨진 인물 중에 찹쌀떡 왕자가 두부공주를 정확하게 짚어야 원하던 결혼에 골인. 만약 찹쌀떡 왕자가 두부여왕을 짚게되면 안타까운 결혼이 이루어집니다...
명목은 찹쌀떡 왕자가 블라인드 뒤에 있는 인물 중 두부공주를 고르는 것이지만, 실제로 블라인드에 둘러싸인 인물은 찹쌀떡 왕자, 즉 술래입니다. 술래는 여러 오고가는 힌트를 통해 자신의 사랑인 두부공주를 꼭 지목해야 합니다.
구성물은 고작 카드 여덟 장 뿐입니다. 점수를 상징하는 콩 마커도 있지만, 굳이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사용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점수보다도, 게임이 만들어내는 상황 자체가 더 재미있으니까요.
우선 여덟 장을 보이지 않게 나누어 가집니다. 정식 룰북에서는 한 사람이 찹쌀떡 왕자 카드를 가진 후 나머지를 나누어 가진다고 되어있는데, 술래를 랜덤하게 고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합니다. 그렇게 나누어 가진 후, 찹쌀떡 왕자가 먼저 카드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냅니다. 그런 다음, 찹쌀떡 왕자 플레이어는 눈을 감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신분을 모두 공개합니다. 즉, 찹쌀떡 왕자만 어둠의 상자 속에 머무르는 것이며, 나머지 플레이어는 서로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게임이 너무 오픈된 듯 하지만, 실제 게임의 장치가 이러한 자유도를 제한하면서 초등학생들이 즐길만한 보드게임이 되도록 도와줍니다.
찹쌀떡 왕자를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는 모두 세 부류로 나뉩니다.
1) 두부공주와 그녀를 돕는 두부요리사
2) 두부여왕과 그녀의 충실한 신하인 두부 대신, 두부 호위대장
3) 누가 결혼하든 별로 상관없는 푸딩 스파이와 두부 하녀
게임이 시작되면 찹쌀떡 왕자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한 번 씩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은 무조건 아래 세 가지 중 하나.
1) 당신은 - 당신의 신분은 - 누구에요?
2) 공주님은 어디에 있어요?
3) 다른 캐릭터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 저 사람의 신분은 - 누구에요?
이 질문을 받은 플레이어가 만약 두부공주 편이라면 무조건 진실만을 말해야 합니다. 만약 두부여왕 편이라면 무조건 거짓만을 말해야 합니다. 푸딩 스파이와 두부 하녀는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상관 없습니다.
이렇게 찹쌀떡 왕자가 모두 한 번 씩 질문을 하고 나서, 최후로 아무나 한 명을 지목하여 질문을 한 후에, 찹쌀떡 왕자 플레이어가 뒤집혀져있는 카드를 앞으로 공개하면서 '나와 결혼합시다'라고 말하면 게임은 끝이 납니다.
만약 찹쌀떡 왕자 플레이어가 두부공주를 찾으면, 찹쌀떡 왕자와 두부공주 편이 모두 승리, 두부여왕을 찾으면 두부여왕 편이 모두 승리, 두부공주와 두부여왕 둘 다 못 찾은 채 나머지 중 하나를 찾으면 푸딩 스파이와 두부 하녀가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쉽진 않은 블러핑 보드게임, 두부왕국
점심 시간에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알려주면서 같이 플레이를 하였습니다. 제게는 쉽지 않더군요. 아이들이 가진 신분을 외우는 것도 어렵고, (두부공주의 편이 아닌 경우) 제 신분에 맞추어 어떤 거짓말을 해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면서 하는 놀이를, 초등학생들은 좋아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를 가만 보면, 등 뒤에서 툭 치고 아닌 척 하기 같은 것은 바로 블러핑의 방식이 아이들에게 꽤나 선호된다는 것의 방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블러핑 보드게임들은 대부분 꽤나 난이도가 있는 편입니다. 조만간 아이들에게 소개할 보드게임인 Monster My Neighbour 이웃집 몬스터 보드게임의 경우, 꽤나 즐거운 블러핑 보드게임인데도 아이들은 룰의 복잡함에 꽤나 힘들어합니다.
두부왕국이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면, 아마 해야하는 질문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블러핑의 난이도를 확 낮춘 덕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각 신분이 주는 아기자기함에,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힘도 무시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아이들은 연신 어렵다, 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한 판 더! 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학교가 끝났는데도 집에 가질 않고 여덟 명을 꽉 채워서 오후 네 시가 넘도록 보드게임을 하다가 집에 돌아갔네요.
구성물 대비 가격이 너무너무너무 비싸고, 블러핑이라는 요소가 아이들의 호불호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6학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 볼만한 보드게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인원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어제, 두부왕국을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는 아이 하나에게 물었습니다. 두부왕국이 왜 재미있어? 아이의 답은, 마피아 게임 느낌 나는데 더 재미있어요, 였습니다.
8인까지 할 수 있는데, 요즘 점심시간에는 열 네 명씩 달라붙습니다. 선착순 8명이 차면,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달무티를 하네요. 다른 보드게임들을 더 소개해주어야 하겠습니다.
20180418 추가
지난 주 목요일, 그러니까 위 추가글을 두드린 직후, 바로 그 다음 날부터 갑자기 두부왕국 플레이가 딱 멈췄습니다. 조심스럽게, 왜 게임을 안해? 라고 물었더니 나오는 말, 질렸어요.
대신, 갑자기 '마피아 게임'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여남은 명이 앉아서 한 어린이의 진행으로 아주 신나게 마피아 게임을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두부왕국이 가진 간결한 규칙 부분이 아이들로 하여금 조금 쉽게 질리게하는 부분이 있나봅니다.
그래도 학급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할 줄 알며, 유사한 보드게임인 마피아 게임으로 옮겨 붙은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다시 쉽게 찾을 수 있는 보드게임이 되겠다 생각됩니다. 두고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