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주제통합] 배움, 어떻게? - 나, 너, 우리 (학년 적응 주제통합)
교육과정 재구성의 수요나 요구가 근래 그다지 높지 않음을 느낍니다. 한 5~6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재구성에 대한 요구로 인해, 관련한 서적이나 강의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트렌드'가 조금 옮겨가는 느낌입니다.
한 편으로는, 소개되는 많은 교육과정 재구성 사례들이 비슷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책이나 자료들이 재구성 사례를 제시하고 있지만, 각 교실의 개별적이고 독특한 면모는 제시된 사례를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없게 만듭니다. 게다가 많은 재구성 사례들이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어 냈다기 보다는 그저 분절적으로 층층이 쌓여 있을 뿐입니다. McTighe와 Wiggins의 '사과' 예시대로, 사과 노래도 부르고 사과잼도 만들고 사과나무도 꾸미고 사과에 대한 시도 짓지만, 결국 총체적인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 활동 경험만 남는.
결국 교육과정 재구성의 사례가 아닌, 개별 교사로 하여금 재구성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재구성에의 필요성과 철학이 공유되어야 하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교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굉장히 많은 분야가 있고 - 언뜻 생각나는 것만, 교육과정 재구성, 온작품읽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학교놀이, 언플러그드 SW교육, AI교육, 학급문집 만들기, 블록기반 소프트웨어 언어 교육, 피지컬 컴퓨팅, 통계 기반 교육, 수학적 모델링, 현상기반학습, 백워드 설계, 저작권 교육, 과학 탐구 보고서, 인권교육, PBL, 교육연극, 학교에서의 보드게임, 교실체육, 디지털교과서, 비주얼 씽킹 등등등 - 보통의 교사라면 이 중 한 두 가지 정도에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지요. 나머지들에 대해서는... 그래도 관심과 열의가 있는 교사인지라, 지금 몰두하고 있는 것 이상의 시간을 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노-하우라도 익혀서 교실에서 적용하려고 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게 쉽지 않습니다. 방법은 같을지언정, 그 방법이 적용되는 교실과, 교실의 아이들, 그리고 실행 주체인 교사는 모두 제각기 다르니까요.
그럼에도 교육과정 재구성은 필요합니다. 제가 감히 조심스럽게 비교하자면, 한창 열풍인(이었던) 소프트웨어 교육보다도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배움의 일부이지만, 교육과정 재구성은 배움을 틀 지우는 철학과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이들의 배움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써 먹을 곳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6학년 교실에서 9년차의 배움을 준비하면서, 제가 가진 교육과정 재구성 배움물은 주제통합 배움 한 가지와 프로젝트 기반 학습 한 가지가 있습니다. 물론 백워드 설계를 기반으로 한 교과 내 교육과정 재구성 배움도 이것저것 꾸려가고 있지만, 그건 확 눈에 띄는 멋드러짐은 없으니까.
사실 이제는 더 이상의 주제통합 배움을 설계하거나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설계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교육과정 상 성취기준의 교과 간 연계 지점이 많지 않은 것을 이유로 들만 합니다. 사회 교과나 도덕 교과의 경우에는 6학년 2학기에 꽤 많은 지점이 겹칩니다. 그러나 그 이외에는 굳이 교과 간을 연계할 필요가 있겠는가. 오히려 백워드 설계에 대한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교과 내 교육과정 재구성이 훨씬 더 아이들의 배움을 위해서 의미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한 몫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활동의 결과물이 아이들 배움의 결과물과 일치하는가. 대부분의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그램은 가시적인 결과물을 앞에 두고 달음박질하는 형국처럼 보입니다. 발표회, 캠페인, 활동 등등등. 그런 것이 나쁘다기보다는, 그런 것을 위해서 배움 이외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입니다.
잘 운영해야겠지요. 한 시간 한 시간이 아이들의 배움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잘 설계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품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그램들이 어느 순간 아이들의 활동으로 돌아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 봐서 의미있었다, 라는 느낌도 아이들에게 필요하겠지만, 그 때문에 더 의미있는 배움의 지점을 놓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걸 헤아리는게, 현장에서 아이들의 배움을 설계하는 교사의 몫이겠지요.
'나, 너, 우리'라는 이 주제통합 배움 설계는 6학년 학년 적응활동으로 벌써 다섯 해 째 큰 틀을 유지하고 있는 설계입니다. 매 학년 처음에 이대로 배우는 덕분인지, 매년 아이들과 즐거운 6학년 학급생활을 하다보니 또 자연스럽게 이 주제통합 배움을 집어들게 됩니다. 특히 2019년의 아이들에게는 이 '나, 너, 우리'가 특별히 의미있었던 듯 싶습니다. '우리 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을 모둠별로 뽑아서 표현하는 활동을 미술 시간에 하였는데, 여섯 모둠 중 서너 모둠에서 이 주제통합 배움을 꼽아주기도 하였습니다.
교사에게는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배움인지라 이번 해에도 약간 손을 본 후 또 꺼내어 들었습니다.
교과는 도덕(8)을 중핵교과로, 국어(7)와 미술(4), 창의적 체험활동(3, 진로활동)을 통합하였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여 다양하게 내세우다보니 국어와 미술 교과의 힘(!)을 적잖게 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덕 교과 중, 자주성과 자아성찰의 성취기준을 가지고 왔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의 모습과 남과 관계맺는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넘겨 짚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실천을 결심하는 자주적 태도를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도덕 교과와 밀접하게 연결된 교과가 실과 교과인데, 아쉽게도(!) 2020년 저희 학교 6학년 실과는 전담 교사 담당이라, 실과 교과를 통합하여 배움을 설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창의적 체험활동 중 진로활동 3차시를 어쩔 수 없이 잡아서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처럼, 국어 교과는 과목을 통채로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에 맞추어 배움 활동을 구성하였고, 이를 배움 국면에서 끊임없이 확인할 계획입니다. 그러다보니 국어 교과는 일곱 시간짜리 한 단원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기존 단원들을 적절히 재구성하여 시수를 확보하며, 다른 단원에서 배울 것들을 주제통합 배움을 통해 잘 배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첫 두 시간은 주제열기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항상 인상깊게 평가해주는 활동으로, 첫 시간의 활동인 '소중한 나와 너, 그리고 우리 - 내 친구 감자 이야기'가 있습니다. 6학년 교실에서 처음 만난 담임과 가장 처음 하는 배움이 바로 감자를 통해 배우는 이 시간입니다.
모둠 수만큼 감자를 준비해서 하나씩 나누어줍니다. 이름도 붙이고 스토리도 만들어보게하고, 관찰도 시킵니다.
그리고 모둠 친구들끼리 이야기도 만들게 시킵니다. 언젠가부터 모둠 활동 결과물을 각자 만들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나누도록 한 후, 주제에 맞는 결과물을 4~5개로 나누어 각자 작성하게 하여 물리적으로 합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위 감자 이야기도,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나누도록 한 후, 이야기를 쓸 때는 각자의 맡은 소주제가 있는 셈이죠. 무임승차자를 막기 위한 나름대로의 고육책입니다. 아래는 2018년도와 2019년도의 이야기 쓰기 활동 결과물. 한 명이 전담해서 쓰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자신의 몫을 하는게 더 나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 활동은 이후 배움을 위한 곁다리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다시 감자를 앞으로 가져다 냅니다. 작별인사도 하고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하면서...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여기, 섞여 있는 여섯 개(혹은 일곱 개)의 감자 중에, 자기 모둠 감자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이들은 자기 모둠의 감자를 다 찾아 냅니다. 곁에 두고 관찰하고, 이야기도 만들어주고, 더 자세히 살펴보고, 함께 감자를 두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부쩍 '이해'하게 된 셈이죠.
아이들에게, 스스로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구분할 수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점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말하여 줍니다. 아이들에게, 옆에 있는 친구가 그저 평범하여 다른 이들과 구분되지 않는 사물이 아니라, 특별하고 멋진 점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말하여 줍니다. 그러면서, 감자에게 했던 것처럼, 옆의 친구들에게, 스스로에게 좋은 이야기, 멋진 스토리를 입혀가는 한 해가 되자고 안내합니다.
아이들은 활동을 통하여, 자긍심과 타인 존중, 그 이면에 자리잡은 자주의식에 대해 알게 됩니다. 이런 앎을 토대로, 이 '나, 너, 우리' 주제통합 수업은 총 22시간에 걸쳐 교실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디스쿨에서 '햇반'이라는 아이디로 2013년엔가 올리신 도덕과 교육과정 재구성 설계 중, 이 배움 활동이 특별히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와서 잘 배우고 있습니다. 학년 초, 서로 낮설고 조심스러운 환경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데 적절한 배움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시간은 주제열기 시간입니다. 첫 시간 활동에 연이어, 우리가 어떻게 이 교실에서 무엇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1년을 지내야 하는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칠판에 적절하게 배치해가는데, 이는 마인드맵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아이들은 마인드맵 방식으로 주어진 자료를 정리하는 교사의 모습을 보면서 자료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마인드맵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말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세 번째 시간부터 여덟 번째 시간까지 총 여섯 시간에 걸쳐, '소주제 1-나'에 대해 배웁니다.
그 첫 두 시간은, '나-나 둘러보기'시간으로, 자신에 대해 지난 시간에 간접적으로 배운 마인드맵 방식으로 자신에 대해 정리해 보게 됩니다.
나는 크게 내 겉모습, 내 속모습, 나를 둘러싼 환경,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나를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를 생각해보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경험을 배우게 됩니다. 활동을 종료하면서, 가장 가운데에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 혹은 한 구절을 쓰게 합니다. '나는 어쩌구저쩌구이다', 혹은 '어쩌구저쩌구 같은 나' 등등등. 굳이 형식을 정하여주진 않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해보도록 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니까요.
발표는 교실 뒤에 부착함으로써 갈음합니다. 보통 학부모 총회 때까지 남겨두는 편인데, 학부모 님께서 자녀의 것을 보시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시는 듯 싶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 시간부터 여섯 번째 시간에는, '나-나 돌아보기'배움 활동을 가집니다.
2018년도까지는 B4 용지를 주고 거기에 자신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을 그리고 감정 단어와 연결하여 표현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학토재의 감정 카드를 이용하였습니다.
칠판에 붙여둔 후, 단어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게 하였습니다. 발표한 친구는 발표 기회를 잃게 하였고, 따라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감정 단어와 연결하여 표현하였습니다. 교사는 그런 경험과 감정에 공감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엽서 크기의 종이를 주고,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경험과 그 때 들었던 감정에 대해 그림으로 표현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서 큰 소용돌이 같은 것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혹은, 공개된 자리라 내어놓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배움 활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기회두요.
이 감정 카드는 사물함 위에 거치하여 올려둘 생각입니다. 2019년도에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실행에 옮기질 못하였습니다.
일곱 번째 시간부터 여덟 번째 시간까지는 '나-나 결정하기'시간을 가졌습니다. 나 자신과 내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을 중심으로, 지키고 싶은 나의 모습과 바꾸고 싶은 나의 모습을 한 번 적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양식은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크게 나의 감정/나의 모습/나의 환경에 대해 이건 바꾸고자 한다, 이건 지키고자 한다, 는 것들을 숙고하여 적어보게 하였습니다.
작년까지는 바로 활동에 돌입하였는데, 올해는 아이들과 이야기나누는 시간을 가질까합니다. 어떤 것을 지키고 싶은지, 어떤 것을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함께 이야기나눈 후, 이를 바탕으로 앞선 활동을 토대로 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홉 번째 시간부터 열 네 번째 시간까지는 '소주제 2 - 나와 함께, 우리 함께'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첫 두 시간에는 '나와 함께, 우리 함께 - 너의 마음을 맞춰볼까?'라는 주제로 배움 활동을 진행합니다. 사용하는 도구는 딕싯 Dixit 보드게임.
술래가 자신의 카드 중 하나에 대해 설명을 붙여 보이지 않게 내면, 다른 친구들은 자신들이 가진 카드 중 그 설명에 가까운 카드를 한 장씩 보이지 않게 냅니다. 이를 잘 섞어 펼쳐 놓으면, 우리는 술래가 어떤 카드를 냈는지 맞추어야 합니다. 술래의 설명과 술래의 카드를 연결해야 하는.
원래 이 보드게임은 어른들끼리 대화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용도로 참 폭발력있는 보드게임입니다. 저도 벌써 네 번이나 교실에서 사용해 보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다루지 못합니다. 아이들 수준에서 더 좋은 보드게임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그걸 사용하고 싶지만, 아직은 발견하지 못해 아쉬움에 이 보드게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가 중의적이면서도 한껏 아름다워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보드게임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심리 상담에 사용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뜻 보면 타로 카드를 연상시키기도 하구요.
열 한 번째 시간에는, '나와 함께, 우리 함께 - 너에게 ... 했어야/... 하지 말았어야'에 대해 배웁니다. 지난 시간 보드게임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헤아리는 배움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이번 시간에, 지난 5학년까지를 되돌아보면서, 혹시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다른 사람의 마음,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시하고 그저 지나쳤던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런 다음, '너에게 ... 했어야 하는데', '너에게 ...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와 같이 표현하게 합니다. 허름한 이면지 주고, 선생님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생각해서 써보게 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쓴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긴 합니다. 그러나 자료 정리하면서 언뜻 보면 뭐... 아이들이 얼마나 착하게들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혹시 하지 못했던 말이나 주지 못했던 감정, 주었어야 하는 말이나 마음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기도 하는 듯 합니다.
2016년까지는 두 시간을 운영하였습니다. 2015년도 아이들은... 두 시간도 모자라더군요. 얼마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으면... 그런데 2016년도 아이들은 한 시간도 버거워 하였습니다. 다 썼는데 뭐하냐며... 그래서 2018년도부터 한 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적절합니다.
바로 이어 열 두 번째 시간에는 '난 너에게 ... 할께/... 하지 않을께'배움 활동을 수행합니다. 모둠 별로 B4 용지 하나씩을 주고, 각자의 방향에서 써 가도록 합니다. 구체적으로 누구누구에게라고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난 아무개에게 조금 더 웃으면서 말할께, 라고 구체적인 이름을 적으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난 너에게 조금 더 웃으면서 말할께, 로 적게 합니다. '너'의 자리에 들어갈 친구의 이름은 속으로만 생각하도록. 그리고 학급 구성원 모두의 이름이 '너'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아이들의 마음에 작은 약속과 다짐이 될 수 있도록 이후 활동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열 세 번째와 열 네 번째 시간에는 '너와 함께, 우리 함께 - 함께 가져야 할 마음 결정하기'에 대해 배웁니다.
지금까지의 배움을 바탕으로, 1년 동안 우리 모둠에서 제시할 학급 약속을 캐치프레이즈로 만들게 합니다. 그런 다음 그 캐치프레이즈를 적절히 나누어 각자 나누어준 종이에 꾸미고, 이를 연결하여 교실에 게시합니다.
1년 동안 꾸준하게 되새겨 볼 일이 있습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캐치프레이즈를 선정하게 한 후, 태극기 옆에 붙여 놓았습니다. 제 눈에도 잘 띄고 아이들에게도 잘 보이는.
자연스럽게 학급에서 지내는 1년 동안의 마음가짐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급 규칙 정하기 활동은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규칙으로 모든 것을 제어하고 격려하는 것이 이상하게 별로 탐탁지 않습니다. 무 자르듯 규칙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기보다는,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토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야기 나누고 함께 대화하고 서로서로 이해해 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열 다섯 번째 시간부터 스무 번째 시간까지는 '소주제 3 - 내가' 를 배우게 됩니다. 그 첫 두 시간에는 '내가 - 나와 우리의 성격, 흥미, 적성 생각하기'입니다.
아이들과 자신의 성격 유형에 대해서 MBTI를 토대로, 흥미 유형에 대해서 홀랜드의 흥미 검사를 통해서, 적성 유형에 대해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을 통해서 살펴보게 됩니다.
다만 시중에 돌고 있는 간이 검사지는 활용하지 않습니다. 저는 간이 검사지의 활용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훈련받은 전문가에 의해 검사지를 운용해도 사실 이 검사가 신뢰성 있는지 의심할 판에, 그저 몇 가지 되지도 않는 문항지를 통해, 너 성격은 이렇네, 라고 말하는게 다른 의미에서 낙인 효과를 거두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차라리, 열 여섯 가지의 성격 유형이 있다는데 너는 너 성격이 뭐 같애? 세 가지 정도 골라볼까? 라고 배움 활동을 진행합니다. 또한, 모둠원들도 관찰을 토대로 자신의 성격을 두 가지씩 골라서 알려주게 합니다. 아직 발달과 성장의 도상에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의미있는 활동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격, 흥미, 적성 유형에 스스로 체크해보되, 다른 친구들의 생각도 덧붙여 하나의 활동 결과물로 만듭니다. 그러면, 아마 두고두고 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열 일곱 번째 시간과 열 여덟 번째 시간에는 '내가 -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자신에 대해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 자주적인 태도를 통해 자신을 확고하게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자극도 수용할 수 있게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 방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을 나타내게 합니다.
이건... 잘 꾸미면 아이들에게 강력한 동기가 되겠더군요.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꾸미기를 잘 못해서... 좋은 작품을 하나쯤 걸어두고, 이렇게 하면 보기 좋지? 라고 보여 줄 필요가 있는 활동입니다.
열 아홉 번째 시간과 스무 번째 시간에는 '내가 - 내가 잘 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활동합니다.
앞선 활동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흥미와 호기심에 대한 것이라면, 이번 활동은 적성과 의무에 대한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하는 것도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면 좋겠지만, 때로는 자신이 해야 하는 것에 혹은 잘 하는 것을 위해서 양보할 필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그림글자 형태로 표현합니다. 마땅히 준비된 결과물이 없네요. 2020년에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배워본 후 결과물이 나오면 그 때 추가하는 것으로.
이제 모든 배움이 끝이 났습니다.
스물 한 번째 시간에는 '주제 마무리 - 1년 뒤의 나에게 가상편지 쓰기'활동을 진행합니다. 2018년까지는 소주제 1의 마무리 배움 활동으로 하였는데, 생각해보니 모든 배움이 끝난 후에 1년 뒤의 나를 생각하면서 배움 활동을 하는게 나을 듯 싶어서 뒤로 옮겼습니다.
여담이지만, 2019년 말 졸업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1년 전 쓴 글을 되돌려 주었는데, 아이들이 오그라든다는 반응이면서도 자신의 글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지고 있다가, 졸업을 앞두고, 졸업 전 활동으로 자신에게 쓴 편지 읽어보기 활동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스물 두 번째 시간에는. 혹시 편지를 다 쓰지 못한 학생들이 충분히 쓸 수 있도록 시간을 준 후, '주제 마무리'배움으로, 1년간 자주적인 나의 삶과 올바른 너와의 삶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발표하고, 배움에 참여한 태도와 자세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주제통합 배움을 마무리합니다.
6학년 학년 초 적응 활동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 바, 아이들이 자주적인 삶의 태도와 자기 성찰의 태도를 배우고 이를 정리·발표하는 방법을 익히는 계기를 학년 초에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