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선수학습, 한 번 더! [초등교사, 초등수학을 말하다]
초등교사, 초등수학을 말하다
16. 선수학습, 한 번 더!
우리나라 수학교육 시스템이 수포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교과용 도서의 편제만 보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학을 서서히 놓게 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어느 시점에서 학교 공부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요소를 겪었기 때문인 경우입니다. 교실 배움에서 4학년 수학과 관련된 것은 모조리 못하는 경우를 발견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우연히, 4학년 때 가정사에 특이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 어린이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작 4학년의 나이에, 학교의 배움에 집중할 수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여타의 다른 교과는 그런 한 해 동안의 빈틈이 그리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속담이나 관용표현을 배워야 하는 지점을 그냥 지나치더라도, 어느 시점에선가 다시 한 번 배울 기회가 생깁니다. 국민주권과 권력분립이 뭔지 설명하지 못하는 학생이라도, 다시 한 번 설명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수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과용 도서는, 쓸데없는 스토리텔링으로 꼬박 한 차시를 배정하면서도, 선수학습에 결손이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아무런 장치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고작해야 익힘책에서 한 페이지 정도, 맥락도 불분명한 이전 학년 문제 몇 문항을 넣어두고 말뿐. 그나마도 익힘책은 가정학습용으로 만든 교재라 가정에서 풀게하거나, 혹은 교실에서 풀더라도 배움 정리 단계 정도에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면,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어린이들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실생활과의 연관성을 키워나갈까요? 대부분의 현장 교사들도 지적하는 바이지만, 스토리텔링이 수학적 사고와 전혀 연결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결여된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배움의 현장에서 소외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009 개정 당시 각기둥과 각뿔 단원과 연결되었던 스토리텔링이 기억납니다.학교에서 각기둥과 각뿔에 대해 배운 어린이가, 집에 가는 길에 제과점에 들렀는데, 삼각기둥, 사각기둥, 삼각뿔 모양 등의 케잌을 보면서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는 내용. 제과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케잌 중에 삼각기둥, 삼각뿔, 사각뿔 등의 케잌을 보신 바가 있습니까? 실생활 맥락을 가지고 온다고 모두 실생활과 연관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흘러가는 교과용 도서의 내용은 그저 과정을 분절적으로 쪼개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2015개정 6학년 2학기 분수의 나눗셈을 되짚어보면, 동분모 분수의 나눗셈, 이분모 분수의 나눗셈, 자연수와 분수의 나눗셈을 네 차시에 걸쳐 각각 배운 후, 이후에 나누기 제수를 곱하기 제수의 역수로 고쳐 풀고 여러 유형의 문제를 푸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네 차시에 걸쳐 나누어 푸는 동분모/이분모/자연수와 분수의 나눗셈은 결국 같은 개념으로 수렴합니다. 분모가 같음을 이용하여 자연수의 나눗셈으로 고쳐 푸는 방식. 가만 생각해보면 굳이 네 차시에 걸쳐 나누어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왜 분자 나누기 분자로 바꾸어 풀 수 있는지 개념을 안내한 후, 다양한사례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단원을 편제해도 충분히 성취기준 상의 일정 성취수준에 도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교과용 도서에서 버리는 차시가 많아 보인다는 것을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것을 다르게 편제하여, 혹시 충분한 수학적 사고를 이룰 수 있을 정도까지 발달을 이루지 못한 학생들이다시 한 번 배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선수학습 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두 차시 정도 다시 다루면 안될까요?혹시 다양한 이유로 배움에 어려움을 겪었던 어린이들이, 현재의 배움을 잇기 전에 다시 한 번 배움을 확인하는 시간을 통하여 자신의 부족한 지점을 메울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안될까요?
많은 분들이, 수학 학습 부진을 학습 부진 확인 후에 따로 시간을 내어 가르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앞선 글에서 두드렸던 것처럼, 어린이들의 실패감을 강화할 뿐입니다. 이미 이번 단원에서의 배움에 실패하도록 만든 후 이를 만회하는 방식의 배움은, 잘 되어봤자 이 어린이들이 도달했어야 할 그 위치에 가져다 놓는 것에 불과하게 될 뿐입니다.
미리 대응한다면, 이 어린이들이 실패감을 맛보기 전에, 수학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의 성취를 이루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용 도서 편찬 당시, 수학적 사고를 촉진하지 못하는, 실생활 맥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스토리텔링 요소를 걷어내고, 그 자리를 선수학습을 돌아보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수학익힘책처럼, 그저 계산 문제 몇 문제와 활용 문제 한 두 문제 가져다 둔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다행히, 5학년 때 어려움을 겪었던 어린이들이라도, 6학년에 와서 다시 5학년 것을 선제적으로 확인하여 빈틈을 메울 수 있다면, 여느 어린이들처럼 어렵지 않게 6학년의 배움을 이어갈 수 있음을 제 교실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이미 선수학습 과정을 능숙하게 하는 어린이들까지 고려한,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한 선수학습 과정 배움의 구성일 것입니다.
저의 경우,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을 하기 전, 어린이들에게 자연수의 나눗셈 선수학습 과정을 확인하면서,분수의 의미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자연수의 세로셈 알고리즘을 사용하게 된 이유도 되짚어보며, 자릿값의 의미도 되짚으며 충분히 생각하면서 선수학습 과정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미 능숙한 어린이들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고, 꼭 되짚어야할 필요가 있는 어린이들은 총체적인 이해를 도모하면서 선수학습 과정을 단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식의 교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고등학교 이후의 수학을 위하여, 따라올테면 따라와보라는 방식으로 뒤에 있는 친구들을 그대로 둔 채, 앞선 친구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바쁩니다. 물론 어느 시점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필요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아닙니다.
배움이 충분한 어린이들에게도 수학적 사고를 촉진하도록 하면서도, 배움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는 다시한 번의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선수학습 과정을 반드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과용 도서의 편제가 재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