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국어 배움, 어떻게? - 비유하는 표현
6학년 1학기 1단원은 시 단원입니다. 단원 제목은 '비유하는 표현'. 시의 비유법 중 직유법과 은유법에 대해 배우는 단원입니다.
그런데 성취기준은,
[6국05-03] 비유적 표현의 특성과 효과를 살려 생각과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6국05-01] 문학은 가치 있는 내용을 언어로 표현하여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활동임을 이해하고 문학 활동을 한다.
입니다.
이 단원의 주된 성취기준이 [6국05-03]이기 때문에, 비유법에 대한 배움만으로도 특별한 문제는 없을테지만, 기왕 시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시가 가진 매력과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야말로, 학교 다닐 때 시를 지식적으로만 배운 기억 탓에,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미처 느끼지 못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즉, 성취기준 [6국05-01]을 적극적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받아들여 보기로 하였습니다.
실은, 이와 같은 방향으로 2019학년도에 이미 교육과정을 운영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실행글은 아래 링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학년도에는 이를 반성하면서 조금 더 짜임새를 높여 보고자 하였습니다.
시작은 권영민 교수의 시에 대한 정의로부터 입니다.
시는 '인간의 정서와 상상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
- 권영민, 문학의 이해
그러나 우리 교과용 도서의 시는, 인간, 초등학생의 정서와 상상을 오롯이 표현하고 있는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교과용 도서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집이든, 요즘 트렌드는 언어유희 쪽인 듯 싶습니다.
말이 주는 독특함의 원초적 표현은 언어유희입니다. 방귀소리 '뽕' 같은 것이 주는 느낌, 동음이의어로 표현하는 언어의 느낌, 리듬과 운율감 같은. 그런데 반대급부적으로 시가 가진 내적 정서는 옅어지는 느낌을 요즘 초등학생 대상 시로부터 받곤 합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힐 수야 없지만, 언어유희로만 시 수업을 이어갈 수도 없잖습니까. 저는 아직도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에 배웠던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과 담임 선생님께서 암송하게 시켰던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즐기고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 시 수업도 내적 화자의 정서와 상상에 공감할 수 있는 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의 아이디어는 백워드 설계로 수행하였습니다.
독학한 백워드 설계이지만, 특히 교과 내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해 성취기준을 분석하는 것에서는 쓸모가 상당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시스템 안에서 백워드 설계의 방법을 그대로 운용하는 것이 의미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1단계와 2단계를 사용하고, 3단계는 참고만 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무엇보다 배움 과정이 잘 드러나는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합니다.
과정중심평가. 초등학교에서 만이라도 모든 시간의 배움이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일회적 평가, 학습지 평가, 수행평가 시행일 같은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련의 배움 과정이 모두 평가이지만, 평가가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것이 되어야 하고, 모든 아이들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와주는 배움의 순간들. 1단원의 목표는, 아이들의 성장을 항상 체크하고 피드백하며, 아이들 모두가 '자기 내면의 가치를 아름답게 꾸며낸 시 쓰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총 열 두 시간에 걸쳐 아래와 같이 배움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19년도에는 아이유의 <Dear Moon>으로 단원을 시작하였습니다. 노래 가사가 가지고 있는 정서가 시의 정서와 맞닿아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해석의 수준이 쉽지 않았으며, 아이들이 잘 모르는 노래라서 공감도 크지 않았습니다.
2020년에는 <가장 받고 싶은 상> 시를 먼저 볼까 합니다. 작년에는 2차시에 보았던 시인데, 아이들도 인상적으로 생각했고, 저에게도 참 마음을 울리는 울컥하게 만드는 시라서... 참고로 이 시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시입니다. 상상의 측면은 조금 덜하지만, 정서의 측면은 충분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만 한 시로, 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4차시에는 비유적 표현에 대해 다룰 생각인데, 함께 시가 가진 특징 중 운율과 심상에 대한 부분도 간단하게 다룰 생각입니다. 비유적 표현은, 시인이 가진 정서를 상상의 방식으로 표현하여 독자와 공감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쉬우면서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 대 노 저어 오오.' 제가 가장 인상 깊어하는 시의 첫 구절입니다. 아직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내 마음이 호수로 은유되는 순간, 시적 청자의 마음 속에는 어두운 하늘, 밝게 빛나는 달과 별을 뒤로 하고 삐그덕삐그덕 호수를 노저어가는 누군가가 그려지게 됩니다.
시의 정서와 상상은 비유적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그림이 그려질 수 있는 시가 소개되고 다루어지면 좋겠지요.
6~7차시에는 시쓰기 전 활동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한 언어적 표현으로 드러내도록 할 생각입니다. 2019년에는 하상욱 시인의 시를 사용했는데... 배움 시작과 함께 아이들에게 소개했더니, 아이들의 언어적 표현이 다 하상욱 시인의 표현 같아져서... 올해는 아이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을 가진 후, 하상욱 시인의 다양한 시들을 안내할 생각입니다. 주어지는 도구도 적절한 시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교사의 몫인 바, 저는 기왕이면 교사가 개입하기 전에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시간을 가지는게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8~9차시에는 온작품읽기와 연계하여 시집 읽기를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한 학급 분량의 시집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게 제일 아쉽네요. 작년에 함께 읽었던 [까불고 싶은 날] 시집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신선한 시들은 좀 있었는데 - 세로드립으로 쓴 시는 아이들이 꽤나 놀라와 했습니다. 순진한 녀석들. :) - 정서적인 공감을 이루는 시들을 많이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더 탐색해 볼 생각입니다.
10~12차시에는 시쓰기를 할 생각입니다. 교과용 도서에는 시화를 꾸미라고 하는데... 본말이 전도된 활동입니다. 아이들은 시를 대강 쓰고 그림 그리기에 몰두합니다. 시 수업에서, 시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고, 한 사람 한 사람 낭송하고 다른 친구의 시에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생각입니다.
시는 계속 찾아볼 생각입니다. 무엇을 배울지, 어떻게 아이들의 배움을 확인할지 결정하고 나면, 무엇으로 배울지는 조금 쉬워지는 듯 합니다.
작년 저희 반 아이의 수업 감상을 마지막으로 남겨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