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World] 11. 교실 보드게임, 몇 가지 Tip
교실에서 보드게임을 하실 선생님들을 위한 저의 소소한 Tip과, 가정에서도 염두에 두실 수 있는 Tip을 한 번 두드려봅니다.
- 보드게임 플레이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하여
초등학교 교과 수업의 시간은 규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은 총 1088시간. 규정으로 정해진 시간수는 과목마다 정해져 있습니다. 국어는 1년에 204시간, 수학은 136시간, 사회는 102시간... 보통 1학기는 18주, 2학기는 16주로 배정되어 있어서, 예컨대, 사회 교과 같은 경우는 1학기 54시간, 2학기 48시간을 수업하게 됩니다. 물론 1시간의 기준은 40분. 초등학교 교실의 1시간은, 일반적인 시간으로 40분에 해당됩니다. 학교 다녀보셔서 기억이 새록새록 나시겠지만,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50분이 1교시 수업 시간이지요.
그 중에, '창의적 체험활동'이라고 하여, 저희에게는 102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시간은 교실 현장에서 담임 교사와 학생들의 재량으로 쓰여지는 시간입니다. 교과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의 전인적인 교육과 창의 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재량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는데, 2009 개정 체제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다시 세부적으로 나뉩니다.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네 활동 영역에 각각 시간이 배정되는데, 이 배정은 담임 교사의 재량으로 할 수는 없고, 보통 학교 교육과정 수립 과정에서 학교 단위로 수립이 됩니다. 학년별로는 차이가 조금 나는데, 그렇다고 반별로 다를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율활동의 시간수가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이 모두 담임 시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여러 다양한 행사와 계기교육 시간을 배정해야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학생들의 안전 교육 시간이 규정화되어 61시간의 안전 관련 교육 이수 시간을 반드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교수-학습 해야 합니다. 예컨대, 학급 어린이 회장 선거는 자율활동 시간에서 배정합니다. 4월 과학의 달 행사를 해도 2시간 정도 자율활동 시간에서 배정합니다. 5월 어린이 달 관련 체육대회를 해도 체육 시간에서 2시간, 자율활동 시간에서 2시간 빼내어 대회를 치룹니다. 6월에는 호국 보훈의 달 행사, 학기 초에는 학교 폭력 예방교육 행사, 친구 사랑 주간 행사, 학기 중에 정보통신윤리교육 등등등등. 학교에서는 식중독 안전교육까지 실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년 초에, 담임 교사는 교육과정을 수립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따로 시간을 배정해야하는 행사나 계기교육은 자율활동 시간을 배정하고, 혹시 관련 교과에서 함께 교수-학습 할 수 있는 관련 교육은 교과 시간에 따로 준비하여 진행합니다. 독도 교육 같은 경우는, 국어나 사회 교과에 독도 관련 글이나 사건이 다루어질 때, 한 번에 같이 다루게 됩니다. 요컨대, 자율활동 시간이 있어도 자율적으로 쓰기가 난망합니다.
동아리활동은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많은 분들이 겪으셨겠지만, 예전에는 C.A.라고 해서 해당 시간에 해당 반으로 가서 해당 서클 활동을 하였더랬습니다. 대부분 그렇게 동아리활동 시간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2014학년도에는 그렇게 동학년 동아리활동을 운영하여 저는 '토론반'을 개설하여 운영한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한 학급 한 동아리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자율성은 침해될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식을 더 선호합니다. 이번에도, 저번에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동아리활동 운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동아리활동 시간을 배정하면, 많은 경우에는 학교 행사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5학년도에 저희는 학예회를 반별로 준비하였습니다. 그 연습 시간을 동아리활동에서 배정하여 연습을 진행하였지요.
진로활동은... 의외로 관련 활동을 초등학교 수준에서 할 것이 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때 직업 탐색이나 진로 탐색 활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터라... 아이들이 직업이나 진로를 탐색하기보다는 자아탐색을 더 신경써야 할 시기이죠. 게다가 실과 교과에 이미 진로 관련 단원이 하나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창의적체험활동으로 진로활동을 넣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봉사활동은, 목적이 정해져 있는 활동이니.
저는 매년 창의적 체험활동 중에 자율활동 시간을 약 20시간 정도, '창의보드게임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편성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학기 10시간, 2학기 10시간 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주에 한 번 꼴로 말이죠. 2학기에는 한 번에 두 시간씩 운영합니다. 한 학기 동안 보드게임에 조금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조금 난이도 있는 보드게임을 소개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래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여러 학교나 학년 특색활동으로 모두 소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사가 교육과정 편성을 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창체에 대한 자율권이 어디까지인가를 따져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동아리활동을 반별로 운영하는 경우, '학급 창의보드게임 동아리활동'으로 교육과정 편성을 해도 좋을 듯 합니다. 2016학년도 같은 경우, 저희 학교는 2학기에 동아리활동 시간으로 열 몇 시간이 편성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학예회 연습을 위한 편성이었던 듯 싶은데... 2016학년도에 저희 학교 학예회는 학급 전체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학급 내에서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모둠을 구성하여 학급 단위의 학예회로 운영하였습니다.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학교에서 준비하게 하지 않고, 점심시간이라든지 일과 후에 연습하도록 하고, 동아리활동 시간을 모두 '학급 창의보드게임 동아리활동' 시간으로 편성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였습니다.
욕심을 가지고 있는 커리큘럼은, '창의보드게임제작' 활동입니다. 진로활동과 자율활동을 연계하여, 보드게임 관련 산업에 대해 알아보고, 아이들이 스스로 교과와 연계하여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활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세상살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겠지만, 놀이가 하나의 산업군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보도록 한다면, 그 또한 진로활동의 일종이 될 수 있겠지요.
- 카드는 움켜쥐지 않고, 끄트머리를 살짝 쥐게!
3월 둘째 주에, 창의적 체험활동 중 자율활동 시간에 첫 보드게임 시간을 가집니다. 첫 주, 아이들은 겁에 질려 있습니다. 워낙 무섭다고 소문난 선생님의 반이 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꽤나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보드게임을 한다고 모둠별로 앉혀두고, 테이블 가운데 ABC초콜릿 한 움큼을 가져다 놓으면 아이들의 표정이 슬슬 풀립니다. 그 순간!
카드 쥐는 법을 반드시 안내합니다.
카드를 움켜쥐는 아이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러다가 긴장하면 힘을 꽉! 줍니다. 카드가... 구겨지는 것이죠. 특히 블러핑이 가미된 Love Letter 같은 보드게임이 이렇게 구겨지면... 모두가 슬퍼합니다... ㅠㅠ
그래서 아이들에게 신신당부합니다. 카드는 멱살을 움켜쥐듯이 그렇게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우아하게, 엘레강스하게, 살짝, 엄지와 검지 손가락만을 이용해서 잡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카드를 조금이라도 덜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학년 초의 가르침은 아이들의 머릿 속에 오래오래 남아서, 학년 말까지 카드가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카드를 그나마 오래쓰기 위하여... 카드 보호 비닐 씌우기
보드게이머 - 보드게임을 취미로 가지고 평소에도 이를 향유하는 분들을 일컫는 말 - 들 사이에서는 플텍, 프로텍터 등으로 불리우는 제품이 있습니다. 저는 카드 보호 비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깟 비닐이 뭐 얼마나 하겠냐 싶지만...
해외의 보드게임을 유통·판매하면서 자체 보드게임을 제작하기도 하는 보드엠(http://boardm.co.kr)이라는 사이트에서 카드 프로텍터 검색을 하면 대략 요 정도의 가격에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Love Letter의 경우에는 위 카드 프로텍터 중 6590 사이즈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위 제품은 2,000원에 200장 포함되어 있지만... 배송료가 별도 3,000원이 붙겠네요. 그래서 저희같은 보드게이머들은 보통 보드게임 구매할 때 프로텍터도 같이 구매합니다. 그래야 배송료를 안 무니까요.
마찬가지로 해외의 보드게임을 유통·판매하면서 자체 보드게임을 제작하기도 하는 보드피아(http://boardpia.co.kr) 사이트에서도 프로텍터를 판매합니다.
선생님들이 주로 이용하시는 팝콘에듀(http://popcone.co.kr) 사이트에서도 프로텍터를 구매하실 수 있네요. 이런 프로텍터는 원래 을지로4가 쪽의 방산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사이즈 정해서 비닐 재단해달라고 하면 1만장 단위로 재단해줍니다. 보통 장당 3원인데... 그래서 옛날에는 보드게이머들끼리 알음알음으로 공동구매했었네요. 누구 한 분이 몇 만 장을 대표로 구매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거기에 달라붙어서 각자의 몫을 구매해 가는 것이죠. 그렇게 구매한 프로텍터가 아직도 집에 남아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보드게임을 유통하는 온라인 샵에서 그 작업을 약간의 비용을 얹어서 대신해 주는 셈이죠.
그런데 Love Letter 같은 보드게임은 이렇게 앞뒤로 투명한 비닐을 잘 사용하지 않고,
위와 같이 한쪽이 불투명한 프로텍터를 사용합니다. 그러면 카드가 조금 구겨지거나 상해도 그렇게 티나지 않게 보드게임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위 카드는 50장에 4,000원입니다. 비싸죠. 대신에, 1년이 지나고 프로텍터가 너덜너덜해지면 프로텍터만 빼서 바꾸어주면, 아이들은 새 카드로 보드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볼 수가 있습니다.
하비게임몰 같은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잘 사용하시지 않는 사이트이긴 하죠?
사실 보드게임은 소모품입니다. 학교 예산으로 구매하더라도, 따로 물품관리대장에 올리지 않고, 그냥 소모품으로 사용하고 맙니다. 게다가 아이들 손에 들어가면 더더욱 잘 남아나질 않습니다. 참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카드 보호 비닐을 사용하면 조금 더 수명을 길게 하여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 보드게임 삼신기, 할리갈리, 루미큐브, 블로커스
첫 발령 받고나서, 동학년 교실에 어딜가나 요 세 가지 보드게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학교에 교육용 보드게임이라고 소개되어 들어와있는 할리갈리, 루미큐브, 블로커스. 하지만 의외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인기는 덜합니다. 아니,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가도, Love Letter, der Grosse Dalmuti, Bang!, Settler of Catan 등등 다른 보드게임을 배우면 뒷전으로 항상 밀려납니다.
저는 왜 할리갈리가 학교에 수학 교과 관련 보드게임으로 소개되어 있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게임은 5의 보수 찾기 보드게임이고, 5의 보수는 초등학교 1학년 초입에 배우는 부분인데, 왜 그렇게 수학 교과 관련 보드게임이라고 알려져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코리아보드게임즈라는 회사의 현재가 있게한 보드게임이라지만,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서는 충분히 재미있을 보드게임이지만, 6학년 수준의 아이들이 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할리갈리는 수학 교과 관련 보드게임이라기보다는,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덱스터리티 류의 보드게임이라고 봐야겠지요.
루미큐브나 블로커스는 보드게임 자체가 추상적이고, 초등학생 수준에서는 접근성이 조금 떨어집니다. 루미큐브는, 제 생각에는 숙련자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직접 한 번 보는 것이 보드게임 실력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아이들은 그런 것이 잘 안 됩니다. 아이들은 이기기위해서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기 위해서 보드게임을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승리 방법을 잘 찾으려하지 않는데다가, 루미큐브는 이기려고 들지 않으면 꽤나 집중하기 어려운 보드게임입니다. 블로커스는 집중하기 어려운, 굉장히 추상적인 류의 보드게임입니다. 의아한 부분인데, 2차원 모양쌓기인 블로커스는 교실에서 인기가 없는데, 3차원 블록쌓기인 루미스(블로커스 3D)는 교실에서 몇몇 아이들에게 꽤나 인기있는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연구가 필요하지만... 어쨌든, 한때 교실에서 한참 유행하던 '보드게임 삼신기'인 할리갈리, 루미큐브, 블로커스는 막상 현장에서는 그렇게 크게 아이들의 인기를 끌지는 못하는 듯 합니다. 인기가 있다면... 아마 함께 즐기고 싶은데, 다른 것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해 주신다면 아이들이 좋아할지도...
- 보드게임 룰 설명은 함께 플레이하면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의 첫 창의보드게임 시간. 저는 한 모둠을 기준으로 하여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직접 보드게임을 해보게 하면서 룰 설명을 시작합니다.
일단 카드를 잘 섞어서 한 장씩 가지고.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아이들은 카드를 손에 쥐고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어, 누구누구가 이겼네. 이긴 사람부터, 우선 카드 더미에서 카드 한 장을 가지고 온단다. 자, 손에 카드를 두 장 가졌지, 무슨 카드를 가졌는지 보자. 원래의 보드게임 진행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카드를 보여주지 않지만, 룰 설명을 해야하니까, 원래는 안 보여주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카드를 오픈합니다. 어, 광대 카드와 시녀 카드를 가지고 있네? 이 두 장 중에 한 장은 내 러브레터를 공주에게 전달할 전달자로 손에 지키고, 다른 한 장은 버리는 거야. 그런데 버려지면서, 카드의 기능을 사용하게 돼. 어떤 카드를 버릴까? 시녀 카드를 버리자! 시녀 카드의 기능을 설명해 줄께.
이렇게 실제로 짧은 한 판을 아이들 모두가 보는 가운데 진행하면서, 카드의 기능과, 보드게임 한 라운드의 방법과, 주의할 부분을 설명해 줍니다. 룰 설명에서 가장 효과적입니다. 보드게임은, 특히 복잡한 보드게임은 그냥 룰만 들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직접 시연을 해주고, 아이들이 이것을 통해서 룰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드게임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만 알려주지 않습니다.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 교실을 어슬렁거리면서, Love Letter를 하고 있는 무리 사이에 끼어듭니다. 얘들아, 러브레터말고, 선생님이 다른 보드게임도 알려줄까? 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보드게임을 하나 들이밉니다. 그리고는 저도 같이 보드게임을 플레이합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그렇게 함께 보드게임을 할 때 굉장히 좋아합니다. 물론 제가 먼저 즐거워야 이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짧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수시로 아이들에게 알려줍니다. 그렇게 하면 대충 1년 동안, 많이 돌리는 아이들은 4~50개의 보드게임을 즐겨볼 수 있습니다. 그 보드게임을 졸업한 후에도 계속 하지는 않겠지요. 다만, 그런 아이들은 1년 동안 50가지의 다른 규칙을 가진 놀이를 해 본 셈입니다. 의미있죠?
혹시 다른 것들이 생각나면 조금 더 두드려 보겠습니다. 우선은 여기까지만.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